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깨우는 사람 /이현승 아이들과 함께 잠들었는데 새벽에 방문을 여닫는 인기척에 깬다. 자면서 한사코 이불을 걷어차는 유구한 역사의 식구들, 죽은 사람의 눈을 감기듯 이불을 덮어주고 간 아내의 손끝이 한없이 부드러워 잠 깨어 다시 일어난다. 일어나 앉아 자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내 눈을 감기고 옷 입혀줄 큰아이가 옹알옹알 잠꼬대를 한다. 뭉텅뭉텅 잘린 말끝에 알았지 아빠? 한다. 잠꼬대를 하는 것도 나의 내력이라 내림병이라도 물려준 양 얼굴이 화끈거린다. 저 눈꺼풀 안의 눈빛이 사탕을 녹여 부은 듯 혼곤하리라. -이현승 ‘생활이라는 생각’ 참 담소한 시다. 화려한 수식이나 비의를 통한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들이 없다. 내용 또한 우리 생활 속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으며 읽고 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렇듯 시는 특별한 것이 아닌 우리 일상 속에 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이러한 시와 다를 바 없으니 이 세상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일평생 시를 살다가는 것이다. 한 가정의 가장이라면 한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한 밤 중 일어나 보는 내 자식들, 옹알옹알 잠꼬대를 하는 아이와 이불을 덮어주는 아내의 부드러운 손길과, 일어나 앉아 자는
나무가 잎을 떨어뜨려 몸을 비우고 있다. 가지만 남은 나무, 잎이 무성할 땐 보이지 않았던 나무의 여백이 보인다. 깊어진다는 것은 버린다는 것일까. 계절에 마침표가 없듯 겨울 한 철. 속으로 깊어질 나무를 본다. 태양이 순해지고 나무가 잎을 품기 시작하면 물줄기를 뿜어 올리던 나무의 수액이 겨울이 되면 부동액으로 바뀐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나무는 그렇게 홀로 견디며 살아내는 법을 터득했을 것이다. 나무가 잎을 버렸을 때 비로소 숲이 보이듯 세월이 깊어질수록 쌓이는 삶의 단면들을 들여다본다. 나무의 나이테가 그러하듯 더러는 넓게 더러는 칼끝 하나 들어갈 여유도 없이 팍팍한 모양새를 만들며 세월이라는 지층을 그려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이 오십, 지천명이면 하늘의 뜻을 알 때이고 이순이면 삶의 경륜이 쌓이고 사려와 판단이 현명해져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라는 선자들의 말씀과는 달리 한 살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아등바등하며 표정이나 행동이 거칠어짐을 느낀다. 오히려 젊은 날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도 깊었고 참고 견디는 것이 미덕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하거나 날카롭지 않았는데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면서 이런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에 불만이 생기
지난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발표한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인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간에는 새로운 기류가 형성됐다. 두 정상은 이 선언에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을 천명했다. 통일과 남북 공동 번영, 평화라는 기대치가 높게 솟았다. 이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단체들의 남북교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많은 지방정부들이 남북교류 관련 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도내에서는 수원·고양·성남·용인·연천·파주·광명·동두천·부천·시흥·안산·안성·안양·여주·의정부·이천·평택·포천 등이다. 조례 내용은 상호 이해 기회나 자리를 마련, 단절된 공동체를 회복하고, 평화통일에 기여하기 위해 문화, 관광, 체육 등 각종 남북 교류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지방정부의 조례와 남북교류협력위원회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정부들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 할 수 있는 권한도 약하고 추진여력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는 지방정부가 북한과 교류하려면 사전 통일부에 방문승인과 접촉신고 등의 허가를
