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돈 이천시장이 아파트 승인과 선거운동 과정에서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소환·조사를 받았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18일 오후 4시쯤 건설업체 대표 이모(53) 씨로부터 동생을 통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병돈(62) 이천시장을 서울시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북관 특수수사과로 불러, 12시간 동안 강도높은 조사를 벌인 뒤 19일 오전 4시쯤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 시장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둔 5월 시장 후보자 신분으로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이씨로부터 선거자금 1천만원을 당시 선거운동 회계책임자인 동생(56)을 통해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조 시장이 지난 2007년 2월 이천시의 한 면사무소에서 건설업체 대표 이 씨로부터 이천시 K아파트 신축공사 관련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자신의 동생(56)을 통해 10만원권 수표로 1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천에서 아파트 건설을 준비 중이던 이 씨가 조 시장에게 돈은 건넨 직후인 지난 2007년 3월 일부 사업계획 변경 신청을 내 승인을 받은 뒤 다음달 착공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씨로부터 “조 시장에게 뇌물을 건네기 위해 동생계좌에 1천만원을 입금했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조 시장의 동생 은행 계좌에 1천만원이 입금된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조 시장은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은 뒤 본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억울하고 답답하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조 시장은 “건설업자 이 씨와는 당시 시청에서 인사만 나눴을 뿐 잘 알지도 못하는데 왜 내게 돈을 주었다고 말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동생이 ‘돈을 받은 후 겁이 나서 지금까지 그냥 갖고 있었다’고 하더라. 내가 알았다면 진작 돌려주도록 조치했을 것”이라며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조 시장 동생도 “선거 운동 당시 받은 돈은 내 통장에 왜 입금했는지 잘 모르겠고 2007년에는 이 씨가 나를 찾아와 돈을 주더니 도망가 버렸다”며 “돈을 받은 건 형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 시장을 오는 22일쯤 재 소환할 예정이며 혐의 사실 관계를 자세히 확인해 사전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이 씨는 S건설 대표로 1990년대부터 인천과 부천지역에서 주로 아파트 공사·분양을 벌여왔으며 지난 2009년 10월에는 이번 사건과 연관된 이천시 K아파트 입주자들로부터 부실시공 비난을 받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