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종 묻지마 흉기난동 2년…여전히 전무한 이상동기 범죄 대책

2025.08.06 14:56:43 6면

정신질환 연계 범죄 반복되는데…사법입원제, 논의조차 진전 없어

 

2023년 성남 서현역 인근에서 벌어진 최원종의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실질적 대책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범행의 원인으로 지목한 지 오래지만, 관련 법과 제도는 제자리걸음이다. 전문가들은 치료 시기를 놓치고 방치된 정신질환자가 사회적 위협이 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사법입원제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2023년 8월 3일 오후 5시 55분쯤,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에서 30대 남성 최원종이 시민들에게 무차별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타인이 자신을 감시·스토킹하고 있다는 망상 증세를 오랫동안 겪었으며, 2017년부터 조현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스스로 치료를 중단했고, 가족의 설득마저 거부했다. 치료의 공백이 범행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후 전문가들은 위험 행동이 우려되는 정신질환자에 대해 치료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 마련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특히 범행 이후 사법입원제 도입 논의가 재점화됐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회와 정부는 아무런 제도적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법입원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중증 정신질환자가 본인 혹은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판사의 판단에 따라 입원을 명령할 수 있는 제도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병원으로 격리하고, 그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제3자인 법원이 담당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가족 보호입원이나 행정입원과는 구분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당 제도를 정신질환자의 인권 침해로 간주하며 반대해 왔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과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한 정신의학과 교수는 “사법입원제는 법원의 결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임의 격리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인권을 침해하기보다는, 오히려 제때 치료받을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중대한 사건은 이후에도 발생했다. 지난 2월 대전에서는 초등학교 교사 명재완 씨가 10세 여아 김하늘 양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명 씨는 수년간 우울증으로 휴직했다가 복직했으며, 사건 직전 동료 교사를 폭행하는 등 심각한 이상행동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해당 사건 또한 사전에 심리 치료나 관찰이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의 미비 역시 근본적인 문제로 꼽힌다. 현재 지역 단위에서 정신질환자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전문기관도 턱없이 부족하다. 경기도에서 운영되던 ‘경기도심리지원센터’는 2023년 8월 폐쇄됐다. 센터는 운영 기간 동안 1200여 명의 상담 및 지원을 진행하며 활성화됐지만, 별다른 설명 없이 운영이 중단돼 오히려 공백만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신건강의학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정신질환 대응 체계는 현재 미흡함을 넘어 역행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정신질환에 대한 공포심과 사회적 낙인, 그리고 이를 악용하는 일부 정치세력의 프레임 탓에 제도 논의조차 막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이에도 정신질환자에 의한 예측불가능한 범죄는 반복되고 있다”며 “치료 인프라 확충과 제도 개선 없이는 제2, 제3의 최원종 사건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박진석 기자 kgsociet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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