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을 지나면서 봄을 재촉하듯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농부들에게는 겨우내 쌓였던 가뭄 걱정을 덜어주는 단비였다.
하지만 설을 앞둔 전통시장 상인들에게는 또하나의 시름을 남겼다.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이날 내린 비로 사람구경 조차 힘들기 때문.
9일 오전 팔달, 영동, 지동, 미나리광, 못골 등 5개 시장이 몰려있는 수원 전통시장.
평소 오가는 사람들로 어깨를 부딪히고, 가격을 흥정하느라 정신없을 시장통에 장을 보러온 사람 보다 상인수가 더 많았다.
한켠에서 한 상인이 “북어포요~ 북어포”라고 연신 외치자 마주앉아 있던 다른 상인은 “사람도 없는데 왜쳐서 뭐하냐”며 시름 담은 한숨을 내쉬었다.
상인마다 갈수록 힘들어 진다고 입을 모았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 특수란 말을 잊은지 오래다.
30년 넘게 지동시장을 지키고 있는 김모(66) 씨는 “설 특수요, 에이 알만한 사람이 그런걸 물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대형 마트나 백화점을 이용하지 누가 전통시장을 찾아요”라며 푸념했다. 특히 전통시장 상인들은 일기예보에 민감 하다고 한다.
혹여 비나 눈이 오거나 황사라도 날리면 시장을 찾는 발길은 더욱 줄어들기 때문.
과일가게를 운영중인 최모(53) 씨는 “지금 시간이면 사람들로 북적북적해야 하는데 비가 와서 찾는 사람이 없다. 설 대목인 목요일까지 비가 온다는데 큰일”이라며 일기예보가 맞지 않길 기원했다.
오후들면서 빗줄기가 점차 굵어지자 그나마 장을 보러 나왔던 사람들 조차 집으로 발길을 돌려 시장통은 더욱 썰렁해졌다.
시장 입구에서 30여년을 채소를 팔고 있는 김모(64), 박모(61) 씨는 “안그래도 시장 바깥쪽이라 장사가 안되는데 비까지 이리 내려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끈겼다. 일찍 자리를 털고 들어갈 수도 없고 고민”이라며 때이른 비를 원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