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 맞은 이 재 정 경기도교육감
‘세계시민교육’, ‘9시 등교’, ‘상벌점제 폐지’
‘4계절 방학’, ‘혁신공감학교’, ‘수능 폐지 요구’ ‘교육과정개편’, ‘교육재정확보’ 그리고 ‘야자 폐지’.
단지 소통과 공유, 학생중심과 현장중심 등으로 설명하기엔 2년여의 시간 동안 참 획기적인 변화와 시도, 다양한 노력이 있었고 또 그만큼의 많은 결실을 맺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바쁘다.
‘아침이 있는 가정과 삶’의 복구에 이어 ‘함께 나누고 보듬어 새롭게 만드는 저녁’을 더해 다양한 가치의 공존과 일반화라는 또 한번의 시도까지 새롭다.
생명존중과 인간존엄의 회복, 자율성과 창의 보장에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 소통과 공유의 가치를 내건 광폭행보로 연일 이어지고 있다.
바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얘기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남은 2년간 교육환경의 비정상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재정 교육감을 만나 ‘학생중심·현장중심 경기혁신교육’과 교사와 학생이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이 교육감은 도교육청은 앞으로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 지구촌 문제해결을 위해 타인과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능력과 인성, 가치관을 함양하는 세계시민 교육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년 역점을 둔 것이 변화를 위한 소통이었다”는 이재정 교육감은 “올해 초부터 시작해 전체 교장선생님과 직접 대면하면서 정책협의회를 해왔다. 또 학부모들과의 만남도 계속하고 있다”며 “주말을 반납하고, 이동하는 차 안에서 빵으로 끼니를 해결할 때도 많은 만큼 굉장히 고달픈 행보였지만 학생중심, 현장중심의 경기교육을 위해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취임 후 줄곧 학생중심, 현장중심을 외치며 9시 등교, 혁신학교, 혁신공감학교, 4계절 방학, 상벌점제 폐지 등 실험적 정책을 펼쳐왔다.
학생·학부모·교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이들이 제안한 내용을 정책으로 만들고 직접 교육현장에서 실현하고 있는 것.
이재정 교육감은 “가장 보람이었던 일은 ‘학생중심’이라는 것이 일정한 정도 학교 내에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는 9시 등교를 시행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행복해 한다. 처음에는 반대도 하고 ‘안 될 거다 생각했는데 해놓고 보니 참 좋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이어 “9시 등교는 단순히 학교 가는 시간을 바꾸는 것이 아니고 이를 통해 학교문화가 변화되고 학생이 중심이 되는 학교문화, 학교분위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인 이재정 교육감은 고교 교육 정상화의 첫 관문으로 야간자율학습 폐지를 선언했다.
“그동안 학교장현장교육협의회나 토론회 등을 통해 현장의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 중에 하나가 야간자율학습 폐지였다”는 이 교육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과거와 전혀 다른 시대다. 인공지능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 했다. 눈부시게 혁명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교육도 혁신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학교라는 곳이 하나의 성처럼 엄중한 장벽 속에 둘러 쌓여있었다. 너나없이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온갖 시험에 그 속에 있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보면 너무나 끔찍하다”며 “0교시부터 공부하고 보충수업하고 저녁 먹고 야자하고 11시에 끝나 집에 가고 아침에 학교가고,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상상력을 기를 수 있겠는가. 이러한 의미에서 반강제적이고 비교육적인 야자는 폐지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정 교육감은 “교육을 보는 관점 자체가 발상의 전환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며 “친구들과 경쟁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는 만큼 빠른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최근 이 교육감은 야간자율학습 폐지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거워지자 이에 대한 대비책도 내놓았다.
이 교육감은 “야간자율학습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 프로그램을 그동안 준비 해 왔다. 그 중 하나가 대학과 연계 한 예비대학이다. 각 대학에서 예비대학을 만들어 학생들이 관심이 있고 교과와 연계할 수 있는 분야들, 가령 인문학 분야나 예술 분야 또는 자연과학 분야, 인공지능과 같은 IT분야 등을 강의 하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학생들은 앞으로 논리적 사고도 생기고 발표력도 생길 수 있을 것이며, 결국 대학 입시에 여러가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야간자율학습 폐지에 대한 우려를 일축시켰다.
지난 2년 간 경기교육의 기본정신인 학생중심·현장중심을 끊임없이 외쳤던 이재정 교육감은 후반기 2년은 ‘교사’와 ‘학교’를 주제로 해 이를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육감은 “교사가 어떻게 하면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느냐 하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라며 “또한 학교가 좀 더 걷어낼 것은 걷어내고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정규교과를 통해 만족스러운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학교교육을 좀 더 정상화해보자 하는 것이 이차적인 과제”라고 밝혔다.
특히 “이제는 학원을 보낼 필요가 없을 정도로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제까지의 비정상적인 것을 정리해보면 좋겠다. 특히 교육의 질과 완성도를 높여 정규교과만 충실하게 하면 학원갈 필요가 없도록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기존의 학원은 정답을 맞추고 정답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기술적으로 가르친다. 이제는 그러한 교육보다는 더 깊이 생각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원의 기능을 기초학력 부족한 아이들을 조금 더 도와주는 전문기능을 하는 곳으로 바꿔보면 좋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며 “학교교육 정상화만큼은 분명하게 처방전도 내고 이행도 한 번 해보자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지와의 인터뷰 도중 집무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 여섯 권을 보여주며 이재정 교육감은 “이 교과서가 바로 경기혁신교육을 바탕으로 시민교육(민주시민, 평화시민, 세계시민) 확산을 위해 집필 된 지구촌과 함께하는 세계시민 교과서”라며 “경기, 서울, 인천, 강원 등 4개 시도 31명의 현장교사를 중심으로 학계 및 현장 전문가 15명 등 50명이 참여, 개발했다. 이 책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과 상상력, 창의력 등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며 인정도서 심사 및 승인을 비롯한 교과서 보급과 활용방안 협의를 남겨 놓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서울, 경기, 인천, 강원 등 수도권 학생들은 공통교과서로 민주, 평화, 세계시민 교육을 받게 된다.
이 교육감은 “도교육청은 앞으로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 지구촌 문제해결을 위해 타인과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능력과 인성, 가치관을 함양하는 세계시민교육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후반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맡게 된 이 교육감은 ‘20대 국회’에 기대를 걸고, 요즘 여야 정당대표와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누리과정 소요재원은 물론 교육재정난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재정 도교육감은 “누리과정 예산문제로 얼마나 첨예하게 대립했나. 심지어 총선 의제로까지 올라갈 정도로 엄청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는 과제”라며 “청와대는 응답이 없고 기재부도 이 문제에 대해 해결 의지가 없다. 앵무새처럼 늘 똑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다. 이제 길은 하나다. 20대 국회가 굉장히 중요하게 결정된 배경 속에는 누리과정 문제에 대한 심판의 뜻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서울 사무소를 열고, 20대 국회의원들과 만나 누리과정 문제의 조속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담=최영재 사회부장 cyj@
/정리=이상훈기자 lsh@
/사진=노경신 사진부장 mono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