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리는 마음, 기리는 마음 담겨진 ‘지석’
“서거정은 온화하고 무던하며 간소하고 발랐으며 모든 글을 널리 보았고 겸하여 풍수(風水)와 성명(星命)의 학설에도 통했는데, 석씨(釋氏, 불교)의 글을 좋아하지 않았다. 문장을 함에 있어서는 옛사람의 격식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일가(一家)를 이루었다.” (서거정의 졸기 중에서) 우리 옛 선조들은 먼저 떠난 이를 그리고, 기리는 방식으로 지석(誌石)을 제작했다. 지석은 죽은 사람의 인적사항을 비롯해 무덤의 위치, 방향 등을 적어서 무덤에 묻은 판판한 돌 또는 도자기 판을 말한다. 현대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조선왕조 법전인 ‘경국대전’과 ‘국조오례의’에는 지석 제작·매납 방법이 따로 기재돼 있을 정도로 당시 중요한 지배층 예절 문화의 일부였다. 공립박물관 중 가장 많은 지석을 소장한 경기도박물관이 지난 7일 개막한 특별전 ‘경기 사대부의 삶과 격, 지석’은 경기도박물관의 소장품과 국내 대표 지석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조선시대 지석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첫 전시로, 경기도박물관이 소장한 1300여 점의 지석들 중 엄선해 총 700여 점을 선보인다. 경기도에서 출토된 지석에는 조선시대 경기 사대부들의 삶과 가치관, 죽음을 대하는 태도 등이 글로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