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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나는 화부

나는 화부

/신동옥

시커먼 불덩어리를 품에 안으면

나의 기차는 당신을 싣고 간다



당신은 모자를 까꾸로 뒤집어쓰겠지

모가지를 플랫폼에 늘어뜨리겠지



기차가 가네? 아파

당신이 태어나 내뱉은 처음 두 마디



당신의 웃음이 차창을 투과해 미루나무 너설에 감긴다



아파



뒷모습으로 달리는 기차가 있고

그림자도 펄럭펄럭 서산을 넘어요



나는 화부

-신동옥 시집 『웃고 춤추고 여름하라』/문학동네 029

 

 

 

화부 앞에는 항상 불덩어리가 이글이글 타오른다. 불덩어리의 생리와 그로 인한 기차 움직임의 원리를 아는 사람이다. 본인이 화부임을 자처한다면 이는 분명 가슴이 뜨거운 남자이리라. ‘모자를 까꾸로 뒤집어써도, 모가지를 플랫폼에 늘어뜨려도’ 사랑하는 사람을 기차에 태우고 한없이 너그러운 남자, 한 여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태울 수 있는 남자, 아픈 사랑의 웃음으로 위안을 얻을 줄 아는 남자다. 불길을 유지해야 기차가 멈추지 않듯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듯 스스로를 화부라고 명명하는 자신감 넘치는 남자이다./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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