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특보까지 내려지는 찜통 더위가 계속되면서 이천·안성 등 경기도내 양계 농가에서 하루 100마리 이상 집단 폐사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에 접수된 폐사 발생 신고사례는 전무한 상태다. 왜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집단 폐사를 신고할 경우 ‘폭염 피해’에 따른 지원대책은 고사하고 역학조사나 방역 등으로 인해 오히려 정상 출하물량 공급에 제동이 걸리는 등 양계농가의 피해를 가중시키면서 폐사 등에 따른 사고접수를 꺼리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달중 중국·홍콩 등 동남아지역뿐 아니라 멕시코 등 미주지역에서 잇따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 정부가 국내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가금사육농가 소독 및 관리·차단 실태 등의 방역 강화에 나선데다 폭염 피해난까지 겹쳐 속앓이를 더해주고 있다.
29일 경기도와 경기도농업기술원, 이천시, 안성시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잇따른 폭염에도 불구하고 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에 폭염으로 인한 가축폐사 사고발생 접수건수는 단 1건도 없다.
도와 각 지자체는 대부분의 양계농가들이 시설현대화를 통해 축사시설을 개량, 예년과 같은 폭염 피해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천시와 안성시 등 현지 양축농가에 대한 확인 결과 농가들마다 하루평균 100수 이상의 폭염 폐사가 발생하고 있었다. 이는 통상의 자연폐사 발생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태풍 카눈이 소멸된 직후인 지난 24일에는 안성시의 한 농가에서 고온다습한 날씨로 육계 1천여수가 집단 폐사하기도 했다.
이 농가의 경우 29일 5만8천여수의 육계(35일령)를 출하시켰다. 당초 6만3천여수의 육계 중 8% 가까이 폐사한 것이다.
이천시의 육계 농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축사에 스프링클러와 대형 환풍기 등으로 양계장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하루평균 100여수 이상이 폭염에 폐사하고 있다.
하지만 농가들은 해당 지자체에 폭염으로 인한 폐사 발생 신고를 기피하고 있다.
폐사 사고를 접할 경우 각 지자체에서 원인 규명을 위해 방역, 역학조사 등을 실시하지만 이에 따른 지원대책이 없는데다 기존의 출하물량마저 제한되기 때문에 사실상 쉬쉬하고 있다. .
농가들은 “폭염으로 한시도 축사를 떠날 수 없는 상황에서 폐사 발생 신고를 하게 되면 방역, 역학조사 등으로 지자체에 불려만 다니게 된다”며 “신고를 해봐야 뚜렷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아 오히려 시간만 빼앗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무창계사, 무창돈사 등 시설현대화 사업으로 대부분의 축산농가가 시설을 개량, 천재지변이 아닌 폭염으로 인한 폐사 발생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라며 “육계의 경우 5% 가량이 폭염이 아닌 자연 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에는 총 3천150개의 양계농가(산란계 1천280농가, 육계 1천870농가)에서 4천482만수(1천972만수, 2천510만수)의 닭을 사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