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11일부터 오는 3월 10일까지 도내 8개 시,군을 대상으로 평화경제특구 후보지 공개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공모는 단순한 지역개발 사업이 아니다.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수십 년간 감내해 온 안보 부담과 구조적 제약에 대해서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응답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정책적 분기점인 만큼, 이 질문에 앞서 포천은 더 이상 뒤로 밀려나서는 안된다. 포천은 법적으로 수도권에 속해 있으며.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각종 규제는 예외 없이 적용돼 왔다. 그러나 산업 인프라, 인구 유입, 재정 여건, 도시 기능 어느 하나 수도권다운 혜택을 온전히 누려본 적은 없다. 군사시설 보호구역, 사격장과 훈련장, 반복되는 소음과 진동, 출입 통제와 토지 이용 제한은 포천 시민의 일상이었다. 국가는 안보를 이유로 포천의 발전 가능성을 제약해 왔고, 포천은 그 제약을 오랜 시간 감내해 왔다. 이제는 분명히 짚어야 한다. 안보를 위해 희생이 요구되었다면, 그에 대한 보상 역시 국가의 책임이라는 점이다. 같은 접경지역으로 분류되고, 이번 평화경제특구 후보지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고양,파주,김포,양주와 포천의 현실은 분명히 다르다. 이들 도시는 이미 자족 기능을…
이번 달로 대학 강단을 내려온다. 30대부터 매달려 왔던 대학 강의가 어느덧 정년이 되어 마무리하는 순간이 된 것이다. 즐겁고 영광이었지만 가족과 주변 분들에게는 나의 행복에 비례해서 많은 희생을 강요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보람으로 가득 찼던 순간들이었음은 틀림없다. 전공이 정치학이고 그중에서도 한국 정치사상을 전공하다 보니 배워야 할 것들 천지이고 깊이를 더 할수록 존경해야 할 분들이 넘쳐났다. 그럼에도 연구의 순간은 늘 행복했다. 한국 근대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수운 최제우가 창도한 동학사상에 빠졌고, 오늘 대한민국의 기원인 임시정부의 정치적 근간이 된 조소앙의 삼균주의라는 정치사상을 연구할 수 있었던 것도 크나큰 영광이자 보람이었다. 비록 수운 최제우나 조소앙의 사상 근처에도 못 가지만 스스로의 수준을 잘 알기에 만족하며 보낸 연구 시간이었다. 얕은 지식이나마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행복도 뺄 수 없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좌우명인 “지금 최선을 다 하고 있는가?”를 되새기며 자신에게 늘 “나는 강의실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를 묻고 또 묻기를 거듭했다. 그래도 부끄러웠던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조금 더 열심히 가르치
남북관계 단절이 장기화되면서 DMZ 평화는 더욱 중요한 안보 과제가 되었다. 전쟁 방지와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접경 지역의 군사활동을 제한한 2018년의 남북 합의가 전 정부 때 무력화되면서 한반도는 극히 위험해졌다. 새 정부는 9·19 군사합의 복원을 대선공약으로, 접경 지역 평화 대책 및 법제 정비를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통일부는 작년 12월의 업무보고에서 “2026년 한반도 평화공존 원년 만들기”를 목표로 “남북관계 단절의 벽에 바늘구멍을 뚫기 위한 노력”을 선제적·집중적으로 추진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페이스메이커 역할 강화를 위한 평화교류 프로젝트로 서울~베이징 철도 연결, 원산갈마 평화관광 등 다양한 창의적 방안이 제시됐다. DMZ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추진체계로서 국회와의 관련 법률 제정안 협조, ‘평화경제특구법’ 시행에 따른 접경 지역 대상의 특구 기본계획 수립, 파주 등 3개 구간의 DMZ ‘평화의 길’ 재개방 등도 포함됐다. 지난 3일 발표한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설명서에는 이 내용들이 포괄적·체계적으로 수록되어 있다. 국회에서는 ‘DMZ의 평화적 이용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입법 중이다. 이는 DMZ의 생태 가치
지역의료에 대한 불신이 수도권, 비수도권을 막론하고 악화하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수도권에서의 필수의료에 대한 불신은 거의 바닥 수준으로 조사돼 열악한 현실을 반영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규모를 놓고 의사협회 등이 반발하고 있어 의정 갈등이 민심을 흔드는 먹구름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악화일로인 이 문제를 언제까지 미봉하여 방치할 셈인가. 위정자들과 의료계는 책임감을 더욱 높여야 할 것이다. 경기연구원은 ‘지역의료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대다수는 지역의료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비수도권 주민들의 불신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는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조사에 따르면 ‘응급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 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국민은 25.7%뿐이었다. 