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손종수 옥상에서 문득, 내려다본 골목길 바삐 걷던 할아버지 걸음 멈추시고 뒤돌아본다 이런, 너무 빨랐나? 저만치서 종종걸음 숨 가쁘던 할머니, 곁으로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 손잡고 나란히 느릿느릿 걷는다 지켜보던 눈도 입술도 저절로 느릿느릿 보드라운 곡선 그린다 - 시집 ‘엄마 반가사유상’ / 2019 시인은 옥상으로 올라간다. 밖으로 난 녹슨 철제 계단을 한발 한발 딛는데, 발밑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선명하다. 그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자신의 앞으로 자욱하게 펼쳐진 풍경을 바라본다. 문득 골목길을 내려다보는데, 한 할아버지가 바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고 있다. 할아버지는 한참을 저만치서 종종걸음으로 걸어오는 할머니가 곁으로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이윽고 할머니가 다가오자 “손잡고 나란히 느릿느릿 걷”기 시작한다. 서로 기대어 사는 것이 삶이라고 웅변하는 저 풍경의 소슬함이 눈물겨운데, “지켜보던 눈도 입술도 저절로 / 느릿느릿 보드라운 곡선 그”리는 골목길이 갑자기 환해진다./박성현 시인
단풍이 짙게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11월의 어느 날, 수원·광주·대구 시민 700여 명과 국방부를 찾았다. 수원·광주·대구 시민연합 군공항 이전 촉구 궐기대회가 있는 날이었다. 사실 국방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3월, 수원화성군공항 이전 건의 후 후속절차인 예비이전후보지 선정에만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을 때에도 예비이전후보지 선정 촉구를 위해 국방부를 찾은 적이 있다.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찾아갔지만 그때마다 우리의 요구 조건은 단 하나였다. 군 공항 이전 사업이라는 국가사무의 주체로서 국방부의 역할을 다 해 조속히 절차를 이행해달라는 것이다. 우스갯 소리로 ‘국방부의 시계는 간다’는 말이 있다. 국방부의 시계에도 예외가 있는 것 같다. 수원화성군공항 이전 사무 추진부서의 시곗바늘은 2017년에 멈춰있다. 2017년 2월, 수원화성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로 화성시 우정읍 화옹지구 일대가 선정된 이후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였다. 군공항 이전법에 따르면 예비이전후보지 선정 이후에는 군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이전후보지를 결정하게 되어있다. 국방부장관을
겨울맞이 대청소를 하기로 한 날. 거실 곳곳에 흩어진 책들을 집어 책꽂이에 꽂았다. 책상 위 필기도구도 제 자리에 꽂고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몇날 며칠씩 잠식해 오던 거실 먼지들이 한 순간 휩쓸려 들어가고 제법 집안 꼴을 한 공간마다의 바닥이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현관 앞 지그재그로 널브러진 신발의 짝들을 찾고 묵은 계절의 신발을 정리하기로 했다. 한 계절 닫혀있었던 신발장 문을 열어젖히자 와르르 쏟아져 나오는 신발마다의 추억들. 가장 먼저 눈에 띈 미색 트레킹화. 스물다섯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올랐던 백두산. 고구려의 정기를 듬뿍 받아오겠다며 떠났던 그 일정에서 우리는 안중근 열사의 뜨거운 애국심과 지금은 우리 땅이 아니라는 안타까움으로 얼룩덜룩해진 자존심을 안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비 오는 와중에 올랐던 오녀산성의 질퍽거리던 진흙의 흔적이 그대로 신발에 남아 추억을 퍼내어주다니. 지난 시간은 그렇게 현재의 흔적에서 문득 문득 나타나기도 한다. 맨 아래 칸, 빨간 등산화가 눈에 들어왔다. ‘아, 태백산 눈꽃?’ 눈이 참 많았던 그 해 겨울, 속절없이 내리는 눈을 감당할 수 없어 달려간 곳이 태백산. 복잡한 생각 없이 오르기
대광건영은 오는 15일 ‘검단신도시 대광로제비앙’ 주택전시관을 열고 본격 분양에 나선다. 인천 검단신도시 AA12-1블록에 들어서는 ‘검단신도시 대광로제비앙’은 지하 2층~지상 20층 79㎡A·B, 84㎡A·B의 선호도 높은 4가지 타입 총 735세대 규모로 공급된다. ‘검단신도시 대광로제비앙’은 검단신도시의 프리미엄을 모두 누리는 명품 입지로, 오픈 전부터 수요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천지하철 1호선 연장 101역·102역(예정) 더블역세권과 인천 지하철 2호선 연장(예정)을 누리는 초역세권 입지로, 단지 바로 앞, 도보로 누리는 초·중·고교(예정)가 위치해 최상의 교육환경을 누릴 수 있다. 인근 유치원(예정)과 창신초, 당하중, 원당중, 원당고, 백석고 등 최고의 명문학군은 물론 인천서구 영어마을 GEC, 풍무도서관, 경기김포교육도서관, 인천영어마을 등 풍부하고 우수한 교육인프라를 갖췄다. 여기에 79㎡A, 84A·B㎡ 타입이 방 4개로 구성된 4Bay 4Room 혁신평면 설계를 적용했으며, 전 구조 광폭 드레
