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광장 /조은길 잡초 뽑는 여자들이 납작 엎드려 훑고 지나간 시청 앞 잔디광장은 초록 콜타르로 미장을 하 듯 초록으로 만장일치다 만장일치로 주저앉아 있다 날 선 구둣발이 머리통을 마구 짓밟아도 구린 엉덩이로 숨통을 틀어막아도 만장일치로 침묵하고 민장일치로 인내하는 저 무지막지한 평화주의자들 가까이 가서 보니 아무도 들고 일어나지 못하게 서로의 오금을 껴당기고 있다 핏줄이 시퍼렇게 뒤엉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초록에는 제 살을 꼬집으며 참는 긴긴 설움의 가족사가 있다 - 시집 ‘입으로 쓴 서정시’ / 천년의 시작·2019 햇볕을 가릴 수 있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일렬로 나란히 앉아 잔디에 섞여 있는 풀을 뽑아나가는 여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펼쳐진다. 그들이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면서 풀에 가려져 있던 잔디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때로는 뿌리가 뽑힐 때도 있지만 그 뿌리는 얽히고설켜서 한 몸처럼 되어 있다. 시인은 ‘만장일치로 침묵하고 만장일치로 인내하는 무지막지한 평화주의자들’이라고 말한다. 그 평화가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가는 ‘서로의 오금을 껴당기면서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라는 것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이 통과되었다. 여야 대치정국으로 심의가 지연되다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뺀 ‘4+1협의체’의 수정안이 통과되었다. 여당과 공조한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모두 원내 교섭단체가 아니다. ‘+1’인 대안신당은 아직 정당도 아니다. 아무튼 의원 156명이 찬성하여 형식적으로는 다수결원리를 충족하였다. ‘합의가 안 되면 다수결’이 민주적 결정방식이다. 하지만 다수결이라 해서 무조건 정당한 것은 아니다. 올해 예산 476조원보다 9.1% 늘어난 512조원 규모의 확장예산인데 확장예산 자체는 찬성의견도 많다. 그러나 예산은 단순한 총액 문제가 아니다. 항목별로 세밀한 평가가 필요한데 그러한 평가가 생략된 채 졸속으로 이루어졌다. 심사과정이 공개되지 않고 속기록이 작성되지 않은 채 힘 있는 여야 의원의 지역구 잇속 챙기기는 여전하였다. 게다가 수입을 정하는 세법 등 예산부수법안에 앞서 통과되어, 얼마를 벌지도 모르는데 돈 쓸 데만 신경 쓴 꼴이 되었다. 다수결은 충분한 토론이 선행되어야 정당성을 가진다. 다
박물관은 오랜 옛 날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돼 온 모습을 통해 선인들의 지혜와 정신, 역사의 변천과정 등을 알 수 있는 소중한 문화시설이다. 즉 과거의 흔적이나 발자취, 뿌리를 알아볼 수 있는 역사의 체험·문화 교육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수원시에는 3개의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최초로 2008년 10월에 수원박물관이 개관한데 이어 2009년 4월 수원화성박물관, 2014년 3월 수원광교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세 곳의 박물관은 공통적으로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의 수원지역에서 살았던 선조들의 생활상, 지역의 변천 자료 등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각 박물관이 특화된 주제를 갖고 운영되며 수원의 역사와 뿌리를 알게 해준다. 박물관별로 특성화 돼 운영되고 있는 수원시의 박물관들은 수원의 변화상,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한국스포츠, 한국 서예 등의 역사와 뿌리를 접할 수 있는 소중한 문화교육 공간이다. 우선 맏형격인 수원박물관은 수원에서 발굴, 발견된 선사시대부터의 유물을 전시한 ‘수원역사관’이 있다. 또 조선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문인들의 다양한 서체와 서화를 볼 수 있는 ‘한국서예관’이 수
