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의 저금리 이자라도 남의 돈 빌려서 쓰는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부천시 오정구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A사는 지난 추석기간 동안 내린 폭우로 약 1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A사의 대표 안모(51)씨는 재해복구자금 신청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지난해 정부기관과 은행 등에서 받은 대출금의 원리금 상환이 올해부터 시작돼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또다시 융자로 인한 빚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추석연휴기간 동안 수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복구자금을 지원 중에 있지만 열흘이 지난 현재까지 피해기업들의 자금 지원신청률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경기도와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된 도내 재해복구자금 신청 현황은 이날 현재까지 총 85건(약 70억원 규모)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별로는 경기도에 66건(36억6천만원), 정부기관인 중소기업진흥공단에는 19건(33억2천300만원)이 각각 접수됐다. 지원자금 규모는 경기도가 350억원, 정부는 250억원을 조성했다.
앞서 경기도가 수해로 도내에서만 782개의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이 수해를 입었고 피해액은 720억원에 달한다고 집계한 것과 비교하면 피해기업들의 신청률은 10.8% 수준에 그친다.
피해업체 10개 중 1개만이 신청한 셈으로, 수해 복구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현재 상황에서 큰 폭의 신청 급증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자금지원 담당자는 “피해기업들이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 상담받는 사례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이는 보상금으로 잘못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며 “피해기업들은 저리의 대출이라도 부담을 느껴 실제 접수하는 경우가 크지 않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 2008년과 2009년 재해복구자금에 대한 소진률 역시 10% 내외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지원 재해복구자금의 경우, 지난 2008년 550억원을 배정했지만 이 중 31억원(5.6%)만이 소진됐고 2009년에는 700억원 중 104억원(14%)만이 접수·지원됐다.
이에 대해 도내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재해가 일어날 때 마다 정부와 지자체가 복구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피해업체들은 대출받기를 꺼려 배정자금이 소진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재해복구인력 및 장비를 지원하는 보조금 형태나 재해상습 발생지역 소재 기업에 한해 재해보험가입시 일정률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으로 지원방향이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