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옆에는 지금 연립주택 건축이 한창이다. 서울에서 온 건축업자가 축사 자리였던 토지를 매입해 빌라 세 동을 짓고 있는데 각종 민원으로 골머리를 썩으면서 많은 후회를 한다. 주변 사람들이 이 정도의 민원을 제기할 줄 알았으면 아예 시작을 하지 않았을 것이란 말을 하면서 도시 사람들보다 시골 사람들의 막무가내 민원에 질렸다며 하소연을 하는 것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건축일을 하다 보면 각종 민원이 발생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정할 수 있고 합당한 것이면 응당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민원이라는 것이 목적이 다른 곳에 있고 그것이 만족되지 않을 시는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행정당국은 그 민원이 합당한가 보다는 민원이 발생하였으니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당사자간에 합의를 하고 오라 하니 언뜻 보기에는 좋아보이는 해결 방법이나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난감한 것도 없는 것이다. 말이 좋아 당사자 합의에 의한 해결이지 당사자 합의에 정점에 있는 요구조건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것을 모르는 관계공무원은 없을테고 그것을 알기에 아예 피해 버리는지도 모르는 모르겠다. 그러나 민원 해결 방법으로서는 전혀 탐탁하지 않은 방법이며 더군다나
중·고교생 10명이 여고 2학년생을 노래방과 관악산에서 집단 폭행·성추행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 여고생의 가족들은 3일 심각한 청소년 범죄를 막기 위해 소년법을 폐기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청원 글에는 “현재 온몸에 멍이 들고 가슴에 공기가 차서 식도에 호스를 끼고 밥도 물도 먹지 못하고 있다”며 “가해자들은 산에 미리 각목을 준비했고 휴대폰 유심도 빼갔다고 한다. 계획된 범죄이며 협박과 증거인멸까지 시도했다”고 밝혔다, 피해가족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해 학생들이 “청소년은 들어가도 얼마 안 살고 나와요” “저 우울증 있어요” 라며 뉘우치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분개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지난 6월 24일에도 15살 여중생 딸이 지난 3월 남학생 7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한 엄마의 청원이 올라왔다. “가해자들은 떳떳하게 생활하는데 피해자인 저희 아이는 죄인같이 생활하고 있다”며 강한 법의 심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원자는 “사건 후로 가해자들이 자랑스럽게 ‘OOO를 우리가 성폭행했다’며 오히려 딸아이 학교에 소문을 냈고, SNS에는 딸아이가 남자애들을 꾀어서 관계를 가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3일 밤을 새웠다. 결국 14일 새벽이 돼서야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올렸다. 시간당 8천350원이다. 그러나 사용자나 근로자 모두 불만이다. 가장 불만을 나타내는 쪽은 소상공인들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즉각 성명을 내 “정당성을 상실한 일방적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내년 최저임금과 관계없이 소상공인 사업장의 사용주와 근로자 간 자율협약을 추진하겠다”고 사실상 불복종을 선언했다. 편의점가맹점주들은 인건비 인상 등을 고려해 월 하루 공동휴업을 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심야할증·카드 결제 거부 등 구체적인 향후 계획까지 내놓았다. 그 후폭풍과 파장이 어디까지일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노동계도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에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했으나 애초 요구한 시급 8천680원으로의 인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 해도 대기업과 하청업체,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불공정한 관행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노동자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위에 불참한 민주노총은 ‘최악의 인상률’이라며 강력한 최저임금법 재개정 투쟁을 예고했다. 외형상
