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전화 여론조사가 늘었다. 모르는 번호면 여론조사겠거니 받지 않거나 수신 거부를 했는데 얼마 후 또다시 전화가 걸려 온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받으면 어김없이 여론조사 녹음 소리다. 바빠서 못 하는 것도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아 일부러 피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설문에 응답하는 사람의 경우 어떤 질문에든 답할 준비된 상태일 확률이 높은데, 그래서 정당이나 후보 이름만 들어도 어떻게 선택할지 결정의 시간을 크게 들일 필요가 없으니 응답을 수월하게 느낀다. 반대의 경우라면 질문의 내용과 선택해야 할 내용만 들어도 선택결정 어려움 앞에서 피로를 직감한다. 자연스레 응답을 피한다. 정치 관여도가 높은 응답자 확보가 많은 조사라면 모집단 전체 표심과는 다른 분포를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흔히 중도층이나 무당층으로 불리는 스윙보트가 여론조사에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조사의 신뢰를 좌우한다고 보는 까닭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하기는 어려우나 현실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후보 공천부터 정부 정책까지 결정의 근거로 삼는 게 여론조사인 경우가 많아서다. ‘여론조사 결과가 곧 여론’인 현실은 선거철만 되면 여론조사기관이 성황을 이루는 것만으로 짐작 가고 남는다. 언론사 내부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풍경이 많다. 후보 선호도 조사를 했는데 다른 기관과 결과가 다르면 이대로 보도를 내도 괜찮은지 우왕좌왕하는 식이다.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이 벌어졌다는 표현은 앞섰다거나 우위를 점했다는 단정적 표현보다 일부 나아진 표현이긴 해도 단편적인 정보라는 점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 표본의 수나 응답률이 작은 것은 어떤가? 3월 둘째 주 전국 단위 선거여론조사 7건의 주요 데이터를 정리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발표를 보면 조사별 표본수는 2천명 내지 1000명이다. 접촉률은 18.1%~36.2%로 응답자가 전화를 받거나 응답을 시작했으나, 최종 모든 질문을 완료했다고 보는 응답률은 3.9%~14.7%로 한참 낮다. 사람이 녹음한 소리를 들려주느냐 기계음 질문을 들려주느냐 사람이 직접 문항을 읽느냐처럼 조사 방식의 차이가 응답률에 영향을 미친다. 조사 시점도 중요하다.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선호는 조사 당시 응답자가 인지하는 상황적 요인을 고려한 결과이기도 해서다. 언론의 의제 설정과 이슈 프레임이 얼마나 지각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선호 의사를 바꿨다기보다는 조사에 응하는 집단이 달라진다. 한마디로 단기적 쏠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언론은 여론조사가 모집단의 극히 일부의 의견을 확인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효율적인 방식이나 민심을 정확하게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보도해 주었으면 한다. 여론조사에 대한 대중적 불신의 원인은 숫자가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언론과 정치에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 알지 않는가.
미국 군복을 입은 한 젊은 남자가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그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이름은 애런 부쉬넬이다. 나는 미합중국 공군 현역 군인이고 더 이상 제노사이드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극단적인 시위를 할 것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식민지배자들의 손에 당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전혀 극단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는 곧이어 카메라를 땅에 내려놓고 텀블러에 담아 온 휘발유를 온몸에 뿌린 후 불을 붙였다. 25살 애런 부쉬넬은 그렇게 2월 25일 워싱턴 DC에 있는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분신자살했다. 산화해 쓰러질 때까지 그가 수차례 외친 구호는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 였다. 반이스라엘 저항운동을 하다 숨진 미국인은 애런 부쉬넬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3월에는 레이첼 코리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가옥..
