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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 참새 떴다, 그물 풀어라

                      참새 떴다, 그물 풀어라                    /이향지

   
 

 

 

몸 하나로 황금들판에 꽂혀
이 바람도 들이켜 보고 저 바람도 뱉어보고
얻어 쓴 모자에 참새 똥 떨어져도 눈 꿈쩍 않고
절렁절렁 깡통 흔드는 맛도 괜찮을 거라.
火木화목으로도 몹쓸 등뼈 곧추세우고
앞바람이 하는 짓거리 뒷바람이 하는 짓거리
두 팔 벌려 구경하는 맛도 괜찮을 거라.
아버지가 드러눕고 아버지가 썩어가도
단벌옷 해 기다리는 맛도 괜찮을 거라
못 그러안아 놓치는 밤도 괜찮을 거라.
바람배 불러 설사하는 맛도 괜찮을 거라.
참새 떴다! 그물 풀어라!
참그린에 풀어놓은 내 그릇들아! 참!
 

-이향지 시집 <구절리 바람소리/세계사 1995>

 


 

허수네 아비는 들판이 제 집이다. 옷도 모자도 몸뚱아리조차 얻어 썼다. 앞바람도 뒷바람도 넉넉히 받아주며 아버지도 그 아버지의 아버지도 어김없이 들판을 지켜왔다. 火木화목으로도 쓰지 못할 등뼈 곧추세웠으니 부실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무엇을 얻을 것인가. 바람도 숭숭 뚫린 몸을 제멋대로 지나다닌다. 절렁절렁 깡통이나 흔들어대지만 참새들은 오히려 온몸 똥 세례다. 우리네 인생이 저와 같은 것이어서 아버지가 쓰러지고 곁에서 썩어가지만 들판은 황금빛으로 어김없이 빛날 것이다. 거기 오물 뒤집어쓴 채 허수네 아비들 오늘도 우뚝 서서 외친다. 참새 떴다! 그물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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