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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

혐오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

경기신문은 윤리강령에 따라 취재와 보도에서 지역, 계층, 종교, 성, 나이, 학력, 직업 간 차별을 조장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 헌법 또한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제11조1항)고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뿐만 아니라 5․18민주화운동 왜곡과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에 대한 모욕까지 혐오표현은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경기신문은 미디어가 사회의 혐오표현을 막고, 시민의 인권의식을 높임으로써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이에 경기신문은 막중한 저널리즘의 책무와 윤리의식 아래 모든 혐오표현, 나아가 어떠한 증오와 폭력의 선동에도 반대한다는 명확한 원칙을 밝히고 다음과 같은 내용을 실천할 것을 선언한다.

이 선언은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10개 단체가 참여한 ‘혐오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이다.


1. 우리는 평소 혐오표현의 개념과 맥락, 해악을 충분히 인식하고, 다양한 사회현상과 발언 등에 혐오표현이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전달하겠다.

혐오표현(Hate Speech)은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지향, 종교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에게 모욕·비하·멸시·위협 또는 차별․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을 말한다.

혐오표현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집단의 존엄성을 침해하며, △공론장에 참여할 실질적 기회를 박탈하고 공적 토론의 장을 왜곡하여 다양성을 본질로 삼는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며, △차별적 사회구조를 확대‧재생산함으로써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혐오표현은 표적이 되는 집단에 관한 부정적 관념이나 편견을 담고 있는 모든 표현을 뜻한다. 여기에는 말이나 글뿐만 아니라, 몸짓과 무시나 침묵 등의 행위, 기호, 그림 등도 포함된다. 세월호 단식 농성장 앞에서 폭식투쟁을 벌인 행위, 브라질 축구선수를 원숭이로 비하해 바나나를 던진 유럽 관중의 행위는 대표적인 혐오표현이다. 혐오표현은 부정적 관념이나 편견에서 나오지만 “장애인은 착하다”, “흑인은 신체능력이 뛰어나다” 등 긍정적 고정관념도 당사자들에게는 혐오표현이 될 수 있음에 유의한다.


2. 우리는 가부장제, 레드콤플렉스, 지역주의와 같이 통치 수단으로 이용되어온 관념들을 당연한 ‘사회윤리’로 포장하거나 ‘미덕’으로 치부하지 않겠다.

외모와 신체, 나이에 따라 여성의 '상품 가치'를 매기고, 여성을 남성의 성적 도구로 묘사하는 것은 해묵은 혐오표현이다. 혐오표현은 국민을 훈육・통제하거나 정치적 반대자들을 솎아내 무력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이용되기도 한다. 특정 인물이나 집단에게 레드컴플렉스의 낙인을 찍거나(빨갱이, 종북), 특정 지역민을 비하하는 표현(홍어, 전라디언)은 오랫동안 독재 정부가 부추겨 온 혐오표현이므로 지양해야 한다. 이러한 혐오표현에 대해 아무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경우 자칫 사회가 혐오표현을 용인하고 있다는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으므로 미디어는 적극 대응해야 한다.


3. 우리는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 북한이탈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를 열등한 존재로 규정하고, 편견을 확산시키거나, 이들이 위험을 야기할 것이라는 공포를 부추겨 그들을 사회에서 배제하는 혐오표현에 적극 대응하겠다.

사회·경제적인 불평등 현상이 심화하면서 확산되는 혐오의 흐름이 있다. “동성애가 에이즈를 유발한다”거나 “난민때문에 범죄가 늘어난다”는 등 사회적 소수자 때문에 다수 국민이 손해를 보고 고통을 받게 되므로 이들을 사회에서 배제 또는 추방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지곤 한다. “이주민이 일자리를 빼앗고, 탈북민이 재정을 거덜낸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국가의 조치를 ‘역차별’로 매도하면서 여성이나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확산시키기도 한다. 미디어 종사자는 이들에 대한 혐오와 적대감이 표출되는 현상 그 자체를 전달할 게 아니라, 인권의 관점에서 해석한 뒤 전달해야 한다.


