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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박홍점 시인"그것뿐이다"

나는 찐 감자를 소금에 찍어먹었고

너는 찐 감자를 설탕에 찍어먹었다



너도 나처럼 소금에 찍어 먹을 줄로

나는 알았고

나도 너처럼 설탕에 찍어 먹을 줄로

너는 알았다



우리는 찐 감자를 먹었다

- 허은희 /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03년 11~12월호

 

 

 

20년 만에 옛 친구를 만나면 뭘 할까? 개괄적인 그 동안의 근황은 전화로, 들뜬 목소리로 각자 들었을 터이고 이제 서로의 얼굴을 볼 차례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아니 밥을 먹고 차를 마시기 위해 교외로 드라이브를 갈까? 공교롭게도 휴게소에 들르고 올망졸망 컵 속의 감자를 산다. ‘나는’ 당연히 감자를 소금에 찍어 먹고 ‘너는’ 당연히 설탕에 찍어 먹는다. 그런데 왜 굳이 “그것뿐이다”가 제목일까? 제목이 이 詩의 핵이다. 자백이라고 해야 할까. 솔직한 고백 혹은 알리바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詩속 화자는 때때로 자기 자신을 검열한다. 누가 뭐라 해도 너와 나는 찐 감자를 먹었을 뿐이다. 찐 감자만이 그 사실을 증명해 줄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처음 알았단다. ‘너’가 설탕에 감자를 찍어먹는 다는 것을, 나는 <그것뿐이다> 속에서 긴 서사를 읽는다. 너와 나의 만남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박홍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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