세상에서 인간이 만든 것은 모두가 질문의 산물(결과물)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창조하려면 반드시 질문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질문은 호기심과 궁금증에서 비롯된다. 그러기에 교사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 하려면 반드시 학생들에게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대체로 교사는 교육 현장에서 교과서에 있는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리고 수업 막바지에 “오늘 배운 내용(교육과정) 가운데 이해가 잘 안되면 질문하라”고 한다. 이런 질문을 할 때 교사는 답을 가지고 질문한다. 당연히 교사는 자기가 가르친 내용이 정답이라고 믿는다. 무엇보다 교사가 정답이라고 단정한 지식은 이미 특정 분야에서 전문 학자들이 오랜 기간 탐구하고, 경험한 결과의 지식이다. 문제는 결과의 지식으로는 학생들의 창의성 함양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교사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 가르친 내용을 학생들은 암기해 두었다가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좀 거칠게 말하면 자신이 가르친 지식을 학생들이 그대로 먹었다가 그대로 뱉어내는 것이다. 교사가 정답을 가지고 질문하면 학생들의 지적변화에도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질문은 결코 좋은 질문이라 할 수 없다. 좋은 질문이 되려면 하나의 질문에 학생마다 답(표현)이 달라야 한다. 왜냐하면 궁금증과 호기심은 학생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교사가 질문할 때 좋지 않은 태도는 자신만의 답을 미리 가지고 질문하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은 질문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좋지 않은 질문의 예를 들어보면 ‘예(Yes)’ 아니면 ‘아니오(No)’를 유발하는 질문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이런 유형의 질문을 해야만 할 때는 한 번 더 질문을 이어가야 한다. 예라고 반응한 준영이한테는 “너는 왜 ‘예’라고 생각하니?” 또는 아니라고 반응한 준홍이에게는 “너는 왜 ‘아니오’라고 생각하는 거니?”와 같은 질문은 준영이와 준홍이의 생각이 다르기에 질문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질문은 하나의 질문에 여러 개의 답(반응)을 끄집어낼 수 있는 질문이다. 학생에게 있어서 교사의 질문이 중요한 것은 그 질문에 반응(답변)하기 위해 학생들이 여태껏 배워서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하기 때문이다. 이때 뇌세포는 활성화되기 시작하여 변화를 일으킨다. 이를 인지심리학에서는 ‘인지구조의 변화’라고 한다. 이는 곧 교사의 질문을 통해서 학생의 인지구조의 변화를 일으켰기에 교육의 효과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질문은 문제의식의 자극제 역할을 한다. 문제의식은 문제해결의 실마리이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행 조건이 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자문(自問)을 통해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문제의식은 이를 가진 자가 문제해결의 기회를 얻게 된다. 그래서 문제의식은 문제해결의 요체(要諦)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이 행해지는 곳에서는 항상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예리한 질문을 통해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그러므로 문제해결의 시발(始發)인 문제의식을 유도하는 ‘질문’을 학교 교육의 근간(根幹)으로 삼아야 비로소 학생들의 창의성이 길러지고, 그 열매를 맺고 수확하게 될 것이다.
이종섭 호주대사가 21일 귀국했다. 출국금지 상태에서 호주대사로 임명된 후 많은 논란을 뒤로한 채 지난 10일 출국한지 11일 만이다. 외교부는 방위산업 관련 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한다고 설명했다. 외교가에서는 출국금지된 피의자 신분 상태에서 호주대사로 임명된 것도 이례적이지만 급조한 듯한 방위산업 관련국 공관장 회의를 명분으로 귀국한다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귀국 사유는 방산협력 주요국 공관장 회의 및 5월 초 한-호주 외교·국방 2+2 장관회의 사전조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25일 예정이라고 외교부가 발표한 공관장회의는 지난 20일에 결정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해에도 방위산업 공관장 회의가 두 번 있었지만 모두 화상회의로 진행됐다”며 “주요국 대사들이..
