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석유화학 구조재편 드라이브…“민간 자율로는 한계”

2025.08.18 07:45:43 1면

中 공급과잉 여파, 업계 절반 3년 내 존속 불가 전망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불황이 3년째 이어지자 정부가 석유화학산업 구조재편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민간 주도의 자율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中 10년 새 에틸렌 생산능력 3배↑…국내 가동률 ‘뚝’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중동·중국의 대규모 증설과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3~4년째 적자 늪에 빠져 있다. 특히 중국은 ‘에너지·화학 자급률 70%’를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 2014년 1950만 톤이던 에틸렌 생산능력을 지난해 5274만톤까지 키웠다. 불과 10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불린 셈이다.

 

이로 인해 여수국가산단의 공장 가동률은 2021년 87%에서 지난해 78.5%로, 올해 들어서는 60%대까지 추락했다. 한화·DL그룹 합작사인 여천NCC는 적자 누적에 따른 재무 위기로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가 긴급 자금 수혈을 받는 등 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3년 내 기업 절반 퇴출 가능성”…정부, 맞춤형 지원책 준비

 

한국화학산업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불황이 지속될 경우 3년 내 국내 석유화학 기업 절반이 존속 불가능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제시됐다.

 

정부는 지난해 말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이어, BCG 보고서와 업계 간담회 등을 토대로 구조개편을 유도하기 위한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최근에는 문신학 산업부 1차관이 10여개 주요 석화업체 대표들과 잇달아 개별 면담을 진행, 기업별 재편 계획을 수집했다.


◇ 설비 폐쇄·M&A 땐 인센티브…공정위 심사도 간소화

 

이번 대책은 기업이 설비를 폐쇄·매각하거나 중복 사업을 통폐합하는 등 자발적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합작법인 설립이나 M&A 과정에서 필요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도 간소화 또는 유예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석유화학산업의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업계가 합심해 자발적 사업 재편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구조조정 효과 제한적” 우려...지역경제 충격 불가피

 

업계에서는 정부의 신속한 개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실질적인 세제 지원, 규제 완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구조조정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규모 설비 폐쇄와 인력 감축이 뒤따를 경우, 지역경제와 일자리에도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수·울산 등 주요 국가산단에 지역 경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투자 위축과 고용 불안이 중장기적으로 더 큰 파장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中 공급 과잉 장기화…단순 구조조정으론 한계”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발 공급 과잉이 단기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장기적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 글로벌 컨설팅사 관계자는 “중국은 내수뿐 아니라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대규모 설비 증설을 이어가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단순히 설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정부 대책이 투자 지원과 기술 고도화로 연결되지 않으면 단순 구조조정은 오히려 고용 축소와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과 친환경 소재 분야 확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오다경 기자 moo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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