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을 걷다 보면 살랑살랑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다. 오는 23일은 여름이 지나 더위가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처서(處暑)이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입추(立秋)와 가을의 기운이 완연한 백로(白露) 사이의 시기로, 음력으로는 7월 15일, 양력으로는 8월 23일 무렵이다. 우리나라 24절기 중 열네 번째 절기에 해당한다. 이때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순행을 느낄 수 있다. 예로부터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를 했다. 또 선조들은 이 무렵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음지(陰地)에서 말렸다고 한다. 특히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데, 가을의 기운이 왔다고는 하나 햇살은 여전히 왕성해야 하고 날씨는 쾌청해야 한다. 처서 무렵이면 벼의 이삭이 패는 때이고, 이때 강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가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는 농사의 풍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농부들
제9호 태풍 ‘루핏’의 간접 영향으로 우리나라에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올해 8월 10일은 말복이다. 말복은 삼복(三伏) 가운데 마지막에 드는 복날로 입추가 지난 뒤의 첫 번째 경일(庚日)이다. 삼복은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을 구분하기 위해 만든 24절기에 속하지 않는 속절이다. 이는 오랜 관습에 따라 해마다 일정하게 지켜 즐기는 날로 예로부터 선조들은 초복, 중복, 말복에 시원한 물놀이를 하거나 보양식과 과일로 더위를 식혔다고 한다. 달력을 살펴보면 지난 7일은 여름이 지나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입추였다. 이때부터 입동(立冬)까지를 가을이라 하는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삼복더위의 마지막 말복이 왜 입추 다음에 찾아오는 것일까. 2019년에 입추는 8월 8일, 말복은 8월 11일이었으며, 지난해 입추는 8월 7일, 말복은 8월 15일이었다. 여름의 막바지를 알리는 말복은 입추가 지난 뒤 첫 번째 경일에 든다. 경일이란 천간의 10간(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과 지지의 12지(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가 만나 60개의 갑자를 만들 때 앞글자가 10간의 ‘경’으로 시작하는 날을 의
올여름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8월 7일은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입추(立秋)이다.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가장 심하다는 대서(大暑)와 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한다는 처서(處暑) 사이의 시기로 음력으로는 7월, 양력으로는 8월 8일 무렵이다. 우리나라 24절기 중 열세 번째 절기에 해당한다. 이날부터 입동(立冬)까지를 가을이라 하지만 말복을 앞둔 입추에는 늦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고려사’ 기록을 보면 정종 2년(1036)에는 “입하부터 입추까지 백성들이 조정에 얼음을 진상하면 이를 대궐에서 쓰고, 조정 대신들에게도 나눠줬다”고 쓰여있다. 이를 보면 입추까지는 날씨가 더웠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입추 무렵은 벼가 한창 익어가는 시기이므로 맑은 날씨가 계속돼야 한다.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는 속담이 있듯 이 때는 날씨가 좋고 일조시수가 많아 벼의 자라는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다고 한다. ‘말복 나락 크는 소리에 개가 젖는다’는 속담 또한 귀가 밝은 개는 벼가 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의미로, 여기에는 벼가 쑥쑥 자라기를 바라는 선조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만큼 맑은 날씨가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