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역사에 영원할 이름 '김호'…"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해도 부족한 것이 축구"

2025.07.10 14:34:47 16면

K리그 명예의 전당 지도자 부문 헌액
수원 초대 감독…신생팀→명문 이끌어
1988년, 1999년 2회 연속 감독상 수상

 

김호 감독이 K리그 역사에 영원히 남게 됐다. 일평생 축구를 위해 살아온 그는 'K리그 명예의 전당' 지도자 부문 헌액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호 감독은 1988년부터 1990년까지 현대 호랑이(현 울산 HD),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수원 삼성,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대전 시티즌의 감독으로서 K리그 통산(리그컵 포함) 208승 154무 181패를 기록했다.

 

최강희 감독(229승)과 김정남 감독(210승)에 이어 다승 3위다.

 

특히 김호 감독은 1995년 창단한 수원의 지휘봉을 잡고 팀을 이끌며 신생팀을 리그 최강팀으로 성장시켰다.

 

1998년과 1999년 K리그 2연패를 달성한 김호 감독은 아시아 클럽 챔피언십(현 AFC 챔피언스리그) 2연패(2000-2001시즌, 2001-2002시즌),  FA컵(현 코리아컵) 우승(2002년)을 차지한 바 있다.

 

김호 감독은 1988년, 1999년 2회 연속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뛰어난 전술과 폭넓은 축구 시야를 갖춘 김호 감독은 수원을 K리그 명문 구단으로 자리 잡게 하고, 수많은 스타 선수를 배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 "최근 생긴 상이라 제가 받은 것…한국 축구 발전 위해 애쓰신 분들 많아"

 

K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른 김호 감독은 담담했다. "값지고 의미 있는 상"이라면서도 "시기가 잘 맞아 제가 상을 받게 된 것 같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애쓰신 분들이 많은데, 그 분들이 먼저 받았어야 하는 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나라 축구가 좀 더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이다"라며 "과거와 비교한다면 한국 축구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후배 축구인들이 한국 축구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육상 꿈나무에서 축구인으로…라디오로 접한 축구 선수의 꿈

 

1944년 통영에서 태어난 김호 감독은 초등학교 시절 육상 선수로 활약했다. 지역 대표로 선발되어 각종 대회에 출전했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러던 중 한국과 중국의 라디오 중계를 듣고 축구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됐다.

 

김호 감독은 "한국이 중국에게 3-2로 졌던 라디오를 듣고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축구 선수가 돼서 한국 축구를 한번 이끌어보겠다는 야망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다"라고 했다.

 

김호 감독은 동래고를 졸업한 뒤 제일모직에 입단하며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양지축구단, 상업은행에서 활약했다.

 

1965년부터 1973년까지 8년 동안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수비를 책임졌다.

 

은퇴 후에는 세계청소년대회 코치를 맡았고,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미국 월드컵에 나섰다.

 

미국 월드컵 C조에 속한 한국은 1차전에서 스페인과 2-2 무승부를 거뒀다. 볼리비아와 2차전에서도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어 독일과 3차전에서는 2-3으로 패했다.

 

김호 감독은 한국을 16강으로 이끌진 못했지만, 강호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펼쳐 명장 반열에 올랐다.

 

이후 김호 감독은 1995년 창단한 '신생팀' 수원 삼성의 지휘봉을 잡았다.

 

 

◇ 신생팀을 명가로…수원의 영원한 아버지 김호 감독

 

수원의 초대 사령탑 김호 감독은 단기간에 수원을 강팀으로 만들었다. 특히 1999시즌에는 K리그 전관왕을 달성하는 등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김호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지도하는 방법을 많이 연구했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겼다"며 "특히 대표팀 감독을 맡고 많은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어떤 선수를 선택해야 하고, 어떤 색을 팀에 입혀야 하는지 많은 고민과 공부를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외에 나가서 선진 축구를 많이 접하고, 그것을 국내 축구에 이식하려 노력했다"라며 "이런 노력과 더불어 뛰어난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수원이 좋은 성적을 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김호 감독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수원을 이끌며 수 많은 트로피를 수집했다.

 

◇ "수원 창단 멤버 다 기억나…아픈 손가락은 고종수"

 

김호 감독은 "수원 창단 멤버는 전부 기억한다. 당시 선수들에게 개인보다는 팀을 위해 뛰어야 하고 항상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며 "신생팀이었지만 우리의 목표는 1등이라는 것을 선수들 마음 속에 심고자 했다. 1등 하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야 책임감도 생기고, 싸워서 이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를 묻는 질문에는 조금 망설이더니 "고종수 "라고 답했다.

 

김호 감독은 고중수에 대해 "어린 나이에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었는데, 기대만큼 많이 크지 못했다. 너무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종수는 타고난 천재적인 면이 있었다. 축구 지능이 높고 센스도 좋았다. 그런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 한 발 뒤에서 바라본 명가의 몰락

 

1995년 팀 창단 이래 1998, 1999, 2004, 2008년 K리그 4차례 우승을 거머쥔 수원은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도 5회 우승(2002·2009·2010·2016·2019년)을 차지한 전통의 명문 구단이었다.

 

그러나 구단 출신 감독을 고집했던 '리얼 블루' 정책과 방만한 구단 운영,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 등이 차곡차곡 쌓여 2023년 K리그2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강등 첫 해인 지난 시즌 승격에 실패한 수원은 올 시즌 2위를 달리며 순항하고 있다.

 

김호 감독은 "수원 삼성은 그냥 수원 삼성이 아니다. 수원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명성을 지키기엔 아직 멀었다"라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과거와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 경제 수준이 달라지면서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진 것 같다"며 "축구 선수는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니다. 프로 선수로서 가치관을 가져야하고, 책임과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호 감독은 "단순히 이기려고 하면 안된다. 많이 노력하고 열심히 하면 이기게 돼 있다. 이기려고 하면 부정이 생긴다"며 "팀을 위한 노력은 경기에서 이기는 힘이 된다"고 했다.

 

수원은 과거의 영광을 잃은지 오래지만 팬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호 감독은 홈·원정 가릴 것 없이 경기장을 찾아 수원을 응원하는 팬들에 대한 사랑도 전했다.

 

김호 감독은 "수원 팬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다. 더 잘해야 하고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수원 뿐 아니라 한국 축구를 사랑하고 응원해주시는 팬들께 늘 감사한 마음이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 백발 노장이 생각하는 축구 "시대를 관통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노력"

 

김호 감독이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노력'이다. 그는 과거 축구와 현대 축구가 많이 다르지만 선수·지도자들이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 생활도 하고, 지도자도 해 봤다. 당시에는 최선을 다 한것 같은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지금도 밤새워 해외 축구를 보며 한국 축구와 어떤 부분이 다른지 공부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를 하기 위해선 지도자·선수들이 축구에 미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뛰어난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선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노력이다"라고 했다.

 

김호 감독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선 안된다며 "저도 많이 연구하고 공부하며 노력했는데, 미국 월드컵을 다녀오고 나서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만족하면 발전이 없다. 항상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 경기신문 = 유창현 기자 ]

유창현 기자 ychangheo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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