1977년 최초로 건강보험 제도를 도입한 우리나라는 12년 만인 1989년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최단기간에 이뤄낸 성과이다. 누구나 큰 부담 없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고 제도 발전에 따른 기대수명 등의 건강지표, 의료 접근성은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우수한 건강보험 제도가 미래의 후손들에게까지 지속 되도록 제도운영의 근간이 되는 보험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바램이자 보험재정 운영 주체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지향해야 할 가장 큰 사명이기도 하다. 보험재정이 적정한 곳에 적절하게 투입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공단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건보공단은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저성장의 기조 속에서 제도의 발전과 지속성을 위해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새로운 부과 기반 마련과 함께 불법·부당한 진료비 지출 억제 등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한 수입·지출 관리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언론기사에서 보험재정 안정성의 위협 요소에 대한 건보공단의 고민을 접하면서 머지않은 장래에 빨간불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지나친 우려일 수도 있지만 대비는 해야 하지 않을까? 건보공단은 보험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불법개설기관(이하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2014년부터 1447건의 사무장병원을 적발하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하니 그간 단속도 많이 해왔다. 필자가 염려하는 대목은 사무장병원 환수 실적이다. 이들이 지난 14년간 건보공단으로부터 편취한 금액은 3조 3762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수사초기 폐업이나 장기화되는 수사 기간(평균 11.5개월) 동안 재산을 은닉하여 3조 1427억 원이 미징수 금액으로 남아있다. 이는 인천·경기 지역가입자의 1년치 보험료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하니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현행 단속체계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대안이 필요하다.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로 불법적으로 개설한 사무장병원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뒤로한 채, 돈만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행위로 국민에게 끼치는 폐해가 막대하다. 모든 범죄영역을 수사하는 수사기관의 입장도 이해된다.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에 한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권한이 주어진다면 효과적인 단속이 가능하다고 본다.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는 것 같다. 현재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 입법화를 위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 일부의 반대 의견이 있을 것이다. 혹자는,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 부여에 대해 전문성과 효과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사무장병원 수사는 보건의료 전문성과 방대한 증거자료가 필요한 수사 영역이다. 건보공단은 2014년부터 사무장병원 조사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어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전문인력도 확보하고 있다. 보건의료 관련 빅데이터도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시각에서 불법개설 혐의점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사무장병원 단속에 최적화된 준비된 기관이다. 전문성과 효과성에 대한 의구심의 시각을 버려도 될 것 같다. 사무장병원은 없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해마다 증가해 질 낮은 의료서비스와 각종 위법행위로 건강보험 제도를 위협하고 있다. 국민이 낸 소중한 보험료가 하루 6억 원 이상 누수되는 현실에서 사무장병원 적발과 편취금액 적기 회수를 위한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이들이 자취를 감추고 건실한 재정과 건전한 의료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 1977년 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골치 아픈 난제를 풀어야 할 때이다. [ 박용열 대한노인회 인천시연합회장 ]
수원의 남북을 가로 지르는 경부선 철도로 인한 동·서 불균형 해소문제는 오랜 현안이다. 경부선 철도는 1905년 개통됐지만 이로 인해 현재까지 수원은 두 개 지역으로 쪼개졌다. 경기도청과 수원시청 등 관공서와 상업시설, 문화기반은 철길의 동쪽에 자리 잡았다. 따라서 철도 서쪽은 상대적인 낙후지역이 됐다. 게다가 군공항이 위치해 있어 소음피해까지 입으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 4·10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철도·도로 지하화 공약이 연이어 발표됐다. 수원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수원시의 여야 국회의원 후보들은 경부선 철도지하화를 공통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월 31일 수원시 장안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수원역~성균관대역 철도 지하화를 공약했다. 수원 동·서간 고착화된 격차를 철도지하화로 해소..