특히 비수도권 주민은 15.5%만이 긍정적으로 응답해 수도권(35.3%)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필수의료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 역시 30.6%에 그쳐 낮은 수치를 보였으며, 비수도권 주민은 17.8%로 수도권(42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가 ‘1·29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9·7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다. 내용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핵심 입지에서 총 6만 가구를 공급하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7배이며 판교 신도시 2개 규모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6곳 3만 2000가구, 경기 18곳 2만 8000가구, 인천 2곳 100가구 등이다. 이 가운데는 과천 경마장·방첩사령부 이전 부지가 포함돼 있다. 과천 경마장·방첩사 부지엔 9800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그런데 과천시민과 인근 주민들, 과천시, 한국마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과천시의 입장은 이미 진행 중인 개발 사업에 더해 9800가구가 또 들어선다면 도시 기반 시설 수용 능력이 초과된다는 것이다. 지금 진행 중인 공공주택지구 사업만 해도 지식정보타운, 과천과천지구, 주암지구, 갈현지구 등 4곳이나 된다. 이런 이유로 신계용 과천시장은 공식 반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과천시의회도 2일 열린 제295회 임시회에서 ‘과천 경마공원·국군방첩사 부지 9800호 주택 공급 계획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정부가 발표한 과천 경마공원·국군방첩사 부지 내 주택 9800호 공
빙핵을 구출하라!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1.5°C에서 4°C 사이로 유지될 경우, 전 세계 산악 빙하는 2100년까지 전체 질량의 41%를 잃게 된다. 빙하가 사라지면 현재 얼음으로 덮인 많은 발원지 하천이 사막화 되고 인류는 대참사를 면할 수 없게 된다. 산과 빙하는 수많은 수로의 발원지로 지구 수문 순환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뜻한 계절에 눈과 빙하가 주기적으로 녹아 생기는 담수는 하천과 강으로 직접 흘러 들어가거나 토양으로 스며들어 토양 수분과 지하수를 보충한다. 이는 지구인 약 20억 명의 담수로 활용된다. 이처럼 빙하는 우리 인류의 생명줄인 셈이다. 과학자들은 빙핵 구출작전에 돌입했다. 일명 빙핵저장고(Ice Memory) 프로젝트. 이는 현재 위협받고 있는 기후 데이터를 지정학적 또는 기술적 압력 없이 미래 세대가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2015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그르노블 알프스대학교, 프랑스 개발연구소(IRD),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CNR), 베네치아 카포스카리대학교가 공동으로 출범시킨 이 프로젝트에는 세계 13개국 연구자, 대학, 정부,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모나코 알베르 2세 재단은 장기
얼마 전 현대자동차가 생산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며 저지에 나섰다는 보도를 접했다. 그 소식을 들으며 분노보다 먼저 든 감정은 피로감이었다. 우리는 언제까지 같은 논쟁을 반복해야 하는가. 기술은 이미 다음 단계로 이동했는데, 노동을 둘러싼 언어와 투쟁 방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고 기술은 이미 다음 단계로 이동했는데, 노동계의 투쟁 방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노조의 주장은 익숙하다. 로봇은 일자리를 빼앗고, 자동화는 노동자를 거리로 내몬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역사적으로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산업혁명 역시 대량 실업과 사회적 혼란을 낳았다. 그러나 지금의 자동화는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다. AI와 로봇은 인간의 팔과 다리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생산 과정 전체에서 인간의 개입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구호 하나로 이 변화를 막을 수 있다고 믿는 척한다. 냉정하게 말해, 로봇을 막아서 지켜낼 수 있는 일자리는 이미 미래의 일자리가 아니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자동화를 거부한 기업은 도태되고, 그 결과 남는 것은 보호된 노동이 아니라 사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