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자체 민간위탁, 모호한 규정에…‘눈먼 돈’ 수천억

2025.04.29 20:00:00 1면

부실한 상위법령으로 지자체 민간위탁 규정 모호
경기도, 매년 천억 투입하지만, 문제 연이어 발생
소관부서 기관 평가, 객관성↓…의회 감시도 한계
전문가들 “국회, 민간위탁 제도개선 위한 역할해야”

지방자치단체의 민간위탁 사업이 허술한 관리·감독 아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는 법인·단체 등에 대가를 지불하고 일부 사무를 맡기는 민간위탁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는 민간의 자율적인 행정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함인데, 취지와 달리 여러 문제가 발생한 법인·단체라도 위탁을 이어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경기신문은 경기도를 중심으로 지자체 민간위탁 관리 실태와 개선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문제 법인도 계약 연장…경기도 위탁사업 관리 부실
②경기도 위탁 구조 부실에 흔들리는 정책사업
③부실한 상위법령…민간위탁 근본적 원인은?
<끝>

 

지자체 민간위탁 사업의 근본적인 원인은 부실한 상위법령에서 찾을 수 있다.

 

‘지방자치법’은 ‘지자체의 사무 위임권’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어 ‘특정 법인·단체의 독점위탁’, ‘문제 기관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 등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29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올해 민간위탁 관련 예산(민간위탁금·민간위탁사업비)에 1183억 원을 책정했다.

 

이는 5년 전과 비교해 약 41% 증가한 액수다. 도는 민간위탁 예산에 2021년 840억 원, 2022년 886억 원, 2023년 1018억 원, 지난해 1144억 원을 투입했다.

 

도내 31개 시군의 평균 민간위탁 관련 비용도 연 약 900억 원에 달한다.

 

각 지자체 위탁 사무를 대행하는 수탁기관의 비중이 커진 만큼 예산도 늘어나지만, 이들 기관에 대한 관리 부실로 ‘눈먼 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실제로 경기도장애인복지시설연합회와 민주노총 경기본부를 비롯한 여러 수탁기관에서 운영상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

 

각 수탁기관의 관리·감독을 맡는 도는 ‘단순 사안’, ‘근거 부족’ 등의 이유로 문제 기관에 대한 계약 취소, 기관 재선정 등의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어 느슨한 대응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정빈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이날 취재진에 “수탁기관 담당 부서는 기존 기관과 계약을 취소하고 새로운 기관을 찾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것보다 행정 편의를 위해 같은 기관과 다시 계약 체결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도는 수탁기관의 위탁 절차(신규·재계약·계속위탁)를 담당 부서가 직접 관여하는 구조로, 사실상 특정 기관을 임의로 선정할 수 있다.

 

재계약 심의에 있어 참고 자료가 되는 수탁기관별 성과평가 조사도 각 소관부서 주도로 이뤄진다.

 

문제는 수탁기관을 지도·점검하고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소관부서 특성상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도의회에서도 각 위탁 사무에 대한 예산과 안건 등을 심의·의결하지만, 수백여 건의 위탁 사무를 모두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지자체가 위탁 사무에 대해 더 엄격하고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방자치법 제117조는 지자체가 공공기관 외에도 법인·단체·개인 등에 지자체 사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명시할 뿐, 관리·처분 규정은 미비하다.

 

여기에 정부가 민간위탁의 운영상 문제를 보완하고자 지난해 12월 발의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법률(이하 민간위탁법)’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민간위탁법은 독점위탁 등을 방지하기 위해 수탁기관을 공개모집으로 선정하는 등 민간위탁의 운영·관리에 관한 사항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은 정부 부처의 민간위탁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나 법 제정 시 하위 자치법규 등의 근거로 활용되는 등 지자체 민간위탁 사업의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이들은 실질적인 제도 정비를 위해 집행부 감시기관인 의회의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민수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모든 조례가 상위법 위임에 따라 마련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자체의 다수 사업을 점하고 있는 민간위탁에 대한 직접적인 상위법이 부재하다는 건 제도의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앙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기에 지난 20대 국회 때부터 민간위탁법을 제정하려고 시도했던 것”이라며 “이제라도 국회가 제도 개선을 위해 제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임정빈 회장도 “엄격하게 제도를 정비하지 않고선 관행을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아니면) 도의회에서 단순 지적만 하는 게 아니라 문제 방지를 위한 조례를 제개정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 현재 의회의 역할이 미진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경기신문 = 나규항 기자 ]

나규항 기자 epahs2288@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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