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중부대로 102, 지번으로는 팔달구 인계동 208-6 성빈센트병원 건너편 풍림빌딩 건물에 수원제일평생학교가 있다. 1963년 수원제일야학으로 시작, 지금까지 60년 동안 6000명이 넘는 졸업생 배출했다. 예나 지금이나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운영되는 건 마찬가지다. 건물에 불이 나자 고등동성당 교리실 등을 전전하다가 교사와 졸업생·재학생들이 일일찻집을 여는 등 모금운동을 벌여 평동 교회 한 층을 빌려 교실을 마련했다. 이후 수원 매교동의 건물 3층에 있다가 2019년 현 건물로 이전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학령기에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60~70대가 많다. 2000년 전까지는 정규 중·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청소년과 청년, 낮엔 일하고 밤에 공부하러 오는 청소년 노동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늙거나 젊거나 모두 배움에 목이 말라있으며 ‘못 배운 것이 한이 된’ 사람들이다. 이 학교에서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문해(文解) 교육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정규 과정의 배움의 기회를 놓친 사람들에게 제2의 교육기회를 제공한다.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인성교육과 사회교육을 실시해 성실하고 당당한 사회인으로 사
‘기쁘다’와 ‘즐겁다’, 이 두 말은 비슷해 보인다. 그 말이 그 말 같다. 무언가를 흐뭇하고 좋게 느끼는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아도 이 두 말은 그 의미를 상당 부분 공유한다. ‘기쁘다’는 ‘욕구가 충족되어 마음이 흐뭇하고 흡족하다.’이고, ‘즐겁다’는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쁘다.’로 풀이하고 있다. ‘즐겁다’ 안에 ‘기쁘다’가 있는 것 같고, ‘기쁘다’ 안에 ‘즐겁다’가 있는 것 같다. 사전은 ‘기쁘다’의 용례로 “시험에 합격하여 정말 기쁘다.”를 들고 있고, ‘즐겁다’의 용례로 “놀이를 하며 즐겁게 지냈다.” 등등을 들고 있다. 구체적 용례를 보아도 이 두 말의 의미를 얼른 구분해 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말이란 비슷할 수는 있지만, 그야말로 똑 같은 뜻의 말이 두 개 있을 수는 없다. 무언가 미세하게라도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말로 나타나는 것이다. 설령, 사전적 의미가 유사하더라도 두 말이 쓰이는 맥락이 미묘한 차이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다가 사전에 등재된 말의 뜻이라도 언제나 고정불변의 절대적 의미로 고착되지 않는다. 이 분야를 다루는 의미론(semantics)에서는 어떤 말이든 그 말을
정조는 1789년 10월 11일 수원의 옛읍치에 현륭원을 조성했고, 1790년 2월 8일에는 현륭원을 처음으로 참배하기 위해 창덕궁을 출발했다. 그리고는 동쪽의 흥인지문으로 나가 말을 타고 뜬다리(浮橋)를 건너 과천 관아에 이르렀고, 다시 출발하여 사그내(沙斤川)에서 잠시 휴식 후 수원 관아에 이르러 밤을 보냈다. 이때 한강을 건넌 나루는 사람들이 수원을 오갈 때 일반적으로 건너던 동재기나루도, 새로 선택한 노들나루도 아니었다. 문헌 기록에 나루의 이름이 나오지는 않으나 동쪽을 향하는 흥인지문으로 나갔다고 하니, 사도세자의 관을 영우원에서 현륭원으로 옮길 때 뜬다리를 만들어 건넜던 뚝섬나루인 것 같다. 1790년 7월 1일, 정조는 배다리 제작의 다양한 내용을 담은 규정집인 '주교지남'을 신하들에게 공표했다. 이때 배다리(舟橋)를 만들 곳으로 노들나루를 최종 선택했고, 배다리 설치를 담당할 관청인 주교사(舟橋司)도 신설하여 노들나루에 설치하기로 했다. 그 결과 1791년 1월 16일, 1792년 1월 24일, 1793년 1월 12일의 현륭원 참배 때는 창덕궁-숭례문-노들나루(배다리)-남태령-과천을 거쳐 수원의 화성행궁에 도착했다. 1794년 1월 12일에는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진행하는 ‘2025년 전국 예비 창업자·창업 7년 이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 경진대회 경기 창업 공모(G-스타 오디션)’에 무려 777개 팀이나 몰렸다는 소식이다. G-스타 오디션에 폭발적으로 많은 팀이 참가한다는 것은 일단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수한 창업 아이템을 보유하고도 활로를 찾지 못해 목말라하는 기업·기업인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해 씁쓸한 현상이기도 하다. 올해 G-스타 오디션의 참가팀은 지난해(421개 팀) 대비 84.5%나 증가해 경쟁률이 77대 1을 기록했다. 경기도는 창업 경진대회 운영을 통해 지역 제한 없이 우수한 창업 아이템을 보유한 창업가를 발굴, 사업화 자금과 글로벌 진출 기회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경진대회는 예선(서류 평가) 심사 마무리 단계이며, 다음 달 중 본선(발표 평가)을 거쳐 결선을 진행한다. 결선은 오는 10월 1~2일 열리는 글로벌 스타트업 박람회 ‘2025 경기 스타트업 서밋’과 연계해 박람회 현장에서 공개 발표 평가 형식으로 진행한다. 본선과정을 거쳐 총 30개 팀이 결선 무대에 진출하며, 이 가운데 10개 팀이 최종 수상팀으로 선정된다. 최종 10개 팀에는 총
