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에서 100만 원짜리 물건을 샀는데, 카드사 청구서는 105만 원이더군요. 원화로 결제한 게 문제였어요.”
최근 동남아로 여름휴가를 다녀온 직장인 A씨는 카드 청구서를 보고 당황했다. 현지 면세점에서 기념품을 결제하며 가맹점 직원의 안내에 따라 ‘원화 결제’를 선택했지만, 나중에 보니 5만 원이 넘는 원화결제 수수료(DCC 수수료)가 추가돼 있었다. 결제 당시엔 설명도, 명확한 안내도 없었다.
해외에서 카드를 쓸 때 자주 접하게 되는 ‘원화 결제 서비스(DCC, Dynamic Currency Conversion)’가 소비자에게 수수료 폭탄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7일 “해외 카드 사용이 늘면서 부정 사용 피해와 불필요한 수수료 부담도 급증하고 있다”며 소비자 주의를 당부했다.
◇ 해외 카드 사용 급증…피해도 함께 늘어
금감원에 따르면 내국인의 해외 카드 사용액은 2022년 12조 2000억 원에서 올해 20조 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해외 출국자 수는 같은 기간 65만 명에서 286만 명으로 4배 이상 늘었고, 카드 부정사용 사례도 덩달아 늘었다. 2024년 상반기에만 2397건의 해외 카드 부정사용이 접수됐으며, 피해 금액은 31억 6000만 원에 달했다.
특히 건당 피해액은 131만 8000원으로, 국내 피해 평균(22만 7000원)의 6배를 웃돌았다.
◇ “편리해 보여도 수수료 3~8% 붙는 ‘DCC’ 피해야”
문제는 해외 가맹점에서 흔히 권유받는 ‘원화 결제(DCC)’다. DCC는 해외 결제 시 원화 금액이 바로 표시되기 때문에 한눈에 얼마인지 알 수 있어 편리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3~8%에 달하는 추가 수수료가 숨어 있다. 소비자는 결제 당시 이를 제대로 안내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금감원은 “해외에서는 반드시 현지통화로 결제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카드사에 ‘원화결제 차단 서비스’를 신청하면, 해외에서 원화 결제가 시도될 경우 자동으로 거절돼 불필요한 수수료를 피할 수 있다.
◇ 부정 사용 차단하는 사전 설정도 필수
금감원은 이와 함께 카드사 앱의 ‘해외사용 안심설정 서비스’도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사용 국가, 1회 한도, 사용 기간 등을 미리 지정해두면, 설정 범위를 벗어난 카드 사용은 자동 차단된다.
또 실시간 결제 알림 서비스를 이용하면 해외에서도 카드 결제 즉시 알림을 받아 이상 거래 여부를 신속히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해외 유심 이용 시 일부 알림 기능이 제한될 수 있어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 카드 분실·도난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해외에서 카드를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한 경우를 대비해, 분실신고 센터 전화번호를 미리 메모해두는 것이 좋다. ‘어카운트인포 앱’을 활용하면 모바일에서도 일괄 정지가 가능하다. 단, 일괄 정지 해제는 카드사별로 따로 연락해야 한다.
해외에서 부정 사용 피해를 입은 경우, 60일 이내 피해 금액은 카드사가 보상하지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는 제외된다. 보상을 받으려면 현지 경찰서에 신고해 Police Report(사건신고서)를 반드시 받아야 하며, 귀국 후 카드사에 이의신청서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보상 심사에는 통상 3~6개월이 걸리며, 국내보다 기준이 엄격하다.
◇ 귀국 후에도 방심 금물
금감원은 “해외에서 카드 정보를 도용당했더라도 귀국 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귀국 즉시 카드사 앱의 ‘해외 사용 일시 정지’ 또는 ‘출입국 정보 연계 서비스’를 통해 사후 관리를 병행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일부 국가에서는 결제 시 비밀번호 입력이 필요하거나, 카드에 서명이 없거나 여권과 카드의 영문명이 일치하지 않으면 결제가 거절될 수 있다며, 출국 전 반드시 카드에 서명하고 영문 이름을 확인하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