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동진의 언제나, 영화처럼] 영화인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알리 아바시 감독의 2022년작 ‘성스러운 거미’는 충격 그 자체의 영화이다. 많은 사람, 특히 무슬림에 대해 일정한 편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생경하고, 역설적으로 신선할 정도의 소재인 작품이기도 하다. 이란 사회, 특히 테헤란도 아니고 순교자의 땅이란 뜻의 종교 도시 마슈하드에서 매춘부들이 공존하고 있는 데다 그 여성들 16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히잡을 쓰고 몸을 파는 여인들을 쉽게 상상할 수 없다. 그만큼 이란 사회가 종교적으로 폐쇄적이어서 윤락이라는 행위가 절대적으로 허용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적 강직성도 자본주의의 폐해를 막지 못한다. 윤락 여성의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 내는 구조적인 문제이지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인 문제는 아니다. 가난해서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은 여자든 남자든, 뉴욕이든 마슈하드든, 예루살렘이든, 서울이든 모두 거리로 내몰린다. 자신이 팔아야 할 상품이 오로지 ‘몸뚱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도덕을 들이대는 것만큼 잔인한 일은 없다. 거기에 종교적 정화(淨化)란 광신의 악행이 더해지면 그 휘발성은 어디로 번질지 가늠하기 힘들다. ‘성스러운 거미’는 바로 그 이야기를 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