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문 영 하
뼈 없는 몸이
납작 엎드린 채 온돌의 입 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홀린 듯 홀린 듯 내장 깊숙이 흘러 들어가는,
어둠을 먹고 냉기를 밀어내는 낼름낼름 혓바닥 같은 불이여, 불이여
샤먼의 주문인가
시뻘건 불이 해탈한다
어두운 골목길 고래*를 벗어나 벌떡 일어서는 불이
굴뚝으로 올라가더니
초혼의 흰 옷자락인 듯 나부끼며 뜨거운 몸을 해체한다
불이 자신을 사르며 지나간 길 위에 누천년에 이르는 생의
내력이 피었다 지곤 한다
*방의 구들장 밑으로 낸 고랑.
문영하
1951년 경남 남해 출생. 서울시 초등교사로 32년간 근무, 명예퇴임. 2015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계간 ‘미네르바’시예술아카데미상 수상. 한국시인협회 회원. 시집 ‘청동거울’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