규제 완화, 규제 혁파는 어떤 대통령 선거에서나 심심치 않게 제시되었던 공약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인공지능 규제 완화 논의만큼 본격적으로 다루어진 경우는 드물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수준은 이제 국가의 경제 및 국가 경쟁력과 동일시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주장이 타당한지 검토해볼 겨를도 없이, 세계 각국은 자국민이 자국 국경 내에서 창업하고 발전시킨 인공지능 기업이 하나라도 더 등장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불꽃 튀는 세계 경쟁 와중에 치러지는 대선이니, 앞으로 들어설 정부가 인공지능 기업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려 하는지 후보자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이 지당하다. 그러나 규제 완화(de-regulation)란 도대체 무엇인가? 일단 규제를 완화하면 이 나라의 인공지능 생태계는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혼란스러운 것은 어째서 정부는 언제나 기업 육성과 규제 완화를 외치는데, 기업은 규제 좀 없애 달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규제 완화의 이상적 이미지는 흔히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경쟁이 유지되며 혁신적인 시장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시장 행위자들은 가격 메
어리석은 ‘비상계엄’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결과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신뢰할 만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가 “따놓은 당상”이다. 어찌 됐든 새로운 정부에서 할 일은 엄청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 반드시 청산해야 일과 급한 일과 시간이 걸리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 등이 있을 것이다. 민주제도가 정착되고 어느 정도 문화강국으로 부상한다고 생각한 대한민국이 하마터면 50여 년 전 독재국가로 돌아갈 뻔했다. 이 원인을 분석하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그것을 찾아 청산하고 개혁하지 않으면 또다시 국민을 위협하여 권력을 찬탈하는 세력들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근본적 원인 중 하나를 ‘교육’이라고 본다. 나는 초등학교 등굣길. 그 시간과 거리가 그렇게 싫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그 학교는 서울 변두리에 생긴 지 얼마 안 된 학교였기에 학교 앞길이 일부만 포장이 되었고 많은 부분은 그냥 흙이어서 비가 오면 운동화가 빠져 쩍쩍 달라붙는 진창이 되었다. 사방에서 교문 앞으로 "몰려드는" 학생들의 등교하는 발걸음들이 바빴다. 여기서 강조하고픈 단어는 "몰려드는 바쁜 걸음"이다. 늦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우르르 몰려드는 나를 포함하여 "바쁜 아이들"이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국민건강증진법과 지자체 조례에 따라 금연구역이 지정돼 운영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어 허울뿐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흡연자들의 개념 없는 끽연 행위 등으로 인해 아이들이 놀이터 등에서 담배 연기에 노출되는 일이 비일비재해 고통을 호소하는 일이 잦다. 성인보다 훨씬 더 취약한 성장기 아동들이 맹독에 가까운 담배 연기에 무단 노출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미비한 제도를 빈틈없이 보완하는 것은 물론 흡연자들의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 국민건강증진법과 지자체 조례에 따라 학교, 의료기관, 대형 건축물 등 장소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해당 구역에서 흡연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나 여전히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어린이 교육시설 및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해당 시설과 함께 인근 3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어린이 놀이시설은 해당되지 않아 어린이를 비롯한 시설 이용자들의 간접흡연 불편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놀이터 인근 도로에 담배꽁초가 쌓여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부 시민들은 공공연히 담배를 피우며 놀이터를 가로질러 지나기도 한다. 어린이 놀이터 인근 주민들은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었다. 경기신