남들이 모두 일하는 평일 오후, A는 또다시 노트북을 펼친다. 화면을 노려본다. 눈앞에 놓인 것을 희대의 난제처럼 느끼고 있다. 하얀 배경에 커서만이 깜빡거린다. 쉬이 글이 써지지 않는다. 자기소개서. 자신을 소개하는 글. 700자 내지 1000자를 기준으로 본인을 소개하는 것이다. 막막하다. 물론 파훼법은 있다. 목적을 생각하는 것이다. 날 먹여주고 재워줄 대감집에 머슴으로 들어가기 위해 쓰는 글인지, 남들이 인정하는 학당에 어울리는 차세대 인재임을 증명하는 글인지, 준비된 전문가로서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는 글인지 등. 나의 특정적인 면을 궁금해하는 상대에게 맞춰 나를 드러내면 된다. 하지만 목적을 안다고 해도 이내 곧 벽에 부딪힌다. 마음의 벽이다. 이게 정말 ‘나’가 맞나? 하는 의심의 벽이거나 목적을 너무나 잘 이해한 탓에 과도하게 멋있어진 글 속의 내가 어색하고 부끄러워지는 양심의 벽이다. 결국 한차례 글을 지우고, 다시 쓴다. 있는 그대로. 어쩐지 아까보다 글이 술술 써진다. 이번의 자기소개는 여러모로 적절해 보인다. 그렇게 글을 완성하고 다시 읽어보면 좌절할 수밖에 없다. 글 속의 인간이 허접하고 쓸모없어서. 갑자기 화가 난다. 이 방식은 너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다. 목적 지향적인 짧은 글로는 온전한 나를 소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나에겐 아주 다양한, 귀한 모습이 있는데 이 자기소개서라는 이름의 퀴즈는 나의 작은 일부만을 답으로 본다. 이 글 때문에 붙어도, 떨어져도 거짓말을 하는 기분이다. 결국 목적을 생각하지 않고, 온전한 나를 써 내려가 본다. 저의 꿈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다정하고, 건강한 사고방식을 갈고 닦아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은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온 시간의 대부분을 제가 속한 크고 작은 공동체 내에서 소임을 다하고 둘러 살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건 어렵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께서는 그만한 시간이 없으시겠지요. 그래서 전 이를 악물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에게 이 일이 꼭 필요하니까요. 저만큼 이 일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비교해 굳이 저를 뽑아야 하는 이유가 있냐 물으신다면 저는 없다고 말할 겁니다. 가끔은 노력하지 않고 행운을 거머쥐고 싶습니다. 예컨대 마음 내키는 대로 쓴 이 자기소개서로 1차 서류 전형을 통과하는 일 따위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꽤 괜찮은 사람입니다. 뽑으시면 후회 안 하실 만큼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잘하게 될지는 보장할 수 없지만 열심히 하는 건 보장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행복과 건강, 재물운이 넘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자기소개를 가장한 고백은 결국 쓰이는 일이 없을 것이다. 다시금 표면적인, 자기 홍보에 중점을 둔, 실제와는 아주 조금만 닮아 있는 그럴듯한 거짓말을 쓰게 될 것이다.
한류가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인들이 한류의 매력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신바람과 흥(興)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문화가 다양한 콘텐츠로 가득한 SNS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파급됐다. 인터넷을 통해 K-POP이 전 세계적인 유행이 됐다. 콘텐츠의 내용도 다양해져 K-POP, K-드라마, K-영화는 물론 K-푸드, 한복, 한옥, 한글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은 한류를 체험하려고 한글을 배우며 한국에 오고 싶어 한다. 이는 한류가 세계인들에게 그만큼 관심을 끈다는 표징이다. 예를 들면 2012년에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가수 싸이(PSY)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재미있고 따라 하기 쉬워 세계적 유행을 낳았다. 또 BTS(방탄소년단)는 ’다이나마이트(Dynamite)‘에서 “내 안의 불꽃들로 이 밤을 찬란히 밝히는 걸 지켜 봐” 라고 노래부른다. 이것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지구촌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이처럼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사운드로 구성된 노래는 빠르게 귀에 착착 들어온다.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포함한 매력적인 이미지, 패선, 헤어스타일, 안무 등을 통해서 큰 호감을 준다, 그리고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영화 <기생충>에는 한국에서의 ’빈부의 양극화‘, ‘소외’와 ‘극복‘, ’계급 갈등‘, ’가족의 해체‘와 ’인간성의 상실’ 등의 주제로 공감을 얻는다. 이처럼 한국의 POP과 드라마 내용에는 냉혹한 자본주의와 경쟁사회 속에서도, ‘인간 본연의 순수함’과 ‘이타심’을 그리는 따뜻한 ‘공동체정신’이 면면이 드러나 있다. 이 점이 세계인들이 한류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즉.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다른 ‘신바람’(神明)과 흥(興)을 갖고 있다. 이는 반만년 전부터 고대 한국인이 지녔던 홍익인간 정신과 평화애호사상, 휴머니즘, 음악과 춤을 좋아하였던 한국인의 풍류가 그 원천이다. 한국인은 대동사회를 추구하며 ‘우리’라는 해원상생(解冤相生)과 공동체정신,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스러움(Natural Life)을 내재화하며 살아왔다. 여기에 다양한 외국 종교를 수용하여 ‘한국적인 것‘으로 원융하여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 왔던 것이다. 이러한 ’독창성‘의 힘이 분출되어 만든 것이 바로 신바람이요 흥(興)이다. 이것이 세계인들에게 바로 전달 소통되었으리라.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멜로디와 몸의 행동, 가사 내용의 언어전달 능력, 독특한 사운드에 의해 세계인들에게 전달된다. 한글의 가사와 함께 벌이는 퍼포먼스는 감정적 소통과 동시에 내면에서 흥(興)을 솟구치게 한다. 사람들은 신바람에 동참하며 멜로디에 맞춘 몸짓의 율동과 언어의 전달,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상호 소통한다. 이것이 바로 한류가 가지고 있는 특징인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세계인들은 자신의 문화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문화를 K-컬쳐에서 확인하고 열광한다. 이것이 한류의 근원이다.
