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수원시청에 근무하는 A씨는 5월이 끔찍하다. 탄핵이 결정되면서 장미대선 선거업무로 오래전에 예약했던 모처럼의 가족여행을 취소해 이미 한바탕 집안에서 욕을 먹은데다 사전투표로 어린이날도 출근해야 돼 빵점 엄마로 전락해 차라리 5월이 빨리 가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상태다.
사례2. 용인시청에 근무하는 B씨도 마찬가지. 다른 직장인들은 근로자의 날인 1일에는 쉰다지만 공무원은 해당사항이 없는데다, 어린이날 행사에 어버이날 효도잔치까지 줄을 이으면서 정작 내 아이와 부모님께는 미안하단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지경이다. 게다가 일요일에도 선거사무교육으로 집을 비워야하고, 주말엔 ‘공무원한마음체육대회’라 어린이집 행사도 제껴야 돼 가정의달은 커녕 이혼당할 위기라고 탄식했다.
인천공항이 사상최대의 해외여행 인파로 북적이는 등 최장 9일에서 11일까지의 황금연휴가 본격 시작됐지만, 정작 공직자들에겐 평소보다 더한 업무 폭주속에 우울한 5월이 시작되면서 공직사회가 초상집 분위기다.
특히 기존의 행사도 모자라 가정의달을 맞아 ‘시즌행사’까지 넘쳐나는데다 설상가상 장미대선에 따른 선거사무 차출 등으로 황금연휴는 커녕 주말도 없이 업무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가정내 불화까지 빈번해지는 등 마음고생이 극심한 상태다.
게다가 일부 시·군의 경우 ‘화합과 소통’을 명분으로 주말을 이용한 ‘공무원한마음체육대회’ 등 전직원 대상의 강제성 행사까지 예정되면서 노골적인 반발 기류속에 예기치 않은 공직 분열까지 심화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공직자는 “각종 선거업무와 시민 대상의 행사 등은 시민에 대한 희생과 봉사이자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 감당해야 하는 일인만큼 공직자로써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일인 줄 알고 있다”면서도 “공직자도 가정이 있는 대한민국의 구성원인만큼 최소한의 배려가 있으면 좋겠다. 또 일부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의 ‘들러리 세우기용 행사’는 즉각 폐지하고,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와 달리 서울시와 서울 25개 자치구는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 특별휴가를 부여해 필수인력을 제외한 80%이상의 공직자들을 쉬도록 하고, 9일 대통령선거로 쉬지 못하는 공무원들은 6월 2, 4, 8일 중 하루를 특별휴가로 사용가능토록 하기로 했다.
/최영재기자 c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