의정부시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높았다. 적어도 경기북부지역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투자와 대우 모두 주변 지자체들보다 좋았다는 것이 지역 문화예술인(문예인)들의 증언이다. 그 중심에 의정부예술의전당(전당)이 있었다. 다양한 공연과 전시들이 이뤄졌고 문예인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문예발전을 논의했다. 말 그대로 경기북부 문화예술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이랬던 전당이 뼈와 태를 바꿔 맞추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길’을 선택했다. 외형은 의정부문화재단(재단)이다. 전당이 재단법인으로 전환한지 12년 만이다. 그동안 전당이 일궈낸 성과는 적지않다. 경기북부지역 문화예술의 허파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문화예술 공급원으로서 지방문예회관의 모범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경기북부지역에서 기초문화재단의 실질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 지역문화예술발전을 위한 중추적 역할을 했다. 재단으로 한단계 오르기 위한 토양을 다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뼈(骨)와 태(胎)’를 새롭게 장착한 재단은 스스로 갈 이정표를 이렇게 세웠다. ▲각종 문화예술 정책개발 및 지원 사업 강화 ▲문화예술교류 확대 ▲문화예술 창작 및 보급을 통한 지역문화 활성화 ▲문화자원 및 전문 인력 발
영국 BBC나 가디언 등에는 댓글창이 아예 없다. 무자비한 악플 테러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의미에서다. SNS 트위터는 악플에 대처할 수 있는 ‘댓글 숨기기’ 기능을 추가해 22일부터 적용했다. 또 올해 초 캐나다를 시작으로 미국과 일본 등 3개 국가에서 답글 숨기기 기능을 시범 운영했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했으며, ‘답글 숨기기’ 기능 적용 국가를 전 세계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10월 31일부터 다음 연예뉴스에 댓글창이 사라졌다. 네이버도 작년 10월 기사에 대한 댓글 제공 여부를 언론사가 직접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당사자를 죽음 까지 이르게 하는등 악플로 인한 폐해가 워낙 커서다. 사회학자들은 악플에 대한 심리를 두 가지로 분류한다. 모든 사람이 악플러가 될수 있다는 잠재적 심리가 하나다. 특정한 성격 장애나 병리적인 장애를 가진 이들이 보이는 문제 행동의 심리, 즉 정신병리학적 심리가 또 하나다. 여기에서 비롯되는 유형은 워낙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조차 힘들다. 인신공격형·낚시형·광고형·장난형 등등. 악플이라는 ‘생지옥’에서 시달리다 못해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탤런트 설리는 세상에 큰 화두를 던졌다. 아울
숙박료 /박찬세 종례 시간에 선생님이 애들 이름을 부른다 다 나랑 친한 애들이다 종민이, 근영이, 군희, 그리고 내 이름까지 부른다 또 우리가 뭘 잘못했지? 생각하는데 생각이 안 난다 사실 생각 안 날 때가 제일 겁난다 변명거리를 준비 못 하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한숨을 내쉬며 말씀하신다 - 야 니네들 왜 수업료 안 내?! 이번 주까지 꼭 내! 그리고 찬세 너는 맨날 자니까 수업료 말고 숙박료 가져와! - 박찬세 청소년 시집 ‘눈만 봐도 다 알아’ 왜 우리는 끼리끼리만 친한 걸까. 잘 난 사람들끼리만, 못 난 사람들끼리만, 부유한 사람들끼리만, 가난한 사람들끼리만. 그건 그렇다 쳐도, 왜 우리는 매사에 제대로 대처를 못하는 것일까. 집에서나 모임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내가 뭘 그렇게 잘 못 했기에 겁을 먹고 매번 변명거리를 준비해야 하는 걸까. 그것까지도 다 그렇다 쳐도, 또 왜 우리는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더 이상 배려해주지 못하는 것일까. ‘수업료 말고 숙박료’ 가져오라는 말, 무거움을 가벼움으로 바꿔주는 말, 곤경을 웃음으로 바꿔주는 말. 왜 우리는 그런 마음에서 자꾸 멀어지는 것일까./김명철 시인