중부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은 12일 새벽 옹진군 백령병원에서 주민 A(81)씨가 저혈압으로 의식이 저하된다는 신고를 받고, 백령도 헬기장에 헬기를 급파해 환자와 보호자, 의사를 탑승시킨 후 환자를 응급조치하면서 인천의 B 대형병원까지 안전하게 이송을 마쳤다고 밝혔다. /신재호기자 sjh45507@
▲임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원장 ▲곽규근 〃 사업본부장
▲우종관(안양시 감사관)씨 부친상 = 12일 안양장례식장 VIP실, 발인 14일 오전 9시 ☎010-8211-3465 ▲김창해(단국대 홍보팀장)씨 장인상 = 12일 쉴낙원 인천장례식장 10호, 발인 14일 오전 7시. ☎010-8891-8040 삼가 명복을 빕니다
우리나라에는 30만 다문화가구가 살고 있다. 가족 구성원 수는 96만명에 이른다. 거기에 결혼했지만 귀화하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 이주 노동자, 국내 체류 해외국적동포 등을 모두 합치면 205만 5천명의 외국인이 국내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행안부 2018 외국인주민현황) 5천100만 국민 중 4%가 외국인인 셈이다. 20년 뒤인 2040년 다문화 가정 비율이 20%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선진국과 다름없이 인종과 문화가 융합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따라서 단일민족·문화라는 말은 더 이상 우리의 전유물이 아닐 정도로 현실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아직도 순혈주의에 빠져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편견과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폭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한국은 이주여성과 다문화자녀에 대한 가정폭력이나 또래 차별이 큰 나라로 소문 나 있다. 그중 학생들이 받는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다문화 학생 10만9천387명 중 1천278명이 편견과 따돌림, 폭력 등으로 학교를 그만뒀다는 교육부 보고서도 있다. 다문화 학생들의 비율은 점점 늘어 작년 기준 12만명에 달한다. 보
민박 /송재학 툇마루의 놋요강에 오줌발을 내린다 막 개칠을 시작하는 소나기는 미닫이부터 적신다 비안개의 아가미조차 숨겨왔던 새벽이다 추녀의 숫자만큼 뒹구는 빗방울 느린 시간의 뒤에 좀벌레처럼 머무는 빗방울 머위잎을 기어이 구부리는 빗망울 빨랫줄의 참새가 방금 몸살을 터는 중이다 자주달개비 혀에 보랏빛이 번지는 중이다 질펀해질 마당이 막 소란해지는 중이다 자세히 보니 모두 알몸이어라 -송재학 시집 ‘슬프다 풀 끗혜 이슬’ / 문학과지성사·2019 송재학 시인의 시 ‘민박’에는 ‘나그네의 잠자리’라는 ‘민박’(民泊)의 통상적 의미와 함께 ‘애가 타도록 걱정스럽다’는 ‘민박’(憫迫)의 동음이의(同音異義)의 서정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비오는 날 낯설은 민박집 지붕과 창가와 문틈으로 스며드는 빗소리와 함께 나그네 인생들의 젖은 삶의 무게들을 노래하는 듯하다. 빗방울은 ‘느린 시간 뒤에’ 머물러 머위잎마저 구부리고 질펀해질 마당을 소란케하는 나그네의 젖어드는 풍경의 주어(主語)다. 민박같은 생애 어느 멈춰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최근 “2025년부터 군 징집 인원이 부족해 징병제를 유지하고 싶어도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단계적으로 모병제로 전환해 군 가산점 역차별 논란이나 병역기피 논란 등 사회적 갈등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고 경제효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운을 띄웠다. 아직까지는 민주연구원의 정책브리핑에서 언급된 정도이고 민주당 지도부도 “정리가 안됐다”고 밝혔다. 검토수준이라는 것이지만 정치권에서의 갑론을박이 뜨겁다. 군 모병제가 이번에 처음 언급된 것은 아니다. 지난 17대 대선 국면에서도 대선주자들끼리의 찬반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모병제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안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이라고도 하고 한편에서는 이를 적극 동의하면서 공론화 과정을 밟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지어는 야당인 자유한국당 윤상현의원(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숙련된 정예 강군을 만들기 위해 모병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자당 원내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모병제를 더 늦출 수 없다면서 “이 문제는 보수·진보를 넘어선 초당파적 이슈”라는 글을 올렸다. 총선을 앞두고 있어 경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