기록은 쉽습니다. 몇 줄로 요약한 평생도 그렇습니다. 기록된 평생은 몇 줄의 만남과 그보다 더 길게 남는 헤어짐입니다. 자식으로 만났다가 부모가 되어 헤어집니다. 앞서고 뒤따름에는 정해진 순서가 없습니다. 가을 다음은 겨울이고 그다음은 분명히 봄이라야 하지 않습니다. 부모보다 먼저, 사랑보다 앞서, 그리움보다 빨리, 떠나버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떠나는 버스를 붙잡을 수는 있어도, 약해지는 호흡과 잦아드는 맥박을 되살릴 수는 없습니다. 영원히 살 수 없습니다. 헤어짐은 필연입니다. 사랑으로도 묶어둘 수 없습니다. 날개 달린 것들은 날개에 힘이 생기면 둥지를 떠납니다. 발로 서는 것들은 발로 서는 순간 떠남을 예고합니다. 꼬리로 헤엄치는 것들은 알을 낳음으로 혈연을 끊습니다. 인연이 아름다운 것은, 헤어질 수밖에 없는 한정된 삶이 있어서입니다. 영원히 살 수 없어서, 마감할 수밖에 없는 관계는 더 오래 기억됩니다. 그것이 삶의 아이러니입니다. 산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입니다. 헤어짐은 순간입니다. 순간일수록, 오래도록 마음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이별의 순간인데도, 방금 지나친 일처럼 떠오릅니다. 함께 걸었던 골목의 촉감이 구두에 밟히고,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 한 분이 대화 중 문득 "저는 말을 많이 하면 기가 빠져나가는 것 같이 지쳐요" 하였다. 사연인즉슨 그는 어린 시절부터 종갓집의 종손으로 각종 집안 행사에서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인사하며 잘 맞이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늘 받았다 내향적이고 말수가 적은 아이에게 처음에는 큰 압박이었지만 자라면서 내면화되어 지금은 하고 싶지 않아도 말하며 분위기를 좋게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그러다 보면 종종 소진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였다. 그의 몸은 내원 때마다 자율신경 검사(Heart rate variability; 심박변이도)검사상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비율이 10대 1 정도로 교감신경이 과 항진되어 있었다. 그에게 “ 항상 전투 모두에 있는 것과 같이 긴장되어 있어요. 비유하자면 초원에서 맹수에게 쫓기고 있는 상태와 비슷하지요. 계속되면 긴장 초조 불안한 느낌이 나고 잠도 잘 들기 어렵고 소화 대변 소변 등이 이상이 나타나기도 해요. ” 라고 설명하였다. 그는 실제로 조금만 긴장해도 땀이 많이 났고 밤에 잠들기가 어렵고 여러번 깨고 종종 소화가 잘 안되었다. 그에게 자율신경과 장기능을 돕는 한약과 함께 이완호흡, 마음챙김을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만만찮게 비가 내리던 날 이천시 화장장 후보지 '단천리'를 다녀왔다. 미리 포털사이트 지도를 이용해 주변 여건을 샅샅이 살펴보았고, 행정안전부와 이천시 홈페이지에 수록된 현황과 여건 등도 어느 정도 파악한 다음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4차선 도로 쪽으로 적절한 차폐시설만 설치한다면, 나무랄 것이 없는 화장장 건립 후보지라고 보았다. 이런 후보지를 제안한 지역민의 혜안과 이를 확정한 이천시장의 빠른 결단은 높이 치하를 받아 마땅하다. 지난 긴 세월 동안의 논란을 잘 알고 있기에 이런 평가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지 조사에 나서기 전부터 궁금증 하나를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안팎 여건과 환경이 괜찮은 화장장 건립 후보지가 왜 이제야 나타났을까 하는 점이다. 시 당국에서 알고 있던 후보지였다면 업무를 잘못해 온 것이고, 모르고 있었다면 무능하다고 지적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어느 날 불쑥 좋은 후보지가 나타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천시 화장장 건립 움직임을 처음 접한 것은 2007년 전후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 필자는 공직에서 나와 ‘화장 운동’ 시민단체에 막 몸을 담은 때였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오랫동안 이천시 화장장 건립 후보지 논란
지난 24일은 세계 조현병의 날이었다. 1986년 미국의 조현병 재단(NSF)이 조현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질환에 대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제정했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필리프 피넬 박사가 1792년 5월 24일 쇠사슬에 묶여 있던 정신과 환자들을 풀어줘 이 날을 기념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질환자들을 꺼려하지 않고 이해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신질환자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사회적 낙인은 여전하다. 이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모든 정신질환자들도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2023년 8월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분당점 일대에서 승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은 뒤 백화점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두른 최원종 사건이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졌다. 이보다 앞선 2019년 4월 진주에서는 피안득 사건도 일어났다.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사망케하고 6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최근에도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강북구의 한 마트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60대 여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