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빛
김 정 원
바위산 하나가 가슴 열고 강둑 지나
드센 바람 비켜 마을에 다가선다
‘立春大吉’ 기둥에 붙어
조을고 있던 빛살이
누워 앓는 사람의 손등에
한웅큼 기운 실어 무릎을 세운다
덤불 속 죽은 듯 풀싹들이 다투어
봄빛 끄집어 당겨 얼굴 내미네
한결 개운해진 걸음걸음
내 얼음 발바닥에도 새싹 돋나봐!
김정원
1932년 경북 포항출생. 1985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 시집 ‘허(虛)의 자리’, ‘삶의 지느러미’, ‘분신’. 율목문학상, 민족문학상, 소월문학상, 세계시문학대상 수상. 여성문학인회 이사, 미래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