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아침의 시] 광대
달빛 중에서도 산이나 들에 내리지 않고 빨랫줄에 내린 것은 광대다 줄이 능청거릴 때마다 몸을 휘청거리며 달에서 가지고 온 미친 기운으로 번쩍이며 보는 이의 가슴을 졸이게 한다 달빛이라도 어떤 것은 오동잎에 내려 멋을 부리고 어떤 것은 기와지붕에 내려 편안하다 또 어떤 것은 바다에 내려 이내 부서져 버리기도 한다 내가 달빛이라면 나는 어디에 내려 무엇을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사는 일에 아슬아슬한 대목이 많았고 식구들을 가슴 졸이게 한 걸로 보면 나는 줄을 타는 광대임에 틀림없다 약력 ▶[한국일보]·[서울신문](1966) 신춘문예당선 ▶시집: [무령왕의 나무새] [계백의 칼] [별박이자나방] 등 15권 ▶정지용 문학상. 김삿갓 문학상. 한국시협상 등 ▶현재 계간 『미네르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