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통합파 의원 9명이 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탈당했다. 이로써 보수통합이냐 자강이냐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바른정당은 결국 분당이라는 파국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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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그동안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주장해온 이른바 ‘통합파’ 의원들로, 6선인 김무성 의원, 4선의 강길부·주호영, 3선의 김영우(포천·가평)·김용태·이종구·황영철, 재선의 정양석·홍철호(김포을) 의원 등이다.
이들은 이날 ‘통합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보수세력이 갈등과 분열을 뛰어넘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하나가 돼야 한다”고 밝히고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폭주와 안보위기 심화를 막기 위해 모든 보수세력이 하나 되는 대통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의 집단탈당 사태는 13명의 의원이 한국당으로 복당한 지난 5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로, 1월 24일 33명의 국회의원으로 창당한 바른정당에는 이제 11명의 ‘자강파’ 의원만 남게 됐다.
국회의원 수만을 놓고 볼 때 약 10개월 만에 ‘3분의 1’ 규모로 쪼그라든 모양새다. 국회 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 기준인 20석도 무너지며 ‘비교섭단체’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여야 4당 체제로 운영돼온 국회는 당분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121석)과 제1야당인 한국당(107석), 그리고 국민의당(40석) 등 여야 3당 체제로 재편된다.
탈당 의원들은 오는 8일 오전 한국당 ‘보수통합 추진위원회’ 위원들과 사전 접촉을 한 뒤 같은 날 바른정당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9일 ‘친정’인 한국당 복당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날 탈당 선언에 이름을 올린 9명 중 한 명인 주호영 의원은 현재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맡은 만큼 바른정당의 ‘11·13 전당대회’ 이후 탈당 및 한국당 복당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복당이 이뤄지면 한국당의 몸집은 현재 107석에서 116석으로 커지면서 민주당의 ‘원내 1당’ 지위를 위협하게 된다.
바른정당 통합파는 그동안 한국당 등 보수진영 대통합을 요구해 왔고, 한국당이 지난 3일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등 친박계 청산에 속도를 내자 사실상 탈당 결심을 굳혔다.
바른정당은 전날 ‘11·13 전당대회 연기 및 한국당과의 통합 전당대회’ 중재안을 놓고 심야 의원총회를 열고 담판을 벌였지만, 통합파와 자강파의 현격한 입장차가 좁히지 못해 결국 파국을 맞았다.
바른정당의 이번 집단탈당 사태는 국회 내 역학 구도에 즉각 미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집단탈당 사태로 보수통합의 물꼬가 터지면서 바른정당 잔류의원 11명 중 6명만 더 한국당행을 택할 경우 ‘원내 1당’ 지위가 민주당에서 한국당으로 넘어가게 된다.
/임춘원기자 l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