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지역에 야간 공습을 감행했다. 라파는 구호물자를 들여보낼 수 있는 유일한 통로 지역이면서 약 140만 명의 피란민이 밀집한 곳이다. 지상전이 벌어진다면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피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전쟁의 완벽한 승리를 위해 라파에 대한 공격을 예고해 왔다. 4월 초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했는데 미국은 이란에게 보복 공격을 하지 말라는 빌미로 라파 공격을 묵인할 것이 전망되고 있다. 이스라엘을 억제할 미국의 명분이 약해졌다는 우울한 분석이다. 이스라엘 안에서 반정부, 반전쟁 구호가 커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나흘 연속 이어졌다. 시위 참가자가 10만 명으로 집계되는데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 시위라는 점에 주목된다. 시위대는 네타냐후 전시 내각이 하마스를 섬멸하지 못하고 인질을 전원 구출하는 데에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미국 하원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뿐 아니라 안보 지원을 하기로 법안을 가결했다. 대선을 앞둔 바이든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르면서 동맹국에 대한 전폭적 지원으로 태도를 굳힐 필요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확전을
여기, 딸을 기다리는 아빠가 있습니다. 아빠는 여섯 살 준원이가 벽에 그렸던 낙서를 이십 년째 쓰다듬고 있습니다. 아빠에게 딸의 낙서는, 이십 년이 다시 흘러도 아물지 않을 상처입니다. 죽어 눈 감는 순간까지 놓을 수 없는 일말의 기대입니다. 2004년 4월, 여섯 살 준원이는 집 앞 놀이터에서 사라졌습니다. 사라짐은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롭니다. 딸을 잃은 아빠의 시간도 그때 함께 멈췄습니다. 멈춘 시간을 더듬으며 딸을 찾아 떠돌던 아빠는 직장에서 해고되었습니다. 일상에서 추락하고 희망으로부터 추방당했습니다. 준원이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아빠의 시간은 오늘도 준원이가 사라졌던 놀이터 주변을 맴돕니다. 딸을 잃은 못난 아빠라서, 이름 대신 죄인이라는 명찰을 달고 서성거립니다. 해마다 이만여 명의 아이들이 실종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집으로 돌아왔지만 준원이처럼 여전히 실종 상태인 아이들도 있습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이십년 넘게 실종 상태인 아이들도 859명이나 됩니다. 세 살이던 미정이는 1977년 서울에서 실종되었습니다. 실종될 때, 미정이는 줄무늬 티셔츠에 맬빵 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눈동자에 하얀 점이 있던 경실이는 1975년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어디든 갈등이 존재한다. 갈등은 곧 인간관계에서 유발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흔히 인간관계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를 표현할 때,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고들 한다. 여기서 피는 가족을 의미하며, 물은 가족이 아닌 남(타인)을 가리킨다. 타인은 아무리 가까워도 가족이 될 수 없다. 가족관계에서도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가족 간의 갈등 중에서 가장 전통적이고 고질적인 갈등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이다. 이를 고부갈등이라고 한다. 고부갈등은 결혼과 함께 시작되며, 순탄한 결혼 생활의 큰 걸림돌 중 하나로 꼽힌다. 고부갈등은 의견과 가치관의 차이, 이해관계와 감정적인 충돌 등이 그 원인이 된다. 고부갈등의 유형은 대체로 세대 갈등과 역할 갈등으로 나누어진다. 세대 갈등은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세대 차이로 인한 갈등을 말한다. 보편적으로 시어머니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고집하는 반면에 며느리는 현대적인 가치관을 지닌다. 이러한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역할 갈등은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역할에 대한 갈등이다. 요즈음 며느리는 주부의 역할과 직장인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대체로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주부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낯선 남자들이 낯선 여자들을 열렬하게 비판하고 손가락질 할 때만큼 본인들의 본성에 대해 솔직한 순간은 없는 것 같다. 요즘 SNS에서는 20대 30대 여성들이 비혼주의, 싱글로서의 삶을 기록하고 콘텐츠화 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댓글들을 읽어보면 상당수의 악플러들이 남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혼자 늙어 죽을 거라는 둥, 자식 안 낳고 결혼을 안 하는 그들의 선택이 이기적인 선택인 마냥 비판하고, 그렇게 살아서 뭐하냐는 둥. 