얼마 전 해양수산부가 ‘2020년도 어촌뉴딜300 사업 신규대상지’ 120곳을 선정·발표했다. 경기도에서는 ▲시흥시 오이도항 ▲안산시 행낭곡항 ▲평택시 권관항 ▲화성시 고온항 ▲화성시 국화항 등 5곳이 선정됐다. 인천에서도 ▲서구 세어도항 ▲강화군 창후항 ▲강화군 황산도항 ▲옹진군 장촌항 ▲옹진군 자월2리항 등 5곳이 뽑혔다. 이들 어촌에는 앞으로 3년간 국비·지방비(경기도 554억원, 인천시 497억원)가 투입된다. 이 사업비로는 선착장 정비 및 물양장 조성, 주변경관 정리, 커뮤니티센터 건축 등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사업이 펼쳐진다. 어촌뉴딜300 사업은 낙후된 어촌의 생활 인프라를 개선하고, 지역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가기 쉽고, 찾고 싶고, 활력 넘치는 ‘혁신어촌’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사업이다. 또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지역밀착형 생활SOC사업인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9년도 70개소를 선정한 데 이어 2020년도 신규대상지 120개소를 선정했다. 앞으로 2022년까지 총 300개소를 선정할 계획이라는데 2024년까지 약 3조 원(국비 2조1천억원, 지방비 9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기도와
지난 10일 국회에서 ‘민식이법’이 극적으로 통과됐다. 이에따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과속 단속 카메라(CCTV)’ 설치 의무화 ▲지방자치단체장의 신호등 우선 설치(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의 가중처벌(특정범죄 가중처벌 법률개정안)이 가능해졌다. 이 법안이 통과된 다음날 가중처벌이 무리하다는 등 문제를 제기한 일부 어른들이 있었다. 이들의 주장은 제한속도인 시속 30㎞를 지켜 운행하더라도 어린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참 얍삽한 어른들이다. 제한속도 30㎞가 어린이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면 20㎞로, 그래도 안된다면 10㎞로 낮추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책임을 어물쩍 어린이들에게 떠넘긴다. 돌발사고에 대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야비한 변명에 숨어서다. 어린이 행동은 본래 예측불허다. 그래서 학교 주변에서만이라도 저속운행을 하라는 것인데, 뭐가 시빗거리란 말인가. 기껏해야 3~5분 천천히 가는 것이다. 어린이 안전보호는 무조건이다. 그런데 경기북부 스쿨존 CCTV의 민낯은 너무 부끄럽다. 10개 지자체의 스쿨존 1천55곳에 달랑 66대만 달려있다. ‘민식이법’으로 어린이 교통안전에
현대건설·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수원시 팔달구 교동 155-41 일대(팔달6구역 주택재개발)에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이 13일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나섰다. 2천5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로 팔달구 재개발 첫 분양이다.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은 지하 3층~지상 15층 33개 동 규모로 조성되는 2천586가구 중 조합원분을 뺀 전용면적 39~98㎡ 1천550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걸어서 2~3분 거리에 분당선 매교역이 있으며, 850m로 걸어서 1호선 수원역을 이용할 수 있다. 또 매산로·효원로 등을 이용한 단지 진입이 쉽고, 영동고속도로 동수원IC, 경수대로 등으로 접근성도 좋다. 수원역에 있는 환승센터는 수원뿐 아니라 안산, 화성 등 인근지역을 운행하는 107개 노선 총 1천251대의 버스가 경유한다. GTX(수도권광역급행열차) C노선이 금정~수원 구간을 연장하면서 지난해 12월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수원발 KTX 직결사업(경부선 서정리역~수서고속철도 지제역)도 진행 중이며, 안산을 지나 인천까지 연결되는 수인선 연장사업(2020년 개통 예정)과 트램 도입도
