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의사들의 파업 이슈가 뜨겁다. 의대증원을 하겠다는 정부와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의사들이 사직서를 내고 현장을 떠나고, 현장에는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가 있다. 의사는 돌아올 것인가. 아니면 돌아와야 하는가. 사람들은 의사가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환자의 불편은 늘어나고 그만큼 의사의 윤리적 책임에 대한 질타가 잇따른다. 생명을 살리는 직업이라는 의미에서 사람들은 의사가 도덕적이고 이타적인 선택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북쪽에도 의사들의 소심한 파업이 있었다. 의사도 생존해야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데, 의료계는 비생산부문이라 식량공급에서 제외했다. 의사들이 서로 약속 하고 동시에 치료를 중단했다. 속히 식량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생존하기 어려운 시기였고, 위협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이었다. 생명을 살리는 기술은 있어도 가족을 살릴 아무런 준비도 못한 의사들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했기에 의사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의사가 없으면 치료해줄 사람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과 며칠안에 일어난 일이지만 멍청하게 가만히 있었던 사람보다 훨씬 나은 용기였다.
합의제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공정이 논란되고 있다. 업무의 독립과 공정을 지향하는 방통위가 2008년 방송·통신의 융합 설치 등 법률(방통위법) 제정 이후 심각한 파행을 겪고 있다. 위원장의 교체 과정, 5인 위원 중 3인 위원의 추천·임명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5인 합의체가 2인만으로 운영되는 비정상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국정운영과 정책의 다름 등이 권력 유지와 지속을 위한 방송의 ‘지배’, 공영방송의 ‘장악’이란 시비를 야기하고 있다. 1963년 제정된 방송법이 1980년 언론기본법으로 대체되면서 설치된 방송위원회는 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 추천 등 각 3인으로 구성됐다. 이후 방송법의 제정·폐지제정의 과정을 거치면서 국회 추천 비율의 3분의 2로 높임 등 구성 방법의 변경이 있었고, 2008년 방통위의 구성은 대통령 지명 위원장 및 위원 1인, 국회 추천 위원 3인(여당 1인, 야당 2인)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야당의 방송법(KBS)·방송문화진흥회법(MBC)·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 개정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으나 대통령의 재의요구에 부결됐다. 대통령은 추천 단체의 편향성 등을 재의 이유로 제시했다. 동 개정안은 국회에서 이전
이곳에서 1942년부터 1982년까지 약 40년간 4700여 명의 소년들이 강제노역, 구타, 가혹행위 등 인권을 유린당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어린 생명들이 세상을 떠나야 했다. 안산시 단원구 선감로 101-19 일원에 설치됐었던 소년 강제수용시설 선감학원 이야기이다. 기록과 증언록을 보면 이게 과연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들인가, 공무원들이 이런 가혹한 일을 저지는 게 맞나 하는 의심마저 든다. 빠져나갈 길 없는 이곳에서 강제 노동과 폭력으로 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한 피해자는 “강제노동과 기합 받고 매 맞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배고픔과 인권유린을 견디지 못하고 헤엄쳐 탈출하던 아이들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바닷물에 휩쓸려 죽었다. 시신은 근처에 암매장 됐는데 매장도 선감학원 원생들에게 시키기도 했단다. 여기서 생명을 잃은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지난 2022년 9월 26일 선감학원 희생자들의 시신 150여 구가 묻힌 것으로 조사된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개토제(開土祭)가 열리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15년 당시 부좌현(안산단원을)의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선감학원 사건 진상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2020년 12
지난 3월 8일부터 일주일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는 열린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2024에서 ‘특이점이 온다’(2005)의 저자인 세계적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29년까지 인공지능이 인간수준의 지능에 도달할 것이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11월 뉴욕타임즈 행사에서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의 발언도 유사한 맥락이었다. AI업계의 큰 손들은 이제 5년내 인공일반지능(AGI) 시대의 출현을 가시화하고 있다. 이른바 ‘특이점 시대’의 도래이다. 지난해 주목받던 생성형 AI에 관한 관심이 올해는 콘텐츠형 AI로 옮겨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전에 AI가 세상에 미칠 파급력을 예측하고 대응플랜을 짰다면 오후에는 플랜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도처에서 벌어진다. 특이점을 상상키도 전에 AI업계는 우리 일상의 질서를 새롭게 재편할 채비를 마친 듯하다. 3월 22일, 영국 기술매체 ‘The Register’는 1983년 ‘기술적 특이점’을 대중화한 SF작가 버너 빈지의 사망소식을 발빠르게 보도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 자신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는 세상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많은 이들이 AI 관련주의 등락에 촉각을 세울 무렵, ‘새 시대’에 대한 북한
지난 3월 28일, 온라인 장터의 대파 한 단 가격은 1kg에 2320원. 동네 대형 슈퍼마켓은 한 단에 2980원이었다. 계산대 직원에게 물었다. “대파 한 단에 1000원짜리는 없나요?” 직원은 “저희는 세일해서 2980원인데, 그런 곳도 있나요?”라고 되물었다. 윤 대통령의 ‘875원 대파 값’ 발언이 일파만파인 가운데, 고단한 점원의 답변엔 시사(時事)에 대한 무관심이 듬뿍 묻어났다. 일부의 사회지도층이 민생과 괴리돼 있다면, 일부의 서민층도 정치 현장과는 격리돼 있다는 것. 유레카! 민생은 생각보다 더 낮은 곳에 위치했다.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개인의 삶이 영위되려면 제도와 정책이 국민의 형통을 위해 진보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정년의 연장, 휴무제 확대 등이 빠른 시일 내에 검토돼야 한다. 또한 농민, 대중소기업인,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선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도록 정부의 보조금·지원금 지급 등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민생 해결을 위해서다. 이런 점에서 물가 관리는 국민 행복의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 과제다. 필자는 작년 8월, “물가상승, 민생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간 집권여당과 정부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과일
