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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매출 20억원 귀농인에게 배우는 인생2막 지혜

택시기사 접고 귀농…산머루 재배 시작
파주 객현리 농가에 가공법 전수 ‘상생’
와인 숙성터널 장관…머루즙 해외 수출

 

연간 매출 20억원에 달하는 파주 산머루 농원 서우석 대표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2막을 살아가는 지혜와 마음자세를 배울 수 있는 책.

산에서만 볼 수 있는 작물이 있다. ‘청산별곡’에 등장하는 머루로, 안개 짙은 산에 숨어 살던 산머루가 농부의 손길이 닿는 밭으로 내려온 지는 불과 30년 남짓.

저자인 서우석 대표는 파주 감악산 자락에서 정과 망치, 삽자루, 곡괭이 하나 들고 돌을 깨고 부수며 손수 밭을 일궜다. 그렇게 넓힌 밭은 곧 머루나무로 가득 채워졌다. 연이어 머루즙 생산시설이 들어섰고, 머루와인 공장도 갖춰졌다.

혼자 하던 머루 생산은 파주 객현리 50여 농가의 참여로 확대됐고, 파주시청의 지원에 힘입어 70m짜리 와인 숙성 터널도 뚫었다. 와인 만들기, 머루즙 짜기를 할 수 있는 체험관도 설립돼 연간 1만2천명이 다녀가고, 주말마다 도시인을 맞이하는 오토캠핑장도 세워졌다.

과즙 100%로 만든 머루즙은 일본, 미국, 싱가포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기존 유통망과 유료 체험 인구를 합산하면 연간 매출은 20억에 달한다.

서울에서 택시기사를 그만두고 귀농을 택했던 서 대표는 2009년 은탑산업훈장을 받았고 명주 장인, 우리 술 품평회 대상 등 타이틀도 다수 얻었다.

그는 산머루의 대중화를 위해 머루 재배에 뜻을 가진 기성 농가를 비롯해 귀농인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재배법과 가공법을 전수했다. 현재 전국 수십 곳의 산머루 재배 산지·가공지 대부분이 그의 도움을 받아 머루 재배를 시작했다.

그가 재배·가공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은 ‘인생2막’을 살아가는 그의 철학 때문이다. 그는 20년 넘게 중국, 프랑스, 일본 등지로 연수를 다녔는데, 그곳에서 농업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6차 산업의 가능성을 봤다.

그러나 그가 해외 연수에서 얻은 더 큰 수확은 ‘농사가 단순히 한 세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인생을 살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한 귀농이었는데, 그런 인생이 핏줄이 섞이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그로서도 큰 수확이었다.

그는 은퇴를 앞두고 자신의 인생 후반전을 이끌어왔던 힘을 ‘끌림’이라는 한 단어로 밝혔다.

“끌림은 나를 살아 있게 만들었습니다. 산머루와 함께 있는 동안에는 밥 먹는 것도 잊고, 잠자는 것도 잊습니다. 몸이 힘들어도 힘들다는 생각을 잊게 되고, 길 없는 길을 가면서도 위험하다는 생각을 잊게 됩니다. 나는 지치거나 두려워하는 법도 없이 산머루 한 가지에 몰두했습니다.”

/김장선기자 kjs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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