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하모닉)가 금요일 저녁을 황홀한 선율로 물들였다.
경기필하모닉은 17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경기필 마스터피스 시리즈 II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을 성료했다.
이번 무대는 2025년 게오르그 솔티 지휘자상 수상자인 지휘자 홀리 최와 첼리스트 최하영이 함께하며, 서정성과 장대한 호흡이 교차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1부 Cello Concerto in E minor, Op. 85에서 무대의 중심은 단연 첼로였다.
이 작품은 화려함을 걷어낸 첼로 협주곡으로, 전통적인 협주곡 형식이지만 각 악장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특징이다.
이날 붉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최하영은 첫 음부터 깊은 울림을 이끌어냈다.
절제된 감정선 위에서 이어지는 선율은 독백처럼 흐르다가도 오케스트라와 맞물리며 서서히 확장됐고, 무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주도했다.
첼로가 중심을 잡아가는 동안 오케스트라는 과도하게 나서지 않고 음량과 호흡을 조율하며 긴장과 여백을 만들어냈다.
지휘를 맡은 홀리 최는 과장된 제스처 대신 부드러운 동작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손끝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템포와 다이내믹을 조율하며, 각 파트의 균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전체적인 흐름을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만 개입하는 절제된 지휘가 인상적이었다.
2부 Symphony No. 2에서는 Sergei Rachmaninoff 특유의 긴 호흡이 무대를 채웠다. 교향곡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이 작품은 서정적인 선율을 바탕으로 내면의 서정과 장대한 에너지를 동시에 전한다.
어둡고 신중한 흐름의 1악장을 지나 2악장에서는 리듬감 넘치는 긴장감 있는 선율이 이어지며 곡의 감정을 서서히 축적했다.
3악장의 서정적인 선율은 차분하게 공간을 메웠고, 이어진 마지막 악장에서는 에너지가 점차 응축되다 한 번에 분출되며 곡의 구조적 완성도를 드러냈다.
각 파트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만들어낸 두터운 사운드는 공연 후반으로 갈수록 밀도를 더해갔다.
이번 무대는 지휘자 홀리 최의 국내 오케스트라 데뷔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남겼다.
부드러운 지휘 속에서도 흐름을 놓치지 않는 안정적인 리드가 돋보였고, 오케스트라는 이에 맞춰 균형 잡힌 사운드를 구현했다.
경기필하모닉은 이번 공연을 통해 서정성과 서사성을 아우르는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 냈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