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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 그래, 단 한번이면 족하다

                                                                          

   
 
/이면우

 

 

 단풍나무 잎새만한 아이 손 막 맺힌
오이에 갖다 대고
오이, 오이, 힘줘 말해보는 아침
안개 젖은 파란 잎 새로
오이꽃 노랗고 가까이 호박벌 붕붕붕
스무 발자국 저쪽 오두막에서
안개를 건너오는 도도도도
도마질 소리, 그때 산과 호수와
숲을 처음이듯 둘러보며
오싹 소름 돋아 무심코 내뱉은 말

 

그래, 단 한번이면 족하다.

-이면우 시집<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창작과 비평 2001>

 

 

 

 

 

 

데자뷰, 언젠가 꼭 와봤던 곳 살아봤던 친근한 느낌으로 낯선 곳에서 울먹여 본 적 있다. 자메뷰는 그 반대 느낌이다. 처음 보는 느낌, 모든 것이 너무도 낯설게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물리학에서는 평행우주 안에 우리와 동일한 우주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시인은 어느 날 아침 아이의 그 조그마한 손이 오물거리는 걸 보고 우주의 운행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다른 우주를 보았을지도, 오이꽃 주위를 붕붕거리는 호박벌에서 도마질 소리에서 온 생애를 꿰뚫고 오는 말씀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아침 속으로 들어가 나도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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