“때로 무심하게 생각에 잠겨/ 카우치에 누워 있을 때면/ 수선화가 내 마음의 눈에 떠오르고/ 그건 고독의 축복이 되네.” 윌리엄 워즈워드 「나는 구름처럼 외로이 거닐었네」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정년퇴임을 하게 되면서 고별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65년이라는 짧지 않은 인생을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수많은 장소와 시간들이 스쳐지나가고 특별한 장소와 시간에 시선이 좀 더 머무는 것을 발견했다. 장 그르니에가 말했듯이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엄청난 고독 속에서 각별히 소중한 장소와 시간을 지나게 되고 그 어떤 순간 우리는 자신과 만나게 된다.” 그곳은 현재적 삶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우리를 되돌아가게 하는 시원(始原)의 공간이자 시간이다. 며칠 전 ‘수원문학인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의 짧은 수상소감도 이에 관한 것이었다. 나에게 각별히 소중한 장소와 시간은 진해에서의 유년시절이다. 선친이 중학교 교장으로 계시던 사택의 뜰은 의식 깊은 곳에 강력하고 신비로운 이미지로 자리하고 있다. 앞뜰의 탱자나무 울타리와 뒤뜰의 대나무 숲, 깊고 검은 우물은 각기 다른 이미지로 나의 삶에 고유한 자리를 차지
남북회담과 6·13 지방선거 이후, 보수궤멸이라는 단어를 미디어에서 수없이 접했다. 그럼에도 효력을 다한 것이 반공정서를 제 호주머니 속 유리알로 여기던 얼굴들인지, 아니면 반공정서 그 자체인지는 더 생각해볼 일이다. 오랫동안 대결의 말씨는 참으로 검질겼고, 또 매혹적이었다. 몇 해 전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답으로 일어났던 한 해프닝을 떠올려보자. 예비군들이 SNS에 자기 군복을 찍어올리며 항전의 의지를 보였던 일, 이때 SNS는 재판장이라기보단 런웨이다. SNS군복인증은 대결이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아름답고 추함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때때로 전쟁은 도덕보다 미학과 친하다.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모두 시체거나 돌이다. 모두 전쟁을 알지만, 그것을 경험한 이들의 일부는 세상에 없으며 생존자들은 마치 메두사라도 본 것처럼 석화한다. 아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때, 영화산업은 스스로 야사(野史)가를 자처하며 그 정사(正史)의 공백을 메웠다. 이 야사들이 전쟁을 낭만적인 것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낭만화에 대한 정의는 ‘잘 알려진 것에 미지의 존엄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시인 노발리스의 말이다. 전쟁은 영화 속에
A씨는 말기 암 판정을 받아 얼마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A의 아내 B씨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A씨가 사망한 후에는 가족 모두의 동의가 없으면 A씨 명의 예금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장례비와 병원비 및 자녀에게 필요한 자금 등 필요자금을 사용하기 위해 남편의 예금을 B씨 명의 계좌로 이체했다. 예금을 이체한 지 1달 후 남편은 사망했다. B씨는 사망 전에 이체받은 예금은 증여재산으로 보아 증여세를 신고하고, 상속세 신고 시 사전증여재산으로 보아 상속세 신고도 하였다. 이후, B씨는 쟁점 예금이 사전증여재산이 아니라 상속재산에 해당하므로, 금융재산상속공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조세심판청구를 했다. 참고로, 금융재산상속공제는 금융 상속재산의 20%(2억 원 한도)를 상속재산에서 공제해 주는 제도이다. B씨는 편의상 본인 명의 계좌로 이체했지만, 공동의 생활자금으로 사용했으므로, A씨의 단순 차명 예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여세 신고는 세무대리인이 본인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사망 전에 이체된 사실만으로 신고한 것이므로, 중대한 착오에 의한 신고라고 주장한 것이다. 조세심판원은, 예금이 이체된 뒤 예금의 지출명세가 대부분 B씨의 개인적인 용도인 점에
