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이면 소청도로 우럭낚시를 떠나곤 했다. 하루 종일 바닷바람을 맞으며 낚싯대를 드리우다 민박집으로 돌아오면 주인아주머니가 내어주던 톳밥이 그리워진다.
간장 몇 방울 떨어뜨려 비빈 톳밥 한 숟가락과 소청도 자연산 미역국 한 모금이면 충분하다.
그 깊고 진한 바다 맛을 잊을 수가 없다.
톳은 갈조식물 모자반과에 속하는 해조류다.
자라는 모양이 사슴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녹미채(鹿尾菜)’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히지키’라고 한다. 우리 조선시대 고문헌인 ‘자산어보’에는 ‘토의채(土衣菜)’로 기록돼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이름들을 보면, 톳은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식재료인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남해안, 전남 완도, 그리고 바로 옹진군 소청도와 대청도 같은 청정 해역에서 톳이 자란다.
3월부터 5월까지가 수확 철인데, 이때 톳이 가장 연하고 맛도 좋다. 채취한 톳은 쪄서 말려두면 일 년 내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톳은 칼슘, 철분, 섬유소 함량이 다시마와 미역보다 높다고 한다.
식이섬유도 많아서 우리 몸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톳을 꾸준히 먹으면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고,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특히 골다공증 예방과 빈혈 예방 효과가 있고, 항산화 작용도 있다고 한다. 갑상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니, 정말 귀한 바다의 선물이다.

톳 요리법도 참 다양하다.
예전에는 흉년이 들면 구황작물로 곡식에 톳을 넣어 톳밥을 지어 먹기도 했다.
요즘은 톳나물 무침이 가장 인기다. 끓는 물에 충분히 데친 톳을 먹기 좋게 썰어서 다진 마늘, 설탕, 식초, 파를 넣고 무치면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정말 매력적이다.
톳 오이무침이나 톳 달걀말이, 톳 비빔밥도 맛있고, 요즘은 마라도 톳 짜장면이나 거제도 톳김밥처럼 지역 특산물과 결합한 요리들도 나오고 있다.
톳의 소비 패턴을 보면 참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톳은 과거에 거의 전량을 일본으로 수출했다. 일본에서는 톳을 정말 좋아해서 매년 9월 15일을 ‘톳의 날’로 정해둘 정도다.
된장국에 톳을 넣어 먹거나, 톳 조림, 톳 가루를 미숫가루에 타서 마시거나 우유와 바나나를 넣고 갈아 마시기도 한다. 변비 해소에도 좋다고 하고 아침 식사대용으로도 먹는다고 한다.
다만 톳을 먹을 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다른 해조류와 달리 톳에는 무기비소가 들어있다. 그래서 반드시 올바른 조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톳을 물에 충분히 불리고 끓는 물에 5분 이상 삶으면 무기비소가 80% 이상 제거된다고 한다.
서구 일부 국가들은 전통적인 조리법을 모르다 보니 톳 섭취를 제한하는 권고를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올바른 조리법만 따른다면 톳은 정말 가치 있는 식재료다.
앞으로 톳의 영양학적 우수성과 안전한 조리법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진다면, 톳을 더 많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톳의 지역별 특성이나 기능성 성분에 대한 연구도 계속 이어진다면, 톳의 숨겨진 잠재력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저녁에는 바다의 향긋함이 가득한 톳밥에 소청도 자연산 미역국은 어떨까.
글 : 김용구 박사(인천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인천시 섬발전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