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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11월, 이 빈 당간지주에 뭘 걸치고 싶다.
단풍 붉게 꿈틀거리며 바람 넘어가는 저 산능선
다리 벌리고 서서 오래 바라본다.
저걸 걷어 길게 걸쳐 입고 싶다.
파장에 홀로 남아 거나하게 한잔
아, 탈진한 生의 거대한 춤,
저녁노을에다 섞어 훨훨 몸 넘고 싶다

-- 문인수 시집 ‘동강의 높은 새’ / 세계사

 

한 해가 저물어가는 11월의 붉은 단풍들. 굽어진 곳마다 붉게 물든 ‘산능선’은 삶의 고단함이 묻어 있는 얼룩과도 같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다보면 아침 출근길에 입었던 셔츠엔 열심히 일하고 흘린 땀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는다. 산과 산, 능선과 능선으로 이어지는 존재의 생성과 소멸. 그 사이에 ‘꿈틀거림’이 있다. 10월과 11월, 11월과 12월. 쓸쓸히 저물어 가는 환승역 같은 이 계절의 시작과 끝을, 우리는 그저 무심히 매일 걸쳐 입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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