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28일로 딱 1년이 된 가운데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부정청탁과 과도한 접대를 현저히 줄여 청렴 문화 정착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시행 과정에서 농어민과 소상공인이 심각한 피해를 봤고, 모호한 적용 기준으로 적지 않은 혼선도 빚어져 소위 ‘3·5·10 규정’의 개정 등 현실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학교에서는 학부모 면담 시 촌지나 케이크 등 선물이 사라지고, 병원에서는 진료·수술 날짜를 앞당겨 달라는 등의 민원이 급격히 줄었다.
특히 공직사회의 접대문화가 확연히 줄어든 것은 물론 공직자 등이 1년 전만 해도 위법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소액금품에 대해서도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실제로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과태료처분이 내려진 사건 21건을 분석해보면 과자·음료수·떡과 같은 간식을 공직자에게 제공했다가 줄줄이 2배 이상 과태료처분을 받았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 금품수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3만원)·선물(5만원)·경조사비(10만원)를 대통령령이 정한 범위까지 허용한다. 이를 ‘3·5·10’ 규정이라 한다.
앞선 사례의 과자·음료수·떡은 선물 상한선인 5만원을 넘지는 않지만, 제공자와 공직자의 관계를 볼 때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의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기에 과태료처분을 받은 것이다.
이밖에 ▲민원인이 업무 담당 공무원에게 3만3천원짜리 한과를 택배로 보냈다가 과태료 10만원 ▲사찰 사무장이 문화재 담당 공무원에게 10만원을 줬다가 과태료 20만원 ▲변호사가 관내 법원 판사의 식사대금 2만8천원을 몰래 냈다가 과태료 11만2천원을 부과받은 사례 등이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대부분 금품을 받은 공직자가 스스로 신고한 경우다.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는 2만3천874개 공공기관이 작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10개월간 접수한 금품 등 수수신고 620건 가운데 공직자 등의 자진신고가 64.7%(401건)를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선물제공과 접대가 더 ‘음성화·고급화’됐다는 지적도 한다.
공직자 등이 소액금품은 ‘큰일 날라’ 자진신고를 하지만, 고가의 금품을 주고받는 경우가 여전히 있다는 뜻이다.
청탁금지법의 이른바 ‘3·5·10’ 규정을 둘러싼 논란은 시행 1년을 맞아 거세지고 있다.
농축수산업, 화훼농가, 소상공인들은 매출감소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며 “추석 전에 응급조치가 안 되면 내년 설 전까지는 꼭 청탁금지법을 보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10·10·5’나 ‘5·10·5’로 상한액 조정, ‘농수축산물과 전통주를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 품목서 제외’ 등의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임춘원기자 l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