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 본다
오 현 정
함박눈 내리는 날
수지로 와서 수지맞았다고춤추는 귀에 마음이 떴다
얼음새꽃 헤치고 걸어갈수록 뾰족한 터 주신을 품고
떠다니는 좋은 일이 지관도사마냥 약수터를 오른다
앞산 바람이 수상하고동서남북에 열린 입이 납시어도
가위 눌리지 않고 아침 해를 받는 터
현관의 등을 밝힌다흔들리지 않으려는 옹졸한 신발들이 이참에 옆집과 터 본다
오현정
1952년 경북 포항출생 1989년 《현대문학》 2회 추천 완료로 등단. 시집『라데츠키의 팔짱을 끼고』 『몽상가의 턱』 『광교산 소나무』외 다수. 애지문학상 외 다수 수상. 한국시인협회 이사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