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새벽 70여 일간의 ‘도발 침묵’을 깨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함에 따라 물밑에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던 관련국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중국 특사의 방북 직후 대북 테러지원국 재지정 카드를 쓴 미국은 이번 발사를 계기로 제재·압박의 고삐를 더욱 당길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이 유엔 안보리 소집을 즉각 요청한 가운데, 미국은 안보리에서 대북 유류 공급에 추가적인 제약을 가하는 등의 고강도 추가 제재 결의를 도출하려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러와의 이견으로 고강도 안보리 제재 도출이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은 북한과 거래한 중국 등 제3국 기업들을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카드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다뤄야 할 상황”이라며 “우리가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은 중·러와의 절충이 불가피한 안보리 제재에 연연하기보다는 독자 제재와 압박 쪽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대북 제재 움직임에 북한은 추가적인 도발로 맞설 가능성이 커 보여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도발 중단 국면을 더 길게 유지하며 내년 2∼3월 평창 올림픽·패럴림픽을 국면 전환의 중대한 계기로 만들어 보려던 우리 정부의 구상도 일단 시련에 봉착했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시기를 저울질하며 최소한의 남북 대화채널 복원을 모색해온 정부의 노력은 당분간 힘을 받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북한의 향후 행보, 북미 간의 물밑 소통 결과에 따라 전격적인 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우선 북한이 일반의 생각보다 빨리 ‘핵개발 완성’을 선언하며 내년 일정 시점부터 평창올림픽 참가 발표, 대남 대화 제의 등 유화 공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임춘원기자 l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