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안산선 붕괴 한 달, 집 잃고 떠도는 주민들

2025.05.11 14:18:44 7면

광명 구석말 주민 55명 대피 한 달째…“내가 뭘 잘못했나”
숙박업소 전전·도시가스 끊겨…“지원도 없이 내쫓겼다”

 

광명시 신안산선 공사 터널 붕괴 사고로 인근 구석말 주민 55명이 한 달 넘게 대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는 오피스텔과 숙박업소를 전전하며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지만, 보상이나 재정착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지난 4월 11일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구석말 마을 인근 지반이 침하 위험에 놓였다. 국토교통부와 광명시는 즉각 대피 명령을 내렸고, 도시가스 공급도 전면 차단됐다.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마을 주민 약 55명은 여전히 임시 숙소에서 지내며 불안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사고 원인 규명과 피해 보상 등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주민들은 갈 곳을 잃은 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현장을 찾은 박인택 씨(72·가명)는 “사고 직후에는 광명역 근처 호텔에서 지냈는데, 하루에 16만 원씩 나가니 감당이 안 됐다”며 “지금은 비교적 값싼 오피스텔로 옮겼지만 가족이 좁은 공간에 함께 사니 불편해서 죽을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도대체 우리가 언제 집에 돌아갈 수 있느냐”며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내가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신주복 씨(65·가명)는 “사고 이후 이 일대 도시가스 공급이 전면 중단되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됐다”며 “사고 위험이 있으니 대피는 당연하지만, 아무런 지원도 없이 우리를 내보낸 건 너무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구석말 마을은 사람의 흔적만 남은 채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각 주택의 대문마다 ‘도시가스 공급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고, 창문 너머로는 가구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마을 바로 옆 사고 현장에는 굴착기와 중장비가 쉼 없이 드나들며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붕괴 사고는 지반침하에 따른 구조물 붕괴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에 대한 분석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도 안전할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실제로 사고 지점에서 약 200미터 떨어진 곳에는 초등학교, 아파트, 상가 단지 등이 밀집해 있어 추가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기정 씨(65·가명)는 “지반이 다시 꺼지면 그땐 누구도 책임질 수 없을 것”이라며 “사고 수습 이후에도 주변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근본적인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공사는 현재 사고 구간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정밀 원인 분석을 진행 중이다. 광명시와 국토부는 현장 점검과 안전진단을 병행하고 있지만, 주민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 계획이나 임시 주거 지원 방안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박진석 기자 kgsociet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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