인천경기기자협회(회장 최원재)는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2박 3일간 중국 상해에서 집행부 연수를 진행했다. 이번 연수는 임시정부수립 및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협회 집행부 소속 18명이 상해임시정부를 견학해 독립운동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3·1 운동의 정신을 되새기고자 마련됐다. 연수 2일차인 23일 진행된 상해임시정부청사 견학에서는 임시정부의 역사를 담은 영상물 시청과 함께 전시관에 비치된 가구, 서적, 사진 등 유물을 탐방하면서 당시 시대상과 독립운동의 취지에 대해 공감을 이루는 시간이 됐다. 또 상해임시정부 기념관 운영을 위한 협회 차원의 기부금도 전달했다. 이밖에 이번 연수기간 동안 협회 집행부는 상해역사박물관, 타이캉루 예술거리 등을 함께 둘러보면서 회원사간 협력 관계를 다지고, 인천 및 경기 지역 언론 발전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진행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최원재 인천경기기자협회장은 “애국지사들의 피와 땀이 곁들어 있는 임시정부와 독립운동 현장에서 인천, 경기 지역 언론인들이 함께 미래상을 모색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며 “이번 연수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생발전하는 인천경기기자협회가 되
힐스테이 에코 덕은 오피스텔 현대엔지니어링은 22일 힐스테이트 에코 덕은 오피스텔의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나섰다. 힐스테이트 에코 덕은은 고양시 덕은지구 업무 2·3블록에서 오피스텔과 오피스, 판매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단지다. 복합단지의 규모는 지하 6층에서 지상 최고 17층 이며 총 1,229실이다. 이 가운데 오피스텔은 735실이며 오피스텔로 공급되는 면적은 48㎡(계약면적 기준)며 단층형과 다락형으로 공급된다. ▲ 상암DMC, 난지 한강공원 및 월드컵 공원과 가까운 명실공히 '상암 생활권' 힐스테이트 에코 덕은이 위치한 덕은지구는 서울 마포구와 강서구를 연결하는 가양대로를 사이에 두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마주하고 있어 고양 삼송지구나 고양 향동지구에 비해 서울과 더 가까운 입지다. 특히 MBC본사와 YTN, CJE&M 등의 미디어 기업들이 몰려 있는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업무시설과 반경 약 2.5km 거리로 가깝고, 또한 가양대교를 건너면 LG사이언스파크, 코오롱 생명과학 등이 있는 마곡지구다. 힐스테이트 에코 덕은의 쾌적한 환경도 눈길을 끈다. 가까운 거리에 남서측으로 부터 남동측까지 난지 한강공원
지구 온난화로 대규모 풍·수해, 해일, 대설 등 자연재난 발생 위험과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대비책 가운데 하나는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민들은 적지 않은 보험료가 부담이 된다. 이에 정부는 풍수해보험 가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풍수해보험은 자연재난 시 사유재산의 자율방재능력을 높여 국민생활안정에 이바지하기 위해 2006년에 처음 도입됐다. 정부에서 52.5~92%를 지원해주는 선진형 정책보험이다. 최소 일반은 52.5%, 차상위계층은 75%, 기초생활수급자는 86.2%, 소상공인은 34%의 보험료를 지원, 지자체 재정여건에 따라 최대 92%까지 추가지원도 가능하다. 저렴한 보험료로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재난관리제도인 것이다. 파손정도에 따라 정액으로 일부만 지원되는 재난지원금과는 달리 가입금액의 최고 90%까지 보상 가능하다. 보험금도 지급 결정 후 7일 이내에 지급받음으로써 신속하게 피해복구를 할 수 있다.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지진 등 모두 8개 유형의 자연재난 피해 보상을 받게 된다. 상가는 1억 원, 공장은 1억5천만 원, 재고자산은 3천만 원까지 보험가입
사실 실망했다. 민선7기 경기도 홍보물에 아직 성차별적인 요소가 남아있다니. 하긴 도민 대표(도지사)가 바뀌었다고 조직 전체가 급변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변화는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아야 한다. 특히 성(性)에 대한 차별의식은 신속히 박멸해야 한다. 공정한 경기도를 홍보하는 매체에 성차별 요소라니 부끄럽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기도 하지만 의식이 존재를 규정하기도 한다. 조직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그 조직의 실체를 규정하는 까닭이다. 무의식적으로 뱉는 말 속에는 그 사람의 세계관이 묻어있다. 성인지(性認知) 교육을 꾸준히 해야하는 이유다. 도정 홍보물에서 이같은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성인지 관점의 홍보물 가이드를 마련하기 위한 조사결과에서다. 도는 도가족여성연구원과 함께 지난 8~11월까지 도정 홍보물 249종의 홍보 영상 및 이미지에 대한 성인지 점검을 실시했다. 이 결과 53종 89건의 성차별적 요소를 발견했다. 20%를 웃도는 수준이다. 유형별로는 ▲성역할 고정관념 및 편견 48건(53.9%) ▲성별 대표성 불균형 28건(31.5%)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편견 9건(10.1%) ▲성차별적 표현 외모지상주의 4건(4.5%)순이다. 성차별 사례를 살펴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