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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지주의 맹점 파고든 ‘국적 브로커’ 기승

베트남 신생아 한국국적 세탁 31명 검거

불법체류 중인 베트남인들 사이에서 태어 난 신생아에게 허위로 한국국적을 취득하도록 해주고 아이를 자국으로 불법 출국시킨 브로커와 의사 등 일당이 경찰에 대거 적발됐다. 특히 이들은 불법체류 중이거나 위장결혼으로 입국한 베트남 여성들이 자국인 남성과의 동거를 통해 아이를 출산한 ‘혼외출산’의 경우 출생신고에 결격사유가 있다는 점을 노린 뒤 출산한 아이가 성장해 한국으로 재입국할 경우 초·중등학교 무상교육 등의 이점을 이용해 불법체류자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나 불법체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 앞으로도 관련 사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허위로 한국국적을 취득한 아이들에 대한 조치나 관리문제까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이 사건과 관련, 발생원인과 향후 대책에 대해 짚어본다.

▲신생아 한국국적 허위취득, 송출 일당 적발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일 사문서 위조 혐의로 브로커 총책 K(39)씨와 N(56)씨, 베트남 국적 E(37·여)씨 등 3명을 구속했다.

또 베트남인 모집책과 신생아 부모대행 노숙자 모집책, 출생증명서를 허위 발급해준 산부인과 의사 K(43)씨 등 28명을 공전자기록 등 부실기재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총책 K씨 등은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베트남인들 사이에서 불법 체류하는 동안 출산하거나 자국인과 동거 중에 혼외 출산한 이들에게 1인당 700만원씩 베트남 여성 30여명에게 출산증명서 등을 허위로 위조·발급해주고 이들이 낳은 신생아에게 한국국적을 취득하도록 해 1억5천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범행 수법에서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에 J컨설팅 사무실을 차리고 안산·시흥·화성 등에서 지역별 의뢰자 모집책, 대구·경북·부산 등에서 신생아 부모대행 모집책, 베트남 송출담당 지원책 등으로 역할 분담을 맡기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이같은 수법으로 외국으로 출국시킨 신생아가 28명이며 추가로 510명의 신생아를 불법 출국시키려 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이 운영하는 사무실에서 출국 수속중인 신생아 60여명의 사진과 여권 등을 압수했다.

▲수법 교묘, 관련 사기 우려

이들은 불법체류 중이거나 위장결혼으로 입국한 베트남 여성들이 자국인 남성과의 동거를 통해 아이를 출산한 ‘혼외출산’의 경우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없다는 점을 노린 뒤 노숙자 등을 끌어들여 한국인 남자와 출산한 것처럼 속여 신생아의 한국국적 취득하게 하고 자국으로의 불법 출국까지 모든 과정을 대행했다.

특히 출산한 아이가 성장해 한국으로 재입국할 경우 초·중등학교 무상교육 등 선진교육을 받을 수 있고, 한국 내 취업과 자유로운 입출국 등 이점을 이용해 의뢰자들을 끌어들였다.

이는 한국에서 속인주의(혈통주의)를 원칙으로 하지만 국내인과 외국인의 사이에서 출산한 신생아일 경우에만 한국국적 취득이 가능하도록 하는 속지주의(출생지주의)의 맹점 때문에 발생한 사건으로 풀이되고 있다.

외국인 국적을 가진 국내 거주자가 불법체류 외국인이나 국내인과 동거 중 출산할 경우, 자국 대사관을 통해 자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지만 한국국적을 취득해 각종 혜택을 누리기 위한 수법이다. 결국 불법체류자들의 약점을 이용하고, 한국국적을 통한 혜택 등을 이용한 범행 수법이 드러나면서 국내에서 체류하고 있는 모든 불법체류자들이 이 같은 범행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 30일 기준으로 국내에 등록외국인인 87만5천401명으로 이중 중국인이 48만5천667명, 베트남인이 8만9천24명 등으로 많이 차지하고 있다.

