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칸 영화제’ 외유와 거짓 해명 등의 논란으로 사퇴압박을 받으면서도 의장직을 고수해 의회를 파행까지 몰고갔던 경기도의회 윤화섭(민·안산) 의장이 여야의 불신임안 처리 압박에 결국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외유 논란이 불거진 지 41일만이다.
이번 윤 의장의 사태로 인해 그간 관행처럼 이어져온 산하단체의 편법 예산지원 등 국내외 ‘외유성 연수’들이 철퇴를 맞게 됐다. 또 첫 외유로 인한 의장직 사퇴와 회기 소집기간에 본회의가 모두 열리지 못하는 파행 등 불명예 기록을 남기게 됐다.
특히 도의회 다수당이자 윤 의장의 친정인 민주당은 의장의 사퇴여부를 둘러싸고 내홍과 갈등을 겪으며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됐다.
■ 외유 파문 사퇴 첫 사례= 윤 의장이 의장직에서 사퇴함에 따라 1956년 개원한 경기도의회는 지난 57년 동안 총 4명의 의장이 자의반타의반 의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4대의회 유재언 의장은 1997년 교육위원 선출과 관련한 금품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의원들의 사퇴 압박에 자진사퇴한 바 있어 윤 의장은 두번째 불명예 퇴진의 기록을 남겼다.
또 외유에 나서면서 도의 예산 지원단체 여비를 받은 점, 외유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 해명을 한 점이 논란의 중심이었지만 의장이 외유에 나섰다는 이유로 의장직에서 물러난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처음이다.
특히 누구보다 청렴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도의회 수장이 “도덕적으로는 잘못했지만 법적으로는 잘못이 없다”고 한 발언은 경기도의회의 위상에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6대의회 홍영기 의장, 7대의회 진종설 의장은 각각 국회의원과 시장 출마를 위해 의장직을 내놨었다.
■ 의정 파행 선례= 윤 의장은 칸영화제에 가기 위해 경기도와 전라남도 상생협약식에도 불참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백모상 등 거짓 해명을 한 것이 들통난 뒤에도 법적으로 책임질 사안이 아니라며 자진사퇴를 거부해 왔다.
이로 인해 도의회는 제279회 임시회를 위해 소집한 기간동안 예정됐던 두 차례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자동으로 회기가 연장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개회도, 폐회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부 상임위가 민주당 단독으로 편법 운영됐고 새누리당이 발의한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에 대해서도 의회사무처가 재척사유에 해당하는 의장의 접수권한을 고집하는 등 생뚱맞은 해석 적용으로 논란을 빚었다.
여야는 불신임안을 공동으로 처리키로 하고 본회의 개최에 합의, 개회도 폐회도 못했던 제279회는 19일 만에 산회됐지만 지방자치 부활 22년째를 맞는 도의회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 내홍·갈등…심각한 후유증= 윤 의장 사태는 윤 의장의 친정인 민주당의 갈등으로 번졌다.
윤 의장 사태에 대해 민주당의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는 등 내홍을 겪었다.
특히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지도부 공백사태가 빚어지면서 윤 의장과 같은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부 의원들이 윤 의장 살리기에 나서면서 당내 파벌이 형성되는 등 컨트롤타워를 잃은 민주당은 만신창이가 됐다.
윤 의장 사태에 대한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한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해서도 민주당 내에서는 권익위에 신고한 대상자 물색에 나서면서 온갖 유언비어들이 난무했고 서로 헐뜯는 과정에서 당내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의 외유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 의원행동강령, ‘윤화섭 조례’ 제정되나= 이번 윤 의장 사태로 ‘경기도의회 의원행동강령 조례안’이 재조명받게 됐다.
윤 의장이 칸 외유에 나서기에 앞서 열린 본회의에서 운영위원회가 의결한 의원행동강령에 대한 상정을 거부하면서 이번 외유가 특히나 더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결과로 행동강령제정에 반대하던 새누리당도 행동강령 제정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적극 동참키로 하는 등 의회 내 분위기 반전이 이뤄졌다.
또 본회의에서 부결됐던 ‘경기도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에 관한 조례안’도 재추진될 예정이다.
국외여행외유성 공무국외여행을 원천차단하기 위해 모든 공무국외여행에 심사를 받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번 조례안은 ‘윤화섭 조례’라고 불리기도 했다.
의회 자정 노력의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취지의 이들 두 조례안이 의원들의 인식변화로 본회의 통과에 성공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