울창하게 잘 조성된 전나무, 편백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가 걷는 많은 숲길은 사람들이 정성 들여 가꾸어 온 것이지 자연 그대로 숲이 아니다. 좋은 일자리 창출도 기업인, 근로자의 혁신 노력과 공공부문의 인프라 구축, 인력양성 등 3개 경제주체 간 협업에 달려있다. 기업은 왜 혁신을 해야 할까? 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설비투자, 인건비 등 비용은 지속 증가하나, 제품 및 서비스 가격 인상은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 설문조사(딜로이트)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79%는 지속적인 혁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혁신기업 수익이 일반기업보다 평균 11%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혁신 필요성이 뒷받침된다. 우리나라 기업이 추구하는 혁신은 어느 유형일까? 창업의 2가지 유형 중, 에디슨형은 원초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산업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전화, 전신 등 세상에 없던 기술을 개발하여 상품화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형은 현존하는 기술이나 상품의 융복합으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유튜브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근로자도 혁신에 동참해야 할까?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인간 일자리의 47%가 AI로…
경기도가 오는 4월부터 추진하는 ‘2024년 아파트 노동자 인권보호 및 인식개선 지원사업’에 눈길이 쏠린다. 공동주택 관리종사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고용안정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왜곡된 아파트 문화에 기인하는 크고 작은 잡음들이 빈발하고 있는 시점에 작지만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다. 도민들의 평화롭고 안락한 아파트 생활을 증진하는 새로운 문화창달에 의미 있게 기여하길 기대한다. 올해부터 추진하는 이 사업의 주요 내용은 ‘착한아파트 문화 확산을 위한 인식개선’, ‘아파트 현장 모니터링단 운영’ 등 2가지다. ‘착한아파트 문화 확산을 위한 인식개선 사업’은 경기도가 올해부터 추진하는 사업으로서 시·군과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생활 밀착형 인식개선 캠페인을 실시하는 사업이다. 착한아파트는 공동주택 관리종사자의 고용안정(근로계약 1년 이상)과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입주민과 상호 존중하는 상생협력단지를 의미한다. 도는 인식개선 캠페인 기획 영상을 제작해 G버스, 아파트 내 미디어보드, 도 공식 유튜브 채널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전방위적 홍보를 펼칠 예정이다. 또한 ‘아파트 노동자 상생협력 공동선언식’을 열어 지역노동센터, 공동주택 노동단체 등과
인문학 수업 때였다. 요즘 젊은 학생들에게는 어떤 고민이 있는지 질문했다. 사람의 사는 모습은 서로 닮아있기에 20대 중반의 학생들 대답은 대동소이했다.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고민부터 현재 생활에 대한 것까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고민을 토로한 학생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아~나랑 비슷하네’를 연발했다. 각자의 상황에서 나온 이야기였지만, 다른 듯 비슷한 서로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했다. 연신 끄덕거리며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모습은 지금까지의 고민이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점에 안도와 위안을 느끼는 듯했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였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공감(Empathy, 共感)’은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칼 로저스(1975)는 ‘상대방의 삶에 들어가 상대의 깊은 의미를 감지하고 경험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즉,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 등을 이해하고 마치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처럼 정서적 동질감을 느끼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공감은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된다. 오늘도 어디선가에서 마음이 힘들었을 당신에게 누군가가 당신의 마
그는 독일에서 온 사람이었고, 우리는 분명 한국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대화 주제는 어째서인지 한국의 개인정보보호 환경으로 옮겨갔고, 이내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 해, 정부가 내외국인의 출입국 생체정보 약 1억 7000만 건을 당사자 동의 없이 민간 기업에 제공했던 사건이 있었다. 사건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며 마무리되었다. 놀란 표정으로 관련 뉴스를 찾아보던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독일이었으면 내각이 모두 사퇴했을 거예요…” 우리는 늘상 선택지를 고민한다. 하지만 나에게 결정권이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묻는 것만큼 사안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질문도 드물다. 물 흐르듯, 어물쩍 결정되어버리는 사안이야말로 중요한 의제다. 내게는 왜 결정권이 없는가? 누가 결정하는가? 지난 13일 통과된 EU 인공지능 법은 위험 정도에 따라 인공지능 서비스에 대한 규제 정도를 달리한다. 교육 분야 인공지능 서비스는 고위험으로 분류된다. 고위험 등급으로 분류된 인공지능 서비스는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정확도가 요구되며, 외부 감사를 위해 상세한 문서와 로그 기록 체계, 위험 최소화를 위한 안전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교육
돌이켜보면, 10대를 거쳐 20대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내가 어떤 일을 좋아 할지,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들보다 잘하는 일이 없었고 내게 맞는 직업을 찾기 위한 정보도 없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적성에 맞는 진로를 상담해 주는 곳은 없었고 각자의 생존은 개인의 몫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청소년기에 직업을 선택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였다. 학교 성적에 따라 대학과 전공이 전해지고 그 선택은 한 사람의 인생을 규정짓는데 충분했다.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은 실업계로 불렸던 직업계고에 진학하거나 곧바로 직업 전선에 뛰어 들었다. 막스 베버(Weber, M.)는 세속적인 직업노동이 신으로부터 부여 받은 소명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직업의식이 완전함을 추구하는 길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는 소가 웃을 일이다. 누구나 안정되고 좋아하는 직업을 가질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노동은 신의 소명도 아니고 무간지옥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다행히도 지금은 과거와 다르게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직업을 선택할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