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가해 주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시행 7년 차를 맞았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인건비 절감을 기대했던 것이 도입된 취지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는 중소기업 대부분이 숙식비를 급여에 포함시키지 못하면서 실제로는 내국인 보다 높은 고용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의 고정비부담 가중과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운영실태와 부작용, 개선방안 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1. 노동시장의 ‘계륵’ 전락
2. 기업 두번 울리는 쿼터제
3. 도급·파견업체 필요성 제기
내국인 근로자는 173만원, 외국인 근로자는 196만원.
화성시 동탄면에서 의료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P사의 이중(?) 월급 명세서다. P사는 16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 중이다.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 모두 동일한 최저임금제를 보장받고 있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숙식비를 무료로 제공하고, 관리비 및 전용 보험료까지 사측이 부담해야 된다.
결국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고용한 외국인 근로자가 중소기업의 고정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3일 정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8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서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 근로자들과 동등한 최저임금을 보장받기 시작했다.
앞서 시행된 외국인 산업연수제도를 고용허가제로 변경하고 기존 무상으로 제공했던 숙식비 등을 급여에 포함시켜, 제도변경에 따른 기업의 고정비 부담을 상쇄하겠다는 정부의 의도였다.
하지만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 대부분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조사한 ‘외국인근로자고용실태조사’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업체의 84.4%는 숙박비를, 67.1%는 식비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천 도당동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D사 대표 김모(51)씨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회사 인근 원룸을 임대해 제공하고 있다”며 “이조차 없었던 2년 전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할 기회조차 없었고 찾아 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각국의 외국인력임금 수준과 최저임금 적용현황’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내국인 근로자를 100으로 봤을 때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은 90%인 반면 총 고용비용은 97.5% 수준이다.
이는 내국인 근로자들이 상대적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이들이 중소기업을 기피, 중소기업의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를 높이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시흥시 시화공단에서 근무하는 김모(31)씨는 “얼마 전 집을 일산으로 이사하면서 출퇴근이 쉽지 않아 사측에 숙박비 등을 요구한 적이 있었지만 거절당했다”며 “외국인 근로자는 길어야 5년 근무할 수 있지만 수 십년 근무할 수 있는 내국인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 같아 외면받는 기분이다”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