4. 우리는 주요 정치인, 고위 공무원, 종교 지도자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이 하는 혐오표현은 더욱 엄격하게 비판적으로 바라보겠다.

정치인의 장애인 비하발언과 차별표현이 문제가 되고 있다. 혐오표현을 하는 사람이 사회에서 어떠한 위치와 지위에 있는가는 혐오표현의 해악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요소다. 같은 혐오표현이라도 유력 정치인이나 종교 지도자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이 발화하는 경우 청중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더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일부러 혐오표현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정치인이 학교 비정규직 급식 노동자 파업 당시 “밥하는 동네아줌마” 라고 말하거나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나라에 기여한 것이 없으니 내국인과 차등 인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혐오표현이 그렇다. “군 동성애가 국방력을 약화시킨다”거나 “에이즈환자 때문에 재정이 고갈된다” 등 성소수자에 대한 정치인의 혐오표현도 마찬가지다. 미디어 종사자는 정치인의 의도적인 혐오표현을 그대로 중계할 게 아니라 그 배경과 맥락을 파악하고 비판적으로 전달하는 게 바람직하다.


5. 우리는 가짜뉴스나 왜곡된 정보에 기반한 혐오표현은 철저한 팩트체크를 통해 비판적으로 전달하겠다.

혐오표현은 허위조작정보를 통해 확산된다. 이런 경우 혐오표현은 학문적 견해, 과학적 증거, 사실 보도의 외형을 띠기도 하고 학문적·정치적 논쟁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통계나 사진처럼 객관적인 형식을 취하거나 얼핏 보면 중립적으로 보이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자료의 왜곡은 5·18 북한군 개입설이나 일본군 성노예 문제 등 역사 왜곡에서 흔히 나타난다. 객관적인 증거로 제시된 자료들도,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교묘하게 배열하거나, 편향된 정보를 무리하게 부풀린 경우가 많다. 이러한 왜곡 및 허위조작은 대상 집단을 열등하거나 비정상적인 존재로 간주하는 인종주의, 지역주의, 성차별주의, 외국인혐오증, 동성애혐오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 종사자는 이런 허위조작정보 및 왜곡된 정보를 신중하고 꼼꼼하게 체크한 뒤 전달해야 한다.


6. 우리는 경제적 불황, 범죄, 재난, 전염병 등이 발생했을 때 혐오표현이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인권의 측면에서 더욱 면밀히 살피고 전하겠다.

재난과 질병 등 불행한 사건이 발생할 때 혐오표현은 더 자주 등장한다. 불행의 원인을 다른 집단에게 돌려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다. 관동대지진 때 일본인들이 재일 조선인들을 대량 학살한 게 대표적 사례인데,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2019년 6월 붉은 수돗물 사태 원인이 이슬람 소행일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것이다. 이러한 근거 없는 혐오표현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것은 “그들이 위험한 집단이기에 그들의 인권을 제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정당화하고, 대상 집단에 대한 폭력의 명분으로 이용될 위험도 있다. 미디어 종사자는 이들에 대한 혐오와 적대 현상을 단순 전달할 게 아니라, 사회적 분쟁의 책임이 특정집단에게 전가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여 전달해야 한다.


7. 우리는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일제강점기를 찬양하며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를 모욕하는 등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발언과 연구 등을 혐오표현으로 보고 이를 지적하겠다.

역사부정 표현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부정이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을 선동하는 혐오표현이다. 반인륜 범죄의 대상이 된 대부분의 집단은 사회적 소수자이고, 그에 대한 혐오, 차별, 폭력이 누적되어 집단학살로까지 나아간 경우가 많다. 이런 맥락에서 반인륜 범죄를 부정하는 것은 반인륜 범죄를 정당화하거나 반인륜 범죄의 대상이 되었던 사회적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독일 등 유럽에서는 홀로코스트 등 반인륜범죄와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관한 역사적 진실을 부인·왜곡하는 것을 역사부정 표현으로 처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