상속세를 부과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가액은 상속개시일 현재의 시가를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부동산과 같이 거래가 빈번하지 않은 자산의 시가는 실제 거래가 있기 전까지는 파악할 수가 없다. 여기서 시가란 상속개시일 전후 6월 이내의 기간(평가기간) 중 확인된 매매가액이나 경매가액, 감정가액 등을 말하는데, 많은 경우 이러한 시가가 없거나 파악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안으로 세법에서는 여러가지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보충적 평가방법이라고 한다. 주요 보충적 평가 방법으로 주택은 단독 주택의 경우 개별 단독주택가격을, 아파트와 같은 공동 주택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그리고 토지의 경우에는 개별공시지가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매년 고시하는 이러한 공시가격은 일반적으로 실제 시가보다 낮게 형성되므로 그만큼 저평가되어 이 금액을 기준으로 상속자산을 평가하면 대체로 시세로 평가하는 것 보다 상속세를 적게 내게 된다. 하지만 상속받은 부동산을 양도 6개월 안에 매도하게 되면 그 매매가액으로 재산을 평가하게 되므로 상속세가 많아질 수 있다. 또한 상속받은 부동산을 담보로 하여 대출을 받는 것에도 유의해야 한다. 담보대출을 할 경우 통상 은행에서는 그 담보물인 부동산에 대해 감정평가를 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감정가액이 공시가액보다 높게 나오므로 이 경우 감정가액이 시가로 인정되어 개별공시지가로 평가하는 것 보다 상속세를 더 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상속개시일 후 6개월 내에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감정을 받는 경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편 반대로 시가와 정부 공시가액의 차이가 큰 토지나 상가 등을 감정평가를 통해 시세에 준하는 가액으로 평가하여 약간의 상속세를 추가 부담하는 대신 추후 양도시에 부담하게 될 양도소득세를 더 많이 줄이는 절세 방안도 고려해 볼 수가 있다. 상속을 받은 부동산을 추후에 상속인이 양도하는 때에는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시세보다 낮은 가액으로 평가하여 상속세를 줄여서 납부한 경우에는 추후 양도 시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상속재산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차감하는 취득가액은‘상속 당시의 가액’으로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속재산 가액을 낮추어 상속세를 적게 낸 경우라면 양도 소득세를 계산할 때 취득가액이 낮아져 양도소득세가 늘어나므로 상속세를 부담하지 않거나 적게 부담하는 수준에서 상속세 재산가액을 높일 수 있다면 추후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는 절세 설계가 가능한 것이다. 실무적으로 상속세에 큰 부담이 없다면 감정평가기관을 통해 감정평가를 받아 감정가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신고하여 추후에 발생하게 될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는 절세 plan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겠다. 먼저 상속인으로 자녀와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는 최소 일괄공제금액(5억 원)과 배우자상속공제 최저공제금액(5억 원)을 합한 10억을 공제받을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상속인으로 배우자와 자녀가 있고, 상속재산은 기준시가가 6억이며 감정 평가액은 10억 원인 부동산이 유일하다고 하자. 이 경우 기준시가 6억 원으로 신고를 하거나 감정평가액 10억 원으로 신고하더라도 모두 배우자공제액과 일괄공제액의 합계금액인 10억 이하가 되므로 둘 중 어떤 평가액으로 상속세를 신고해도 납부할 금액은 없다. 하지만 추후 상속받은 부동산의 양도 시에는 상속재산 가액을 기준시가금액인 6억 원으로 신고한 경우에는 10억 원으로 신고한 경우와 비교하여 취득가액에서 4억 원이 차이가 나고 이 금액만큼 양도세를 더 부담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약간의 감정평가비용이 지출되더라도 감정가액으로 상속재산을 평가하여 신고하는 것이 전체적인 세금을 아낄 수가 있게 된다. 