2023년 봄, 수원 도심 곳곳의 자투리땅과 공터에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
방치되던 공간에 꽃과 나무가 심기고, 시민의 손길로 가꿔진 아담한 정원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불과 2~3년 만에 이 작은 정원들은 도시 풍경을 바꾸는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수원을 걷다 보면 5분에 한 번꼴로 ‘손바닥정원’을 마주하게 될 정도다.
수원시가 시민과 함께 추진하는 ‘새빛수원 손바닥정원’ 사업은 단순한 녹지 조성 사업을 넘어, 도시 공간을 재해석하고 공동체 문화를 회복하는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 ‘작지만 강한 변화’…1001개 정원으로 확산
손바닥정원은 2023년 첫 조성을 시작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현재까지 조성된 정원은 총 1001개. 면적은 약 4만5920㎡로, 축구장 6개를 훌쩍 넘는다.
작은 정원이 모여 도시 전체의 녹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 사업은 대규모 공원 조성 방식과 달리, 도시 곳곳의 ‘빈 공간’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마을 공터, 학교 화단, 골목 자투리땅 등 일상 속 공간이 정원으로 탈바꿈하면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변화의 밀도도 높아졌다.
◇ 시민이 만들고, 시민이 가꾸는 ‘열린 정원’
손바닥정원의 핵심은 ‘시민 주도’다. 정원을 조성할 장소 선정부터 식물 선택,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 시민 공동체가 직접 참여한다.
개인은 물론 기업, 공공기관, 마을 단체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참여의 문턱도 낮다.
이 같은 구조는 단순한 환경 개선을 넘어 공동체 회복이라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웃과 함께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통이 이뤄지고, 지역에 대한 애착도 높아진다.
실제로 지금까지 396개 단체가 사업에 참여했으며, 인원은 9600명에 달한다.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도시 환경을 바꾸는 ‘생활형 참여 모델’이 현실화된 것이다.
◇ ‘손금처럼 연결된 녹지’…도시 네트워크로 확장
손바닥정원은 단순히 개별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 곳곳에 퍼진 정원들이 마치 손금처럼 연결되며 하나의 녹지 네트워크를 형성, ‘네트워크형 정원’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이는 도시 열섬 완화, 미세먼지 저감, 경관 개선 등 환경적 효과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데도 기여한다.
거창한 공원이 아니어도 집 앞 골목에서 자연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 자발적 참여 이끈 ‘정원단’과 지원 체계
이 같은 확산의 중심에는 ‘새빛수원 손바닥정원단’이 있다. 2023년 2월 출범한 정원단은 현재 1114명이 활동한다. 정원 조성과 관리, 모니터링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수원시는 시민 참여를 뒷받침하기 위한 지원 체계도 구축했다. 조경 도구를 빌려주는 ‘도구지원센터’ 40곳을 운영하고 있다.
정원 조성 상담을 제공하는 ‘손바닥정원 상담소’, 시민 참여 프로그램인 ‘가드닝의 날’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정원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일월수목원과 영흥수목원에서 운영되는 상담소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며, 온라인 상담도 병행해 접근성을 높였다.
◇ 다양한 계층 참여…도시 곳곳에 담긴 메시지
손바닥정원은 참여 주체만큼이나 내용도 다양하고 국제로타리 수원지역 클럽은 회전교차로 주변을 정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수원시 여성단체협의회는 ‘양성평등’ 메시지를 담은 정원을 조성했다.
또 수원FC위민 선수들은 직접 흙을 만지며 지역사회와 교감했고, 북한이탈주민들은 기념일을 맞아 정원을 조성하며 새로운 정착의 의미를 더했다.
이처럼 손바닥정원은 단순한 조경 공간을 넘어,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와 이야기를 담는 ‘도시의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 공모·경연으로 참여 확대…지속가능성 확보
수원시는 사업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시민정원 공모와 경연대회도 운영하고 있다.
시민이 만든 정원을 평가하고 우수 사례를 시상함으로써 참여 동기를 높이고, 정원 품질 향상도 유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과 기관의 참여를 확대해 민관 협력 기반도 강화하고 있다. 단발성 사업이 아닌, 도시 전반으로 확산 가능한 구조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 ‘지도 한눈에’…디지털로 연결된 정원
2024년에는 ‘지도로 보는 손바닥정원’ 서비스도 구축됐다. 온라인 지도에서 정원 위치와 조성 정보, 참여 단체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시민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
특히 수상작은 별도 표시돼 시민들이 우수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는 또 다른 참여를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 도시정책 넘어 ‘문화’로 자리 잡을까
수원시는 손바닥정원을 단순한 녹지 사업이 아닌, 도시 문화를 만드는 정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정원 조성이 일상 속 문화로 자리 잡을 경우, 도시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 관계자는 “손바닥정원은 시민이 함께 만들고 가꾸며 공동체 정신이 살아나는 공간”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정원문화 정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작은 정원 하나가 만든 변화는 결코 작지 않고 수원의 골목과 공터를 채운 ‘손바닥정원’은 도시의 풍경뿐 아니라 시민의 삶과 관계까지 바꾸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지금도 계속 확장 중이다
[ 경기신문 = 김태호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