동국대학교일산병원이 국내 최초로 자궁선근증에 대한 새로운 수술법인 ‘자궁선근증 감축술’에 대한 신의료기술 평가를 신청한 결과, 보건복지부 신 의료기술평가 위원회로부터 그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았다. 이번에 승인된 ‘자궁선근증 감축술(Adenomyomectomy)’은 산부인과 노주원·윤상호 교수 연구팀에 의해 개발된 기술로, 오랜 기간 동안 선근증으로 고생하는 난임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임신력 향상과 월경곤란증 및 월경과다증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 시술은 경계가 없이 넓게 퍼져있는 선근증의 특성을 고려해 자궁의 표면을 넓게 열고, 아르곤레이저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얇게 깎아낸 후 새로운 봉합방법을 이용하여 자궁을 새롭게 재건하는 수술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이 시술이 기존 기술과 비교해 임신율과 생아 출산율이 높고, 수술 후 월경곤란증 및 월경과다증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관련 합병증 및 부작용의 가능성이 낮아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노주원 교수 연구팀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며 결혼과 출산연령 또한 높아져 이로 인해 가임여성에게 선근증으로 인한 난임이 지
메밀꽃이 피는 밭 /방극률 어머니는 메밀밭에 나가셔서 메밀꽃을 쓱 보시고 예쁘다고만 하셨을까? 알곡들이 잘 여물거라고만 기도하셨을까? 내 생각 어머니 생각이 다르겠지만 전화를 걸어 묻지는 못 할 일 메밀꽃들에게 서운하게 들릴 말씀 하실까봐… 둘러보시기는 하지만 꽃송이 한 번 꺾지를 않으셨으리 주인이 서 계신 개간지 복판 꽃핀 놈이 알곡이겠지 야야, 메밀밭 고것들이 째깨 쓰러져서 속상하다. 그래요, 바람 고것들이 삐뚤어져 불었나 봅니다. 시인의 敍事는 매우 정겹다. 서정시의 기본질서를 가지면서도 긴장된 의미전달에 부여했다. 흔들리며 당신은 꽃이라 했다. 쓰러지고, 넘어지고, 부서져도 생명력을 신장하는 축은 고귀하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누구나 한번은 아파야 하고 이별을 해야 한다. 어머님의 메밀밭 바람은 그 어떤 수사로도 반증할 수 없다. 고단하고 지친일상을 메밀꽃의 인자함을 통해 위로받으셨을까? 우리들의 어머님은 늘 횐 옷이었고, 그 횐 옷은 오늘을 있게 하는 생명력이다. 시간도 흐르고 여름장마가 진행 중이다. 어머님 곁에 부르는 착한노래들이 일렁인다. 시인에게 어머님의 고단한 일상을 풍금소리로 들려주고 싶은 것일까? 사람 사는 마을이 있는 한
1870년 파리지앵의 화가들에게 매우 고단한 시절이 찾아왔다. 보불 전쟁이 발발했고 파리는 함락되었으며 전염병이 기승을 부렸다. 르누아르는 징집을 당했고, 오랜 그의 동료인 바지유는 자원입대하여 전투를 치르다가 목숨을 잃었다. 카미유와 여행 중이었던 모네는 간신히 징집을 피했다. 그전에도 이들은 평론가들의 비아냥 속에서 배고픈 시절을 보내고 있었지만, 적어도 그때에는 도시의 생기발랄함 속에서 함께 작업할 수는 있었다. 허나 전쟁의 참혹함은 이들이 그려왔던 생생한 도시의 모습을 그저 꿈만 같은 풍경으로 보이게 할 뿐이었다. 파리의 상황이 여의치 않자 화가들은 아르장퇴유로 모여들었다. 모네는 마네의 재정적 지원으로 이곳에 정착할 수 있었고, 전선에서 빠져나온 르누아르는 친한 동료 화가들을 따라서 이곳으로 왔다. 르누아르는 모네와 오랜 지기 동료였고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분명 같은 장소를 거의 비슷한 각도에서 바라보며 그렸을 법한 작품들이 이들에게서 완성되고 있었다. 아르장퇴유라는 곳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이들이라 하더라도, 인상주의 작품을 좋아하고 있다면 분명 이곳은 그들에게 낯설지 않은 장소이리라. 모네와 르누아르는 닮은 구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