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묶이자, 규제 사각지대로 꼽히는 경매시장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토허제 지역이라도 경매로 취득한 주택에는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아, 낙찰 후 곧바로 임대나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울 핵심권 경매는 현금 여력이 충분한 자산가들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부동산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토허제가 시행된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전역 및 경기 12개 규제지역에서 진행된 주택 경매는 117건, 이 중 51건이 낙찰돼 낙찰률 43.6%를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21개 자치구에서 88건이 진행돼 35건이 새 주인을 찾았고, 경기에서는 29건 중 16건이 낙찰됐다.
서울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1.5%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권 및 한강변 주요 지역에서는 감정가를 크게 웃도는 사례가 속출했다. 광진구 낙찰가율이 135.4%로 가장 높았고, 성동구(130.9%)·송파구(110.2%)·영등포구(108.1%) 등이 뒤를 이었다. 경기에서는 성남 분당(113.3%)이 가장 높게 조사됐다.
10·15 대책에 따라 규제지역 내 일반 매매는 갭투자 금지, 담보인정비율(LTV) 대폭 축소(70%→40%),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이 적용된다. 하지만 경매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6·27 대출규제로 경락잔금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묶였고 일부 실거주 요건도 생겼지만, 현금 부자에게는 큰 제약이 아니다는 설명이다.
실제 사례에서도 초고가 아파트일수록 현금 낙찰 비중이 두드러진다. 서울 서초구 ‘반포르엘’ 전용 84㎡는 감정가(44억 1000만 원)보다 1억 원 이상 높은 45억 1915만 원에 낙찰됐다. 영등포구 ‘신길우성 4차’ 전용 75㎡도 8억 5500원 감정가를 넘는 9억 6300만 원에 새 주인을 맞았다.
분당에서는 시세를 추월한 낙찰도 나왔다. 판교봇들마을3단지 전용 84㎡는 감정가의 116%인 18억 5999만 원에 낙찰됐다. 직전 최고 매매가(17억 5000만 원)보다 1억원 넘게 뛴 수준이다. 이매신환 전용 116㎡도 최근 신고가보다 7000만 원 비싼 16억 1860만 원에 매각됐다.
이현정 대표는 “서울은 감정가가 낮게 책정된 사례가 많아 대부분 감정가를 넘긴다”며 “10억 원 미만은 실거주 수요 중심이지만, 고가 아파트는 대출 한도가 2억~4억 원에 불과해 아예 대출 없이 현금으로 낙찰받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 접근성이 좋은 경기 지역이나 중심권 아파트일수록 낙찰가가 치솟고 있다”며 “매매시장에 이어 경매시장도 극단적 양극화가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금 자산가들이 시세보다 비싸게 낙찰받은 뒤 전세를 놓는 방식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