1980~1990년대 까지만 해도 시청률 60% 넘는 인기를 누렸던 씨름은 팬들의 외면으로 2000년 이후 존재감을 상실, 침체를 거듭해 왔다. 출범 당시 모래판엔 전통을 구현하는 요소는 거의 없었다. 해가 거듭 할수록 스토리텔링이 약했던 것도 침체의 원인 이었다. 특히 이만기, 이준희, 강호동 등 개성 강한 몇몇 스타에게 의존하던 선수층이 엷어지면서 더욱 그랬다. 거기에 외환위기와 함께 프로팀이 해체되고, 체중 제한이 거의 없는 백두급 선수들의 비대화로 승부의 긴장감이 뚝 떨어져 팬들의 발길을 더욱 돌리게 했다. 이랬던 우리 전통 씨름이 부활의 날개 짓을 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모래판 ‘아이돌’로 불리는 젊은 ‘몸짱’ 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식스팩이 드러나는 근육질 몸매에 역동적인 씨름 기술까지 겸비해 시합 때 마다 관중을 사로 잡고 있다. 그러면서 ‘씨름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젊은 여성 팬들 또한 경기장으로 몰려들며 씨름의 부활에 힘을 보태고 있다. 덕분에 ‘씨름’ 연관 검색어가 연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하는 등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얼마 전 씨름 경기 동영상하나가 유튜브 조회수 200만을 돌파하
주막(酒幕) /백석 호박잎에 싸오는 붕어곰은 언제나 맛있었다//부엌에는 빨갛게 질들은 팔八모알상이 그 상 우엔 새파란 싸리를 그린 눈알만 한 잔盞이 뵈었다//아들아이는 범이라고 장고기를 잘 잡는 앞니가 뻐드러진 나와 동갑이었다./울파주 밖에는 장꾼들을 따라와서 엄지의 젖을 빠는 망아지도 있었다. 유년의 기억을 생생하게 포착한 이 시는 주막에서 건져 올린 애환의 정경과 시골마을의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잘 그려져 있다. 신경림 시인이 백석의 「주막」 이 작품을 감동받은 작품으로 꼽아서「농무」와「파장」같은 작품의 원천이 되었다고 술회했었다. 백석시인의 이야기 시는 앞서서도 논했지만 인간적인 시점들과 자신이 듣거나 이미지 차원보다도 대상의 실제적인 모습을 말하는 상상한 것들을 타인에게 이야기를 전하려고 하는 상징이기에 개인주의보다는 연대의식이, 배타의식보다는 포용의식이 들어 있다. 생동감 있게 풍경을 구체적이고 따스한 시로 남는다. 유년의 고향은 늘 그립다. 그 유년의 거울은 추웠고 어둠이 깔린 연기소리가 만연했지만 이 겨울 친구들과 막걸리 한잔이 생각나는 날이다. 시인도 유년의 풍경과 그리움들을 담아낸듯하다. 고요한 시골마을의 정경이 부드럽고 따스한 겨울밤처럼
현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시위대가 ‘이게 나라냐’를 외치면서 대통령을 탄핵하고 구속시켰고, 국내외적으로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그런데 벌써 국민들은 이 정부를 ‘이게 나라냐’고 되묻는다. 이 정부가 내세운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적폐청산과 국방·외교·경제·교육 등 모든 정책이 잘못돼 빚어진 결과다.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930번 이상의 외침을 받아 이겨낸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다. 1945년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 이후 민족의 선각자들은 어떤 나라를 세울 것인가에 대하여 고심을 다했다. 특히 북녘의 조만식 선생은 조선민주당을 창당해 민주주의 국가를 세워 나가는 일에 전력을 다했으나 김일성 공산주의 집단에 의해 암살당했다. 그러나 8월 15일 그 해방이 우리들의 힘으로 해방이 된 것이 아니라 미국·중국·소련 등을 포함한 연합국들의 힘에 의해 해방된 것이 문제였다. 상상도 못하였던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분단돼 오늘에 이르렀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 시작된 신생국 120여개 나라는 거의 사회주의를 선호
요새 신문기사를 보면 SSM 마켓에 대한 말들이 많다. 대기업에서 경영하는 대형마켓이라 골목 상점들이 다 죽는다고 야단들이다. 이런 세상에 아직도 재래식 구멍가게가 있다면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간판도 후줄근하고 가게 모색도 낮고 초라하다. 뿌연 유리창 너머로 가게 안에 옴츠리고 앉은 50대의 주인 남자가 보인다. 그는 오늘도 탁자 위에 소주병을 올리고 앉았다. 나는 가계 문을 밀치고 들어가, “아저씨, 라면 어디 있어요?” 하니 사내는 팔을 들어 어둑한 가게 한쪽 구석을 가리킨다. 나는 눈에 띄는 라면 몇 봉지와 껌 한 통을 들고 주인 앞으로 다가갔다. 술 취한 주인 남자의 역겨운 체취가 콧구멍을 감싼다.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급히 껌 껍질을 뜯어낸다. 그리고는 뜯은 종이를 눈앞의 빈 쓰레기통으로 던지는 참이었다. “어허. 그건 거기 들어갈 쓰레기가 아니여.” 갑자기 주인 남자가 정색을 하고 한마디 한다. “이거 쓰레기통 아니에요?” “보면 몰러? 그건 빈 통이여.” “그럼 쓰레기통은요?” 주인 남자가 또 팔을 들어 가리킨다. “저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