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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그날은 새

이젠 몇 년이었는가

아이론 밑 와이샤쓰 같이

당한 그날은……



이젠 몇 년이었는가

무서운 집 뒷창가에 여름 곤충 한 마리

땀 흘리는 나에게 악수를 청한 그날은……



내 살과 뼈는 알고 있다.

진실과 고통

그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



내 마음 하늘

한편 가에서

새는 소스라치게 날개 편다.

/천상병

-천상병 전집-1996년 평민사

 

 

 

바보 시인이라 불리던 시인이 있었다. 시 「귀천」으로 친숙한 천상병 시인.

이 세상을 “소풍”으로 비유했던, 그의 삶은 너무나 기구하여 자주 회자되곤 한다. 오래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고문을 받으며 6개월간 감옥생활을 했던 시인.

고문 후유증과 영양실조로 쓰러져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는데, 가까운 문인들은 그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여 유고시집 『새』(1971년)를 펴내기도 했다.

이 일화는 부끄러운 유신의 역사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가 억울하게 “아이론 밑 와이샤쓰 같이/ 당한 그날”, 비로소 그의 살과 뼈는 깨닫는다. “진실과 고통/ 그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 그의 “마음 하늘/ 한편 가에서” 소스라치게 날개를 펴던 새는 자유로운 하늘에 있던 것이 아니라, 시인의 “마음 하늘”이라는 공간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새는 저 하늘에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은 자기 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런 세상이 어서 오기를,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기를……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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