그리고 마치 그들의 선택이 자의적인 것이 아닌 타의적인 것으로 간추리고 (연애운이 안 좋다거나 혹은 주변에서 ‘골라주는’ 남자들이 없어서) 남자 없이 독신으로 사는 거에 대한 선택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많이 품는데, 아마도 이건 그들이야말로 선택할 수 만 있다면 절대 독신을 선택하지 않을 거여서가 아닐까? 본인들의 정서적, 육체적, 심리적 욕구들을 충족해줄 수 있는 여성 파트너가 없는 거에 대해 같은 입장의 여자들보다 훨씬 삶이 비참하기에 그런 거 아닐까? 그래서 그들의 사고와 논리로 우리도 똑같이 이성 파트너를 갈망할 거라고 당연히 여기는 것이 아닐까? 그들 사고 방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선택이기에 독
용인특례시와 평택시는 행정구역이 맞닿은 이웃이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편치 않은 관계가 지속돼 왔다. 평택 송탄취수장으로 인한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문제 때문이다. 해묵은 갈등의 시작은 1979년 평택시가 진위면 송탄취수장을 운영하면서부터다. 평택시는 3.859㎢에 달하는 송탄 상수원보호구역을 지정했다. 이로 인해 공장설립 제한지역 18.41㎢, 공장설립 승인 지역 76.33㎢ 등 총 98.599㎢가 개발 제한 등의 규제를 받기 시작했다. 문제는 송탄 취수장이 있는 평택은 34.167㎢(34.7%)만 규제 지역에 포함됐지만 송탄 취수장을 이용하지 않는 용인은 상수원보호구역 1.572㎢, 공장설립 제한지역 9.41㎢, 공장설립 승인지역 53.45㎢ 등 64.432㎢(65.3%)나 규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용인주민들의 반발은 당연했다. 개발은 규제를 받았고 해당지역 주민들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해왔다. 평택시는 이 요구를 거부했고 갈등은 점점 심화됐다. 수백 명의 용인주민이 평택시청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평택시의 일관된 입장은 상수원 보호와 평택호 수질 보호를 위해 상수원보호 구역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기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도 끝났다. 국회의원이라는 공직담당자를 뽑는 선거인데도 국민의 정서는 대체로 양극단으로 나누어졌다. 지역으로 보면 여당은 영남을 석권했고, 야당은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충청도, 호남지역에서 많은 지지표를 얻었다. 두 개로 나누어진 지역적 편향성은 한국사회가 병이 든 사회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는 1세기 동안 한국사회가 겪었던 분단의 역사와 경제의 압축성장과정에서 수반된 부산물이며 그동안 쌓였던 적폐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국가체계를 지탱하고 있는 제도적 장치와 행정관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국가자원의 배분이 민주적이지 않았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는 사회의 제반 분야에서 총체적인 위기상황을 맞이하게 됐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혁신과 해결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처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게 되는 정책수립과 정치과정에서는 지도층의 민주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즉 일방적으로 독주하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막강해진 검찰과 경찰권력의 전횡, 국회 입법과정에서의 비타협, 여당과 야당의 상호 적대의식, 보수와 진보세력 간의 끊임없는 대립과 갈등, 영남과 호남지역 간의 대결양상은 한국의 민주주의
22대 총선이 끝난지 9일이 지났다. 대통령실과 여당 입장에서 총선 민의는 참담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임기 3년이 남았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2년간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총선결과로 나타났을 뿐, 남은 임기 3년간 국정을 쇄신하고 정치를 복원한다면 다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총선 이후 국민과 여론의 관심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있다. 과연 대통령이 총선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윤 대통령이 근본적으로 변화를 고민한다는 기류는 없다.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은 두 번의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으나 여론은 냉담하다. 국정변화의 의지를 밝힐 것으로 기대했으나 형식과 내용 모두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지난 11일 윤대통령은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대통령의 첫 대국민 메시지가 불과 56자였다. ‘56자’논란이 일자 여당과 대통령실은 조만간 국정기조 변화가 담긴 대통령의 직접 메시지가 있을 거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닷새 후