과세표준 1억 원 ~ 5억 원의 구간에서 상속세율은 20%이고 양도소득세율(지방소득세 포함) 은 38.5~44%가 적용된다. 적어도 이 구간에서는 동일한 물건에 대한 상속세와 양도소득세의 합산 과세표준에서 가능하면 양도소득세를 상속세로 전환하는 것이 좋은 절세 방안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격렬한 역사의 과정을 겪은 나라일수록 문화예술 작품들이 뛰어난 건 각 개개인들의 에피소드가 차고 넘칠 만큼 풍부하기 때문이다. 근데 여기서 정작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다. 어두운 역사를 겪은 사람들에겐 선악의 구분 선이 다소 얇을 수밖에 없다. 살기 위해 배신도 했고 한때 지나친 욕망과 오만으로 과도한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기 때문이다. 정치는 자기 눈 앞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 탓, 비난을 하기에 정신이 없지만 예술, 특히 영화는 적어도 자기 반성 없는 비판은 하지 않는다. 영화가 종종 매우 중층적인 주제의식으로 선악이 모호한 결론을 내는 이유이다. 세상의 진실은 절대적일 수 없고 상대적이라는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덧붙여 세상에서 유일한 진리는 변하지 않는 진리란 없다는 것이다라는 명제조차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그렇지 못하다. 자신 아들에게 학교폭력의 전력이 있음에도 모든 자식은 그 부모의 거울이라며 특정 개인을 향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근데 그 정도는 귀여운 수준이다. 자신의 자녀 역시 유학을 보내기 위해 이런저런 스펙 쌓기를 막대한 돈을 들여 ‘인공적으로’ 만들어 냈다는 의혹이 큰 상황임에도 오히려 특정 집안의 교육 방식을 범죄로 몰아 끝내 그 자녀의 모든 학위를 취소시키게 했다. 그러면서 그들을 범인으로 부르기를 서슴지 않는다. 아직도 그들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벼른다. 근데 그게 그렇게까지 할 일인가. 많은 사람들은 진작부터 그 사안이 지닌 ‘상대적’ 진실을 알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닿으면 지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요즘 한 비례정당의 돌풍은 상대적 진실이 절대적 진실보다 늘 더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이다. 언젠가 이 모든 소동, 만신창이 진흙탕 싸움은 모두 영화로 기록될 것이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는 칠레 영화 ‘공작(Duke, 公爵)’을 보면 진정한 사회적 복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칠레의 현재를 배경으로 세기의 학살자이자 독재자였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아직 살아 있으며, 그의 나이는 250살인데, 그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아닌 드라큘라, 곧 뱀파이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피노체는 그가 평소 즐겨 입던 화려한 장군 복장과 큰 칼을 차고 사람들의 심장을 파서 피를 마시며 다닌다. 사람들, 민중들의 피를 빨아 먹는 것, 국민들의 고혈을 짜내는 것은 학정 때인 옛날이나 민주화가 이루어진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 ‘공작’은 흑백영화로 화면이 주는 아우라(aura)는 매우 어둡지만 기이한 통쾌감을 준다. 칠레의 영화감독 파블로 라라인과 칠레의 관객, 칠레의 비극을 지켜봐 왔던 세계인들은 천수를 누리다 죽은 피노체트의 가슴에 이제야 비로서 십자가로 된 대못을 박는 심정이었다. 1973년 피노체트가 탱크를 몰고가 민선 정부의 대통령이었던 아엔데를 기관총으로 난사해 죽이고 정권을 찬탈했을 때도 프랑스는 바로 2년 후인 1975년 ‘산티아고에 비는 내린다’란 영화로 피를 토하듯 피노체트에게 분노를 표시했다. 앞으로도 몇 번이고 영화는 피노체트에게 복수와 분노, 회개와 반성, 사과를 요구하는 채찍을 휘두를 것이다. 그러니 한국의 정치인들이여 좀 더 예민하고 냉정해질지니. 모든 것이 기록에 남겨지고 있을 터이고 당신의 이름, 당신의 행동 하나 하나가 역사영화에 등장하게 될 것이로다. 후손에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라.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유치원 때 배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