이중 합법체류자는 79만5천273명, 불법체류자는 8만1천128명이다.

특히 이들은 90일 이상 체류한 외국인으로 분류되며, 국내에 체류하는 총 외국인은 130만명, 40만이 비등록 불법체류 외국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허위 국적취득 신생아, 취소처분 불가? 대책전무

경기경찰은 지난 2008년 9월부터 2년간 한국 국적을 소지한 3세 미만의 아이들이 베트남으로 출국한 후 현재까지 입국하지 않은 유사사례가 1천7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적발된 600여명의 허위 한국국적 취득 신생아와 1천700여명의 한국국적 취득 후 입국하지 않은 신생아들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국내 최초로 발생 이번 사건과 관련, 이 신생아들이 허위로 한국국적을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취소처분 할 근거가 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향후 관리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경기경찰청은 수사에서 압수한 신생아 명단 등을 법무부에 제출해 허위로 한국국적을 취득한 신생아에 대한 취소처분 여부를 문의했지만, 법무부 국적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법무부 국적난민과 관계자는 “법원판결에 의해서만 출생신고를 한 기록을 지울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출생신고에 가담한 노숙자 등 한국인들의 법원소송이 있어야만 가능한 문제”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같은 답변은 이번 사건에서 돈을 받기로 하고, 반자발적으로 사건에 가담한 노숙자 등 한국인들이 소송을 제기하면서까지 이들에 대한 국적취소를 추진할 여지는 없다는 의문을 낳게 한다.

특히 국적법 21조에 따라 부정한 방법으로 국적을 취득할 경우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으를 위해서는 대법원의 가족관계등록부 말소,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말소, 외교부의 여권말소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결국 허위 출생신고를 공모한 이번 사건의 노숙자 등 한국인들의 소송이 수반돼야 하는 문제가 발생, 이들에 대한 취소여부는 사실상 미지수다. 대법원 가족관계등록과 관계자는 “가족관계등록 말소를 위해서는 재판절차를 밟고 이를 근거로 절차진행이 가능하다”며 “허위로 출생신고를 해 승인을 받았더라도 소송절차가 없으면 말소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대책마련 시급

불법체류자들의 경우 출생한 아이들도 자국으로 보내지 않을 경우 결국 불법체류가 된다는 문제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이에 대한 실태파악은 경찰, 출입국사무소, 대사관 등에서 전무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베트남 대사관은 한국에서 무국적인 상태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실태파악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특히 불법체류자의 경우 인도적 차원의 기본적인 교육·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거주율이 높은 안산 등 지역별 외국인센터에서 수시로 진행하는 의료행사 등을 통해서만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는 법규를 어기고 체류를 하고 있는 노동자에 대한 지원은 터무니없다는 지배적인 중론이 이들에게도 기본 인권 혜택은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과 맞물려 논란의 소지가 되고 있다.

베트남 대사관 영사과 관계자는 “불법체류자들 사이에서 나온 아이는 대사관에 출생신고가 가능하지만 결국 아이들도 자국으로 보내지 않을 경우 불법체류가 된다는 문제 때문에 신고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불법체류자들이 출산한 일명 ‘무국적’아이들은 국내에서 지원하는 각종 보육 혜택, 교육혜택 등을 받지 못해 결국 나중에 출생신고를 통해 자국국적을 취득하고 자국으로 퇴출당하는 사례도 잇따른다”고 덧붙였다.

경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이재술 1대장은 “불법체류자들의 약점과 한국국적 취득을 통한 이점을 이용해 사기를 일삼는 범죄가 잇따를 소지가 충분히 있다”며 “외국인들의 약점을 이용해 기승을 부리는 범죄는 근절돼야 하고 이를 위해 수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안산 외국인주민센터 관계자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국내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며 “인도적 차원의 기본적인 교육·의료서비스 제공과 영주권 인정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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