나는 4월을 좋아했다. 사계절이 뚜렷한(점점 흐릿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4월은 마법 같은 날씨를 가지고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밤이 되어 돌아올 때까지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옷차림이 가벼워지니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마음은 괜히 들떠 콧노래가 나온다. 길거리엔 개나리와 진달래가, 고개를 들어보면 벚꽃잎이 휘날린다. 시원한 커피를 한잔 사서 목적지 없이 걷기만 해도 즐거운 시간들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마냥 즐겁지가 않아졌다. 올해로 10년째다. 세상엔 늘 크고 작은 비극적인 사건이 있어왔고 계속 생겨나겠지만 아직도 괜스레 기분이 이상해진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에게 악의 없이 왜 그러냐고 물어본다고 해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 나는 또 일상을 되찾고 되레 수많은 날들은 그 일에 대해 생각조차 안 하겠지만 내년 4월이 오면 나는 또 하루 이틀은 그 날을 생각하며 울적해 할 것 같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1월 1일, 새해를 맞이하며 다이어리를 구매하고, 올해의 크고 작은 다양한 목표를 적고, 헬스장 1년 결제를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4월 중순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2018년 뉴욕타임즈는 뉴욕대 공교육연구소 소장이자 사회학 교수인 에릭 클린버그(Eric Klinenberg)의 ‘공공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을 제시한 글을 게재했다. “도서관은 마땅히 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 도서관은 핵가족화화, 양극화, 불평등의 시대에 시민 사회의 기반 역할을 하는 근간이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일부 지역에서 책 읽는 수요가 줄면서, 도서관이 더 이상 역사적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서관은 사회적 인프라로써 책을 빌려보는 것만이 아닌 상호 교류하는 물리적 공간과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도서관은 신의 선물”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극찬했다. 도서관은 기록의 보고이다. 지식과 지혜, 정보를 공유하고 보존해 후대에 전달해주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인터넷 정보시대에 도서관이 꼭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앞에서 클린스만 소장이 한 바 있다. 지난해 경기신문도 정윤희 책문화네트워크 대표의 글을 실었다. “도시의 문화와 시대정신을 가장 신속하게 반영하고 보여주는 문화적 거울의 요체는 도서관”이라면서 “집과 직장에 이은…
이전 칼럼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나라 가구의 자산 구조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부동산 비중이 높고 현금성 자산의 보유 비중이 낮다. 세금과 관련해서는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면 사망으로 인한 상속세와 같이 갑작스럽게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싱황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외에도 사업에서 회계상의 손익과 현금 흐름의 시점 차이로 인해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등의 납부에도 차질이 생기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회계상 이익은 큰 금액으로 발생했지만 수금이 늦어지거나, 발생한 이익금을 사업에 재투자해서 당장의 현금이 부족한 경우 등이 그럴 것이다. 세금을 내야 할 기한을 어기는 경우 지연 납부 일당 2.2/1만(년8.03%)의 금액이 납부지연가산세로 추징되며, 체납세액이 있는 경우에는 납세자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에 대해 압류와 강제 매각까지 당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납세의지와 역량은 있으나 당장은 현금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납세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배려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세법이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물납과 분납, 연부연납, 그리고 징수유예와 납기연장 등이 그것이다. 오늘은 간략하게나마 이러한 세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