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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노인 5년째 ‘말동무·병시중’…전한주 수원남부서 매탄파출소 3팀장

치안업무 고단함도 뒤로한 채 틈틈이 발걸음
야간근무땐 파출소서 잠깐 잔 뒤 병원길 동행
병원에 보호자 등록…“쉽지않은 일” 칭송 자자

 

“비번때만 도움줘 되레 미안하죠”

얼핏보면 아버님을 모시는 평범한 중년남성으로 보이는 전한주(58)씨는 수원남부경찰서 소속 매탄파출소 3팀장을 맡고 있는 경찰관(경위)이다.

전 경위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독거노인인 박용표(71)씨를 모셔온 지도 어느덧 5년이 지났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지난 2006년 5월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통해 우연히 시작 됐고, 전 경위는 박용표 어르신의 딱한 사정을 들은 뒤부터 병수발 뿐 만 아니라 갖가지 수발을 도맡아 왔다. 특히 전 경위는 경찰업무의 고될만한 피로도 고사하고 발 벗고 나서 병원비를 비롯해 5년이 지나도록 어르신의 손 발이 되고 있다. 취재진이 찾아간 5일 오전에도 어김없이 전한주 경위는 야간근무가 끝나고 단 2시간 눈을 붙인 채 어르신을 찾았다.

전 경위는 투석이 예약된 병원으로 어르신을 모시고 갔으며, 병원치료를 받는 내내 어르신의 손을 꼭 잡고 가뜩이나 추위로 얼어붙어 있을 어르신의 말동무가 돼주고 있었다.

전 경위는 “당시 어르신이 대장에 혹(용종)이 생기는 병에 걸리셨다는 얘기를 듣고 도움을 시작했는데 사실 비번때만 찾다보니 더 많이 도와주지 못해 매번 어르신께 미안하다”고 말했다.

박용표 어르신은 경상남도 마산이 고향이고 줄곧 그곳에서 살아왔지만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각종 병이 악화되면서 아무 연고가 없는 수원에 온지 10여년, 5년 전부터는 아들과 같은 전 경위를 만나 위안을 삼고 있다.

전 경위는 지난 2007년 박용표 어르신의 모든 수술비를 대면서까지 어르신을 도왔다.

박 어르신의 대장용종수술 성공으로 건강이 돌아오던 찰나에 고혈압, 당뇨, 만성심부전증, 대퇴골골절 등의 합병증이 생겨나면서 병원을 드나드는 횟수가 늘어났다. 1년 전부터는 1주일에 3번 이상 투석을 할 정도로 병이 악화되면서 병원치료를 자주 받고, 식사조절까지 하면서 몸이 악화됐다.

전 경위는 파출소 근무의 특성상 주간과 야간 근무를 병행하면서 시간 내기도 만만치 않았다.

주간 근무일 때면 근무시간이 일찍 끝나거나 늦게 시작될 때 어르신을 찾아뵙기 일쑤였고, 야간근무일 때는 근무가 끝나는 아침시간에 1~2시간 파출소 한 켠에서 눈을 부친 뒤, 어르신을 모시고 병원에 가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박 어르신은 “요즘 사람들은 부모를 서로 모시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도 많은데, 아들보다 더 나를 생각해주고 시간 날 때마다 챙겨주는 전한주 경위는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고 전했다.

특히 전 경위는 수술비를 대기 시작한 지난 2006년부터 박 어르신이 치료를 받는 병원에서는 보호자로 등록이 돼 병원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전 경위를 수년째 지켜봐왔다는 한 간호사는 “박 어르신이 매번 투석을 받으러 올때 거르지 않고 모시고 오는 분이 있어 당연히 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는 소리를 듣고 놀랐다”며 “쉽지 않은 일을 거르지 않고 해오는 걸 보면 정말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다”고 말했다.

전 경위는 “근무시간이 아닐 때 시간을 내서 오려고 하지만 집이 영통이다 보니 어르신의 댁이 있는 구운동과 거리가 멀어 쉬운 일은 아니다”며 “그래도 근무시간이 겹쳐 어르신을 모시러 오지 못하거나 찾아뵙지 못할 때면 항상 마음 한 켠이 찜찜하다”고 말했다. 이어 “타지에 와서 홀로 지내는 어르신을 보면 항상 마음이 아파 보살펴 드려야 한다는 마음밖에 없어 사골국을 끓여 가져다 드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합병증으로 식사를 조절하라는 진단이 나오면서 그런 대접도 못해드리고 있어 맘이 아프다”고 전했다.

전 경위는 “이 같은 일이 뭐 좋은 거라고 알리냐”며 취재 내내 쑥스러워 했지만, 이 같은 언행은 그동안의 행적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전 경위가 어르신을 모셔온 것을 가족들이 알게 된 것도 불과 2년 전. 전 경위의 아내는 어느 날 카드내역을 보게 됐고, 병원 진료 내역 등을 보고는 “어디가 아프냐?”며 질문이 잦아졌다.

결국 전 경위는 쉬는 날에도 어김없이 나가고, 비자금(?)으로 어르신의 병원비 등을 대왔던 것을 아내에게 말하게 됐고, 아내는 “그런 좋은 일을 하면서 왜 굳이 말하지 않았느냐”고 격려해 주었다.

2011년을 시작하는 시점에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는 전한주 경위의 ‘마음 씀씀이’가 우리 모두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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