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 모텔에서 남자친구에게 약물을 과다 투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30대 여성이 첫 재판에서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제1형사부 임해지 부장판사 심리로 11일 열린 첫 재판에서 살인 및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절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간호조무사 A(33)씨는 마약류 관리 위반만 인정하고, 살인 및 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했다.
A씨와 변호인 측은 “피해자가 고민과 자살에 대해 얘기했고, 피해자가 없으면 안될 것 같아 동반 자살을 하려 했을뿐 살인을 하기 위한 고의나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당시 폐원한 병원 이사장에게 허락을 받고 약물을 가져간 것이며 보건소에 반납해 폐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동반자살 의도였다면) 프로포폴을 왜 놓은 것인가”라는 질문에 A씨는 “편안하게 하려고”라고 짧게 답했다.
피해자 유가족과 이들의 변호인도 이날 A씨의 첫 재판을 방청석에서 지켜봤다.
A씨는 지난해 10월 21일 오전 11시 30분쯤 부천의 한 모텔에서 링거로 마취제 등을 투약해 남자친구 B(30)씨를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A씨가 B씨에게 치사량 이상의 약물을 투약하고 자신에게는 치료농도 이하의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판단하고 위계승낙살인죄 등을 적용해 불구속 입건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위계승낙살인죄는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처럼 속인 뒤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살해한 경우에 적용된다.
그러나 보강 수사를 벌인 검찰은 A씨와 B씨가 동시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살인죄를 적용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부천=김용권기자 yk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