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늘의 전시] 이미지 중심에서 벗어나 물질 자체에 주목하다, '잔여의 정치학'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면서 오늘날 미술 작품은 전시장보다 디지털 화면에서 먼저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압축된 이미지와 빠른 스크롤 속에서 작품은 짧은 시간 안에 이해돼야 하며, 명확하게 보일수록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추상미술 역시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가'에 따라 평가되고 있다. 이 같은 조건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미지가 아닌 물질 자체에 주목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예술공간 아름 지하 1층에서 열리고 있는 김재남의 '잔여의 정치학'이다. 이번 전시는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지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으로 남겨진 것. 즉 잔여는 완성되지 못한 결과나 불필요한 부산물로 여겨지지만, 작가는 이를 하나의 진행 중인 상태로 바라본다. 남겨진 물질 역시 시간과 조건 속에서 계속 변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바닥을 가득 채운 꼬막 껍질과 벽면의 작품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자연스럽게 쌓인 꼬막 껍질과 목탄 가루의 흔적은 특정 이미지를 재현하기보다 물질이 시간 속에서 형성한 결과를 그대로 드러낸다. 별자리처럼 보이기도 하는 목탄의 흔적 역시 작가의 의도된 표현이라기보다, 중력과 공기의 흐름에 따라 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