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자신만의 은신처 찾기…노태호 개인전 ‘레푸기움; 평안의 기술’
자연미술이라는 장르가 있다. 자연에 작품을 만들어 놓고 전시를 거쳐 자연히 그 작품이 사라지게 하는 방식이다. 재료는 자연에 존재하는 돌멩이, 나뭇잎, 가지, 흙 등이다. 곤충이 탈피한 흔적도 재료가 된다. 사진 한 장으로 작품이 남으면 작품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안양 아트포랩에서 전시되는 노태호 작가의 ‘레푸기움; 평안의 기술’ 전에서는 자연미술 작품을 포함한 4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레피기움은 라틴어로 ‘피난처’, ‘은신처’를 뜻한다. 자연미술을 작업 방식으로 채택한 노태호 작가는 노자의 도덕경에서 ‘무위(無爲)’의 개념을 중요시했다. 인위적으로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무위의 개념에 따라 작품은 자연의 일부가 된다. ‘환경보호’ 측면에서 자연의 관심을 촉구하는 서양의 ‘생태미술(Ecological Art)’과는 또 다르다. 노태호 작가는 무위의 개념을 중요시해 미술의 초점을 ‘사라짐’에 두었고, 미술 작업의 결과보다는 창작의 실현 과정을 보여주려 했다. 그의 작품 ‘이끼와 유목 사이’는 콘크리트에 흙이 쌓아져 있는 형태다. 흙기둥은 아래에 가까울수록 건조한데, 흙을 쌓아 올릴수록 무너지고 다른 나무 가지가 자라는 등 이탈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